Mnet '프로듀스' 시리즈를 조작한 혐의로 실형을 산 안준영 PD가 Mnet 음악 콘텐츠 사업부에 재입사했다. 상장사인 CJ ENM이 ESG 경영원칙에 위배될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한 것을 두고 업계 전반에선 논란이 되고 있다. 안 PD가 과거 일부 기획사 관계자들에게 접대를 받았던 사례들도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다.
안준영 PD는 지난 2019년 김용범 CP 등과 공모해 총 4편에 걸쳐 방영된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순위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데뷔가 확정된 멤버를 밀어내고 탈락한 멤버의 순위를 올려 그룹으로 데뷔시켰다. 안준영 PD는 스타쉽·울림·에잇디 등 일부 기획사 관계자들에게 40여 차례에 걸쳐 4000만 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혐의로 징역 2년과 추징금 3700여만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CJ ENM은 순위 조작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사과'했다. '프로듀스' 진상규명위원회는 결과 조작에 CJ ENM도 연관되어 있을 거라 주장했으나, CJ ENM은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승부조작에 가담한 프로축구선수를 축구단이 다시 영입했다면 어떨까. CJ ENM의 결정이 딱 그렇다. 안 PD는 "지난 과오에 대한 처절한 반성, Mnet과 개인의 신뢰회복을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고 한다. 하지만 사건 당시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긋던 CJ ENM이 이제와서 개인의 과오를 용서해준다는 게 대중들로서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분위기다.
CJ ENM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놓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제작진이 과거 총대를 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과 조작 과정에 CJ ENM 경영진이 개입했는지 여부가 실제 사건의 핵심 쟁점이기도 했다. 증거부족 등으로 윗선 개입은 증명되지 않았지만, 이제와서 재입사가 이뤄지자 의아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실제 CJ ENM이 개인의 일탈이라고 하면서 사건 당시 개인에게 소송을 거는 등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점도 이 같은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배경이다. 당시 CJ ENM은 "사규에 따라 내부 논의 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을 뿐이었다. 통상 회사는 개인이 심각한 일탈로 회사에 해를 끼쳤을 때 영업방해죄 등의 형사고소와 함께 민사적인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사례가 많다. 이 시간은 CJ ENM 회사 이미지 뿐 아니라 주가에도 큰 타격을 줬다. 2018년 7월 29만4000원까지 찍었던 CJ ENM 주가는 조작 사태 등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이듬해 초 반토막났다.
CJ ENM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 실적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란 얘기다. CJ ENM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53.7% 줄었다.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4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427억원이지만 이 역시 2021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영화 부문에서 100억원 가까이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음악 부문은 7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상승폭은 둔화하고 있다. 사업 전반에 걸쳐 상승 동력을 잃은 CJ ENM으로서는 음악 부문의 추가 상승이 절실한 시점이다. 욕을 먹더라도 이익을 내겠다는 속셈이다.
문제는 이런 결정이 소비자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리스크로 비쳐질 수 있단 점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환경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따른다. 실적이 좋아지더라도 CJ ENM에 대한 신뢰와 투자심리 회복에는 오히려 악재라는 평가다.
CJ ENM은 조작 사건 이후에도 꾸준히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걸스플래닛'으로 한중일 합작 걸그룹 케플러를 만들었고, '보이즈플래닛'도 한창 방송 중이다. 안준영 PD는 음악 콘텐츠 팀으로 들어갔다. 그가 만들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알려지지 않았지만, Mnet과 안준영 PD의 그림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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