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소녀는 영광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이젠 족쇄가 됐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역시 떠나고 싶은 감옥과도 같은 곳일뿐. 이달의 소녀 멤버들은 탈출과 억류, 운명의 갈림길에서 나뉘게 됐다. 그 끝이 해체인지 아닌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13일 소속사를 상대로 멤버들이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희진, 김립, 진솔, 최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하슬, 여진, 이브, 올리비아혜, 고원은 패소해 소속사에 남게 됐다.9명의 멤버는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를 상대로 정산 문제를 비롯해 신뢰가 무너졌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외투어라는 명분으로 이달의 소녀 멤버들을 혹사시켰고, 정산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멤버들의 주장이었다.
승소한 희진, 김립, 진솔, 최리는 같은 소송에서 승소한 츄와 같은 조건의 계약을 유지하고 있었다. 츄는 2021년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를 상대로 "수익은 3대7로 나누면서 비용은 5대5로 정산하는 계약이라 최종 정산은 마이너스"라며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블록베리크리에이트브가 일부 승소하면서 츄와 소속사는 살얼음판과 같은 인연을 유지했으다. 하지만 지난해 츄의 갑질을 이유로 이달의 소녀에서 제명하며 인연은 끝이 났다.
하슬, 여진, 이브, 올리비아혜, 고원의 패소 이유는 1~2년 전 계약 조항을 일부 변경했는데 계약을 해지할 정도로 부당하지 않다는 것. 재판부의 판결로 인해 5명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비비와 현진과 함께 이달의 소녀로 묶이게 됐다.
이브는 "심적으로 매일이 고통스러운 날들이었고 가슴에 트럭을 올려놓은 듯한 갑갑함에 잠 못 이루는 날들이었다. 오빛(팬덤)에게 티내고 싶지 않았는데 미안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눈을 뜨고 감을 때에도 느끼는 절망스러움이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 얼마나 더 아파해야 할지 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보려 한다"고 싸움은 계속 될 것이라 암시했다.
하슬 역시 "앞으로도 길고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오빛들이 옆에 있어준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소한 멤버들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승소했다고 하더라도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와 정리할 문제들이 있기에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츄의 퇴출로 11인조가 됐던 이달의 소녀는 4명이 빠져나가며 7인이 남았다. 패소한 멤버들이 계속해서 법적 분쟁을 이어나갈 것을 암시한만큼 완전체 이달의 소녀는 당분간 보기 어려울 전망.
정산 문제를 해결하고 멤버들과 극적 합의해 7인 이달의 소녀를 이어나갈지, 계속된 싸움 끝에 해체할 지, 운명의 갈림길에 선 이달의 소녀 멤버들의 미래에 걱정 어린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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