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주령. /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평소 범죄 액션 드라마를 즐겨보진 않는데, 저도 이렇게 빠져서 보게 될 줄 몰랐어요. 감독님이 결말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아서 저도 결말을 모른 채 마지막회를 기다렸져. 한 주에 한 회씩 공개돼서 어떨 땐 짜증났어요.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한테 '왜 이렇게 했냐'고 투덜되기도 했죠. 하하. 주변에서 '결말이 어떻게 되냐'고 많이들 궁금해했어요."

디즈니+ '카지노'에 출연한 김주령은 출연배우지만 결말을 자신도 팬의 마음으로 시청했다고 한다. '카지노'는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차무식(최민식 분)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손석구 분)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 지난 22일 시즌2의 마지막회까지 모두 공개됐다.
'카지노' 스틸. / 사진제공=디즈니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에 출연한 배우 김주령을 만났다. 김주령이 연기한 진영희는 필리핀 현지 한식당의 사장. 극 중 진영희는 건설회사 이사 최칠구(송영규 분)가 민회장(김홍파 분)에게 원한이 있다고 하자 마피아인 남자친구가 청부살인을 의뢰받는다고 말한다. 이후 통장에 돈이 들어오고 민회장이 실제로 살해당하면서 민회장 살인사건에 연루되는 인물이다.

김주령은 "대본을 읽었을 때 진짜 이야기 같았다. 여기에 170여 명의 인물들이 나온다고 하는데, 실제 존재하는 사람 같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어 "시즌1에서 진영희는 평범한 필리핀 교민 아줌마였다. 시즌2에서는 민회장 살인사건에 불씨를 지핀 인물이다. 의도치 않게 큰 사건의 불씨를 지핀 인물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윤성 감독님과 작업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최민식 선배님이 나오신다고 하지 않나. 배우로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출연 이유를 털어놨다. 김주령은 진영희 캐릭터에 대해 "누군가가 자기 영역을 침해하는 건 싫어하면서도 다른 사람 얘기에는 매우 관심을 가지고 그 다른 사람 이야기를 여기저기 전한다"고 설명했다. 김주령은 강윤성 감독이 요구한 연기는 ‘리얼리티’였다고 한다. 김주령은 "감독님은 ‘진짜 필리핀 현지에 살고 있는 교민 아줌마 같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면서 "저는 처음에 드라마틱한 캐릭터를 원했다면 감독님은 평범한 캐릭터를 원했다. 감독님은 마음껏 열어두고 내가 연기할 수 있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실감 나는 생활 연기를 어떻게 준비했냐는 물음에 김주령은 "유튜브 영상을 많이 듣고 봤다. 교민들이 현지에서 생활하는 이야기 등을 유튜브에 많이 올려주신다. 보는 분들이 ‘거기 사는 여자 같다’고 하면 성공한 거다"고 답했다.

배우 김주령. /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이번 시리즈는 필리핀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김주령은 "해외 로케이션은 처음이다. 제 꿈이었다. 일하기 위해 촬영하러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카지노'가 제 꿈을 이뤄졌다. 좋았다. 앞으로 기회가 많도록 노력할 거다. 코로나도 완화되니 기회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한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또한 "시리즈에서 영어 대사를 하는 건 저도 인생 처음이라 긴장했다. 짧은 대사이긴 하지만 긴장했다"며 웃었다.현장에서 강윤성 감독은 대사를 바꾸거나 배우들이 주도적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유연한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김주령은 "강윤성 감독은 그런 스타일이더라. 애초에 본인이 그런 스타일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만드는 부분도 있고 새롭게 들어간 대사도 있었다. 감독님은 열려있었다. 저는 결말까지 현장에서 바뀔지 몰랐다"고 전했다.

김주령은 유연했던 촬영 현장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첫 촬영신이 한인회 모임 장면이었다. 전체 리딩 때 봤지만 현장에서 그 촬영신에서 오달수 선배님도 (손)석구 씨도 처음 만난 거다. 그런데 대본대로 안 하더라. 처음엔 당황했다. 없는 대사도 자연스럽게 자기들끼리 주고받더라. 나 혼자 뻘쭘하고 순간 적응이 안 됐는데 금세 적응해서 촬영하다보니 재밌었다"고 기억했다. 또한 " 상대 배우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고 집중해서 들어야 내가 반응할 수 있지 않나. 오달수 선배님의 자유로운 연기는 배우고 싶을 정도였다. 큰 틀에서 벗어나진 않으면서도 재밌게 상황을 이끌어가더라. 그러면서 '찐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감독님은 현장의 '날 것 같은 느낌'을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김주령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최민식과 호흡을 맞춘 데 대해 영광스러워했다. 김주령은 "학교 선배님이기도 하다. 제가 '특별시민'에서 최민식 선배님 대변인 역할을 했다. 극 중 그때는 감히 최민식 선배님과 말을 섞을 수 없고 그저 옆에서 따라다니기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나. '주령아, 참 출세했다' 싶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최근에도 연극 한 번 해보고 싶다면서 '내가 하자면 할래?' 그러길래 '전 좋아요' 했다. 최민식 선배님이 한다고 해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있는데, 이번 시리즈에서 몇 신 안 만난 게 아쉬웠다. 작품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한테 선배님과 만나는 신 좀 만들어 달라고도 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또한 "선배님 연기하는 걸 지켜보면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고 집중하게 된다. 차무식 그 자체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지?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배우 김주령. /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에 이름과 얼굴을 알린 김주령. 그는 "'오징어 게임'이 잘 되면서 지난해 많이 바빴다. '3인칭 복수', '카지노',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에 영화까지 찍으면서 정신없이 달렸다. 그러면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꼈다. 보는 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연기도 더 잘해야 할 것 같았다. 잘 못하면 날 외면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건 연기에 도움이 안 된다. 일종의 시행착오를 겪은 거다. 그래서 나의 올해 목표는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다"라고 전했다.

김주령은 싫어하는 운동도 시작했다고 한다. 김주령은 "이제 출발 선상에 있는 거다. 나이와 상관없이 배우 김주령으로 이제 시작인 거다. 돌아보게 된 거다. 앞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바느질하듯이 저의 속도대로 저의 길을 가겠다고 생각한다"며 마음가짐을 밝혔다. 이어 "제가 사실 운동을 걷기 정도만 하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 PT를 받는다. 제가 원래 운동을 싫어하는데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다. 몸의 근육뿐만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탄탄히 하는 거다. 몸이 건강해야 멘탈도 건강해지더라. 학교 다닐 때처럼 연기책도 다시 들춰보고 있다. 배우 일지도 써본다. 지금까지를 다 무시하겠다가 아니라 이제부터 하나하나 잘 쌓아나가자는 마음이다. 힘 빼고 힘 주지 말고, 잘 해나가야겠다 다짐했다"고 말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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