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정가람 종영 인터뷰
"제대 후 첫 복귀작, 신인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
"문가영, 나보다 어리지만 어른스러워"
"보조 출연자로 오해 받아, 운 좋았다고 장난치기도"
'사랑의 이해' 배우 정가람./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다른 남자와 하룻밤 잤다고 거짓말한 수영이가 나쁘다 할 수 있지만, 종현이의 폭행 자체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경찰을 준비하는 친구가 폭행을 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죠. 시청자들에게 욕은 먹겠구나 싶었어요."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 종영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정가람(정종현 역)이 여자친구인 문가영(안소영 역)이 문태유(소경필 역)과 하룻밤을 보냈다는 거짓말을 믿고 은행에서 문태유를 폭행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 (理解)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 드라마. 정가람은 극 중 KCU 은행 영포점의 청원경찰이자 경찰 공무원 고시생 정종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정가람은 "작년에 군대 전역하고 5월부터 12월 말까지 찍었다. 홀가분하기도 하면서 보내는 게 아쉬운 느낌도 든다"고 종영 소감을 말했다.

'사랑의 이해'는 정가람의 군 제대 후 첫 복귀작이다. 정가람 역시 "2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만이 낯설었다"며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신인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행히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행복하게 한 것 같다. 이렇게 좋은 현장은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얼마나 사이가 좋으면 첫방도 다 같이 봤고, 막방도 다같이 보기로 했다. 그게 저희 드라마를 향한 애정의 힘이지 않을까"라고 배우들과의 돈독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랑의 이해' 배우 정가람./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정가람이 연기한 정종현은 가난하지만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꿈과 희망을 좇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점차 빛을 잃은 인물. 풋풋했던 사랑마저도 나중에는 부채처럼 갚아야 할 거로 여겨지며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복잡한 인물의 감정을 연기한 정가람은 "초반에는 꾸미지 않은, 남녀가 연애하는데 느낄 수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도 연애를 해봤을 때 종현이까지는 아니어도 내 꿈을 보여주고 싶고,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었으니까. 종현이 만큼 집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더 잘해하고 싶은데 가진 게 없어서 못해줄 때의 그런 마음들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종현은 "소경필과 진짜 잤냐"는 울부짖음에도 끝까지 "맞다"고 거짓말하는 안수영에게 "나쁜X"이라고 하기도. '나쁜X'이라는 대사에 대해 정가람은 "그 말이 최선이라서 한 게 아니고 최악이라서 한 것 같다. 진짜 잤냐고 확인하는 게 당시 종현이의 지질함에 대한 걸 보여주는 거다. 그에게 중요한 건 그거밖에 없다는 단어를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의 이해' 에서 가장 이해 안가는 캐릭터로 소경필을 꼽은 정가람. 그는 "전체적인 상황을 종료시키는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갑자기 그 사이를 파고 든 이유가 뭔지, 어떤 감정으로 그렇게 한 건지 모르겠더라. 나쁘다는 생각이 들더라. 문태유 선배님이 너무 연기를 잘해줘서 이입이 잘 됐다. 종현이는 지질하고 자격지심도 많지만 현실에게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경필은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랑의 이해' 배우 정가람./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극중 종현은 함께 스터디를 하는 경찰 공무원 준비생 차선재(조윤수 분)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정가람은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환기를 시킬 곳을 찾는"이라며 "이미 안수영과는 끝난 관계였는데, 정확하게 정리하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갚아야 할 게 있으니까 변명으로 남아있는 게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종현은 수영의 돈을 가져가 놓고 반지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가람은 "첫 데이트는 반지를 그려주고 난리 나지 않았나. 종현이는 그래도 잘 해보려고 했던거다. 반지 그리는 것도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한 행동이었고. 나름의 낭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돈을 빌려놓고 반지를 가져다 주는 행동에 대해 나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아마 반지는 거리에서 파는 3~4000원짜리에 값싼 케이스를 사지 않았을까 싶다. 아직 능력도 안되는데 해주고 싶은 마음은 큰 거다. 종현이도 아마 알고 있었을 거다. 다시 노력한다고 해서 이어질 것 같지 않다는 걸. 그러나 이미 관계가 깊어졌고, 동거로 오래 살기도 했고, 떨어지는 게 너무 무서운, 어느 순간 가족같이 지내는 마음이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종현에 대한 수영의 마음은 사랑이었을까, 연민이었을까. 정가람은 "수영이가 종현이를 생각했을 때 아예 남자의 매력이 1도 없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연민적인 사랑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현이를 연기한 사람으로서 감싸준다면 종현이는 너무 어렸어요. 그래서 상대방한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 같다. 마지막 엔딩에서 경찰이 된 종현이가 교통 정리를 하는데 수영이가 멀리서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니 웃어주잖아요. 그 웃음이 진짜 어미새가 아기새를 둥지에서 내보내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한 때 사랑했던 사람한테 못해준 것도 많고, 미숙했고, 잘못한 것도 많지만 감사한 사람, 종현을 성장시켜준 사람이니까요."

'사랑의 이해' 배우 정가람./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묻자 정가람은 "초반 종현이와는 7~80% 정도 닮은 것 같다. 밝고 꿈이 가득했던 모습이 옛날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나도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부모님이 지원을 해주시지 않았다. 내가 지원을 안 받겠다고 했다. 집도 구해야 하고 하니까 알바도 많이 했는데, 그런 것들이 밝은 미래를 꿈꾸지 않으면 행할 수 없는거더라. 좋은 일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버텼던 모습이 공감갔다"고 말했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정가람은 "유연석 배우님은 첫 호흡이지만 워낙 굵직한 작품을 많이 했어서 친근한 느낌이 있었다. 한참 선배님이라 긴장도 많이 했는데 편하게 대해줬다"며 "극 초반에 종현은 상수를 보면서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존경심을 느꼈을 것 같다. 실제로 나도 현장에서 리더로서 항상 밝고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연석 선배님을 보며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가영은 나보다 어리지만 한참 선배다. 신기한 게 극중 수영이가 연상이라서 그런지 가영이의 분위기에서도 어른스럽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가영이가 연기한 수영이는 나한테 따뜻한 존재였다"고 덧붙였다.

영화 '독전'을 통해 친분이 있었던 금새록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이번에 만나게 돼서 너무 좋았다. 현장에서 마주칠 일이 많지는 않았는데, 종현한테 수영이랑 잘 지내냐고 하는 장면에서 눈빛이 너무 좋더라. 이번에 '사랑의 이해'를 보면서 금새록의 연기 에너지가 너무 좋다는 걸 느꼈다. 친구지만 프로로서 멋있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칭찬했다.

'사랑의 이해' 배우 정가람./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정가람은 보조 출연자로 오해받은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그는 "다들 은행원인데 나만 청원 경찰이니까 은행 세트장에서는 홀로 구석에 떨어져 앉아있어야 했다. 내가 안 걸릴 때는 쉬기도 했는데, 한 보조 출연자께서 오더니 어떻게 고정 보조 출연자로 들어왔냐고, 은행 장면마다 나오는 거냐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다고,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더 장난치면 나중에 배신감이 들까봐 딱 그 정도로만"이라며 웃었다.

어렸을 적부터 배우를 꿈꿨냐고 묻자 정가람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 밀양에서 고등학교까지 진학했고, 대학도 부산외대를 갔는데 하고 싶은 게 아니었으니까 흥미가 안 생기더라. 학교를 밀양에서 부산까지 1시간 30분이 걸려 통학을 하니 쉽지 않더라"며 "부산에서 해운대도 보러다니고, 혼자서 낭만있게 바람도 맞으며 하고 싶은 걸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러던 중 부산에서 피팅 모델 알바를 하게 됐고, 손발이 오그라드는데 웃기고 재밌는 내 자신이 좋아서 직업으로 삼아도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서울에 올라가기로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전까지만 해도 서울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수학여행으로 롯데월드 찍고 온 게 다였다. 서울에 가면 기회가 많지 않을까 싶어 아버지한테 무릎 꿇고 기회를 달라고, 6개월만 생활 해보고 아무 성과가 없으면 군대 다녀와서 아버지가 살라는 대로 살겠다고 했다. 용돈도 안 받겠다는 조건까지 걸었다. 아버지가 반대가 심했는데 결국 네가 고생을 해봐야 안그러지 싶었는지 갔다 와보라고 하더라. 그후 서울 올라와서 알바 하면서 식비 벌고, 프로필 사진도 찍고 돌리고 했다"고 회상했다.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돈이 없어서 술을 먹으며 놀 수도 없었어요. 친구 집에 얹혀살면서 컴퓨터로 드라마 보며 따라하고, 오디션 서류 돌리다 천장을 바라보며 미래가 있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아침이 밝으면 다시 또 일하고 했죠."

'사랑의 이해' 배우 정가람./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지금은 누구보다도 응원을 해준다는 부모님. 정가람은 "서울 올라오고 4년 만에 영화에 캐스팅이 됐고, 운이 좋게 그 작품이 '부산 국제 영화제'에 가서 그때 부모님을 초청했다. 엄청 뿌듯해하면서 지지해주더라"며 "이제는 아버지에게 조금만 더 건강하게 살아달라고, 그래야 아들 덕좀 보지 않겠냐 장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 이해'를 통해 사랑에 대해 이해하게 됐을까. 정가람은 "더 복잡해진 것 같다. 여러 가지 사랑이 있겠지만, 사랑이란 게 뭔지 생각하게 되더라. 아직까지 사랑이 뭐냐고 하면 말을 못할 것 같다.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실제로 낭만파라 아직도 사랑하나 만으로도 모든 걸 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근데 나이가 조금씩 들고 30대가 되니 내 밥그릇도 챙기지 못하면 상대방도 챙길 수 없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이 세상의 '종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정가람은 "아무리 쓰러지고 부셔져도 다시 일어난 종현이가 자랑스럽다. 나는 종현이 편이니까.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회한 일은 후회하되 반복하지 말고, 잘 성장해준 것 같아서 고맙다. 전국에 있는 종현씨들에게도 항상 밝은 마음이 부셔지지 않고 보전할 수 있도록 힘내시길 바란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종현이로 살아가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아요. 보내는 입장으로서 아쉽고 많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종현이부터 상수, 수영, 미경이가 각자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드라마에서는 아픈 것들이 많았으니까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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