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리듬파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히트 방송의 조건은 꽤 까다롭다. 특히 화제성과 시청자의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한 경연 프로그램에선 그 조건들이 더 세세해진다.
스타성이 있는 참가자, 신뢰를 주는 MC와 심사위원, 재밌고 센스 있는 편집, 차별점 있는 콘셉트 등 제작진의 역량과 시청자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 그 시기 대중의 관심을 차지하고 있는 영역 같은 운때가 맞아야 성공으로 이어진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TV조선과 MBN은 2019년 터진 트로트 부흥기를 이어가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트로트의 시대가 아니다. 오디션 스타는 이미 나왔고 트로트 경연은 되풀이되어 질린 상태다.
비슷한 시기에 방송해 경쟁하며 '윈윈'하려던 MBN과 TV조선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경연에 관심이 없었고, 새로운 트로트 스타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다. 나만의 스타가 등장했기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큼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불타는 트롯맨'이든 '미스터트롯2'든 새 얼굴이 없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만한 신선한 인물이 없는 건 경연의 치명적 단점. 거기서 거기, 익숙한 만큼 식상하다.
클래스가 다르다, 물이 다르고 결이 다르다고 했지만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 '불타는 트롯맨'이나 '미스터트롯 2'는 시청률이 높고, 동시간대 예능 중 1위를 했다고 홍보하며 안심한다. 하지만 TV조선과 MBN의 주요 시청자는 어르신이다. 2040은 TV조선과 MBN을 보지 않는다. 경연을 기다리는 시청자보다 그 채널을 '틀어놓기만' 한 시청자들이 다수.새로운 팬 유입이 성공의 열쇠인데 새로운 팬 유입이 없다. 팬클럽끼리의 투표 싸움에서 끝난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렸으니 '대국민 문자 투표'도 의미가 없다.
시청자에게 투표권을 주긴 하는데 투표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트로트 장르 특성상 고정 시청자가 있으니 시청률은 제법 나와도 화제성은 낮다. 체감 온도는 더 낮다. '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트롯2'의 유일한 화제는 '불타는 트롯맨' 참가자 황영웅의 폭행 전과였다.
이는 숫자가 증명한다. 서혜진 사단이 TV조선에서 만들었던 '미스터트롯'의 결승 실시간 문자투표수는 773만 표. 서혜진 사단이 MBN과 제작한 '불타는 트롯맨'은 결승을 2주로 나눠 방송했음에도 합산 투표수는 약 321만이다. 이전보다 확실히 떨어진 화력이다. 사정은 '미스터트롯2'도 다르지 않다. 결승 진출 TOP7을 뽑는 준결승전 투표수는 177만, 유효표는 150만이다.
시청률도 비교된다. '미스터트롯'은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그린 뒤 우승자가 발표 나는 최종회에서 35.7%로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불타는 트롯맨'은 크게 오르거나 내리지도 않다가 10회에 16.6%로 최고 시청률을 찍었고 최종회에 오히려 16.2%로 시청률이 떨어졌다. '미스터트롯2'도 마찬가지다. 초반이 20%대였다가 8회에 18.8%로 떨어졌고 최근 회차인 11회는 19.3%를 기록했다.
인재는 고갈됐고 트로트 시장은 정체를 맞았다. 스타는 없고 스타를 만들지도 못한다. 무의미한 경연을 계속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MBC '나는 가수다'가 보컬 끝판왕 가수로만 꾸려 경연을 펼쳤던 것처럼 트로트에서 한 획은 그은 가수들의 경연이 더 재밌을 지도 모른다. '영원한 오빠' 나훈아와 '모두의 아들' 임영웅의 1대 1 대결이나 장윤정과 송가인의 대결은 상상만으로 흥미진진하지 않나.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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