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시네마톡≫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 속 생생한 취재를 통해 영화의 면면을 분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씁니다.한국 영화, 부진의 늪에 빠졌다. 미국 블록보스터에 치이나 싶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도 맥을 못 춘다.
코로나19 관련 방역 지침들이 완화되면서 오랜 시간 얼어붙었던 극장가에 조금씩 활기가 도는 듯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영화 시장 역시 기지개를 켜면서 본격적으로 활성화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2023년 새해 이후 스크린에 걸리는 한국 영화들이 하나같이 기를 못 쓰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1월 18일 나란히 개봉된 계묘년 첫 한국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 누적 관객수 172만)과 '유령'(감독 이해영, 누적 관객수 66만)은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는 스코어로 불명예 퇴장했다. '교섭'은 황정민과 현빈, '유령'은 이하늬와 박소담, 설경구 등 국내 내로라하는 배우를 내세워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본전 구경도 못 한 채 스크린에서 내려와 IP TV로 향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두 작품의 흥행 실패를 바라보는 업계의 분석은 다양하지만, 공통된 의견은 존재한다.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 활동을 간 샘물교회 피랍사건을 다룬 '교섭'은 당초 많은 관객이 공감하기 어려운 소재를 다뤘다는 한계가 있다. '유령'의 경우 밀실 추리극으로 예상됐던 영화 초반이 긴장감 없이 흘러간 탓에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후 2월 22일 '카운트'(감독 권혁재)가 개봉됐지만, 일일 박스오피스 톱5에도 들지 못하고 고전 중이다. 3월 1일 나란히 극장에 걸린 '대외비'(감독 이원태)와 '멍뭉이'(감독 김주환) 역시 개봉 초반임에도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대외비'의 경우 배우 조진웅과 이성민, 김무열 등 굵직한 존재감의 배우가 참여했지만, 기존의 범죄드라마와 차별점 없는 뻔한 서사로 지적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팬데믹 여파', '티켓값 상승', 'OTT' 등의 이유로 여전히 극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3년째 접어든 팬데믹 기간 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영화를 보는 극장 문화가 어색해졌고, 사적인 공간에서 편안한 영화 관람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현상에는 영화 티켓 가격의 상승도 한몫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매일 같이 신작이 쏟아지는 OTT가 우리 삶에 파고든 것이 결정적이란 분석이다.다만, 상기 내용은 전 세계 영화시장이 맞닥뜨린 문제일 뿐 한국 영화 부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사람들은 여전히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을 보기 위해 극장에서 3D 안경 쓰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N차 관람을 하러 극장을 찾는다. 심지어 25년 전 개봉한 '타이타닉'(감독 제임스 카메론)을 다시 보기 위해서도 영화관에 간다. 어찌 됐든 끌리는 게 있으면, 재미와 감동이 있다면 본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국 영화는 제작비나 스케일 면에서 규모가 커지고 CG 기술도 비약적으로 좋아졌지만, 내용물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뻔한 전개와 허술한 얼개 등이 문제로 지적된 작품에서 관객들이 어떤 감동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참신하지도 기발하지도 않은 내용물을 비싸고 예쁜 포장지로 감싼들 의미가 있을까.
한국 영화는 코로나19로 숨죽였던 지난 2년간 발전하지 못했다.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은 퇴보했다는 뜻이다. 예전의 관성대로 영화를 만드니 트렌드에도 뒤떨어지고, 제대로 된 실험과 도전의 흔적도 없다. 팬데믹 기간 OTT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해외 작품의 접근성도 높아졌다. 관객들의 눈은 높아졌는데, 한국 영화는 답보하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텐아시아에 "영화는 특별히 티켓값을 지불하고 보는 콘텐츠니, 좋지 않은 평가와 소문이 나면 관객들은 바로 관람을 포기한다"며 "OTT를 통해 눈이 높아진 관객들은 영화 자체의 퀄리티에 더 집중한다. OTT를 통한 대체제가 많기 때문에 영화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더 따지는 흐름이 생긴 것 같다"고 코멘트 했다.
한국 영화는 각성해야 한다. 넘쳐나는 작품 수의 OTT와 엄청난 수준의 기술력이 집약된 해외 블록버스터, 마니아층을 보유한 일본 영화 콘텐츠 등에 지지 않으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진짜 영화가 가진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 속 생생한 취재를 통해 영화의 면면을 분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씁니다.한국 영화, 부진의 늪에 빠졌다. 미국 블록보스터에 치이나 싶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도 맥을 못 춘다.
코로나19 관련 방역 지침들이 완화되면서 오랜 시간 얼어붙었던 극장가에 조금씩 활기가 도는 듯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영화 시장 역시 기지개를 켜면서 본격적으로 활성화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2023년 새해 이후 스크린에 걸리는 한국 영화들이 하나같이 기를 못 쓰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1월 18일 나란히 개봉된 계묘년 첫 한국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 누적 관객수 172만)과 '유령'(감독 이해영, 누적 관객수 66만)은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는 스코어로 불명예 퇴장했다. '교섭'은 황정민과 현빈, '유령'은 이하늬와 박소담, 설경구 등 국내 내로라하는 배우를 내세워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본전 구경도 못 한 채 스크린에서 내려와 IP TV로 향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두 작품의 흥행 실패를 바라보는 업계의 분석은 다양하지만, 공통된 의견은 존재한다.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 활동을 간 샘물교회 피랍사건을 다룬 '교섭'은 당초 많은 관객이 공감하기 어려운 소재를 다뤘다는 한계가 있다. '유령'의 경우 밀실 추리극으로 예상됐던 영화 초반이 긴장감 없이 흘러간 탓에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후 2월 22일 '카운트'(감독 권혁재)가 개봉됐지만, 일일 박스오피스 톱5에도 들지 못하고 고전 중이다. 3월 1일 나란히 극장에 걸린 '대외비'(감독 이원태)와 '멍뭉이'(감독 김주환) 역시 개봉 초반임에도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대외비'의 경우 배우 조진웅과 이성민, 김무열 등 굵직한 존재감의 배우가 참여했지만, 기존의 범죄드라마와 차별점 없는 뻔한 서사로 지적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팬데믹 여파', '티켓값 상승', 'OTT' 등의 이유로 여전히 극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3년째 접어든 팬데믹 기간 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영화를 보는 극장 문화가 어색해졌고, 사적인 공간에서 편안한 영화 관람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현상에는 영화 티켓 가격의 상승도 한몫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매일 같이 신작이 쏟아지는 OTT가 우리 삶에 파고든 것이 결정적이란 분석이다.다만, 상기 내용은 전 세계 영화시장이 맞닥뜨린 문제일 뿐 한국 영화 부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사람들은 여전히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을 보기 위해 극장에서 3D 안경 쓰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N차 관람을 하러 극장을 찾는다. 심지어 25년 전 개봉한 '타이타닉'(감독 제임스 카메론)을 다시 보기 위해서도 영화관에 간다. 어찌 됐든 끌리는 게 있으면, 재미와 감동이 있다면 본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국 영화는 제작비나 스케일 면에서 규모가 커지고 CG 기술도 비약적으로 좋아졌지만, 내용물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뻔한 전개와 허술한 얼개 등이 문제로 지적된 작품에서 관객들이 어떤 감동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참신하지도 기발하지도 않은 내용물을 비싸고 예쁜 포장지로 감싼들 의미가 있을까.
한국 영화는 코로나19로 숨죽였던 지난 2년간 발전하지 못했다.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은 퇴보했다는 뜻이다. 예전의 관성대로 영화를 만드니 트렌드에도 뒤떨어지고, 제대로 된 실험과 도전의 흔적도 없다. 팬데믹 기간 OTT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해외 작품의 접근성도 높아졌다. 관객들의 눈은 높아졌는데, 한국 영화는 답보하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텐아시아에 "영화는 특별히 티켓값을 지불하고 보는 콘텐츠니, 좋지 않은 평가와 소문이 나면 관객들은 바로 관람을 포기한다"며 "OTT를 통해 눈이 높아진 관객들은 영화 자체의 퀄리티에 더 집중한다. OTT를 통한 대체제가 많기 때문에 영화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더 따지는 흐름이 생긴 것 같다"고 코멘트 했다.
한국 영화는 각성해야 한다. 넘쳐나는 작품 수의 OTT와 엄청난 수준의 기술력이 집약된 해외 블록버스터, 마니아층을 보유한 일본 영화 콘텐츠 등에 지지 않으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진짜 영화가 가진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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