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째 연애만 하는 사람이 잘 없잖아요"
"문제는 아직도 너무 좋다는 게 문제, 이상해 미쳤나봐!"
"문제는 아직도 너무 좋다는 게 문제, 이상해 미쳤나봐!"
배우 오나라는 스스로를 선택적 'E'(외향적)이라고 표현했다.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최선을 다해서 분위기를 좋게 하려 나선다"는 오나라는 인터뷰 내내 밝은 에너지로 따뜻하게 이끌었다.
11월의 마지막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압꾸정'(감독 임진순) 인터뷰로 만난 오나라는 진솔하고, 조금은 밝은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최근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의 받은 오나라는 "청룡이라니 말도 안돼"라며 "그 단상까지 올라가는 사이에 기억을 잃을 정도였다"며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혜수 선배님이 좋은 말씀 해주셨는데 그 때는 못 들었어요. 그 다음날에 제가 무슨 말을 했나 영상을 다시 찾아봤는데, 김혜수 선배님이 너무 좋은 말을 해주셨더라고요. 제가 정신 없이 말을 하고 있었고, 중간에 선배님께서 한번 거들어주셨는데 그 때 정신이 돌아왔어요. 너무 감사드려요. 제가 따로 SNS에 가서 감사 인사를 전했어요."
오나라는 이번엔 '압꾸정'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압꾸정'은 샘솟는 사업 아이디어로 입만 살아있는 압구정 토박이 대국(마동석 분)이 실력 있는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 분)와 손잡고 K-뷰티의 시조새를 꿈꾸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에서 오나라는 압구정의 마당발이자, 성형외과 상담 실장 미정을 코미디적으로 풀어 연기했다. "영화에서 제가 고객들 데리고 와서 '수술하고 눈을 못 감아!'라면서 컴플레인 거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마동석 오빠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봤는데 처음 느껴보는 신선함이었죠. 생각하지 못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오는 재미가 있었어요. 예상했던 템포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변박으로 들어오시길래 왜 '마동석마동석' 하는지 알게 됐죠."
자신이 맡은 미정 캐릭터에 대해서는 '남자 대국'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남자 대국은 굵직굵직 알고 있고, 미정은 압구정 구석구석 세세하게 알고 있다. 이들은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를 안다"며 "그렇기에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지만,속마음을 터놓지는 않는다"고 했다. 오나라는 이런 해석을 바탕으로 '압꾸정'의 미정을 연기했다.
코미디 연기에 대해서는 '어렵다'고 했다. 그렇지만 연극-뮤지컬 무대에 서면서 얻은 경력으로 얻은 자신만의 답은 있다. '확신을 갖자'는 것.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면 많은 관객들이 공감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제가 로맨틱 코미디부터 코미디물을 많이 했어요. 사실 모든 사람들을 다 재미있게 하기는 어려워요. 나 스스로 긴가민가 뜨뜻미지근 하면 여지없이 관객들이 알아차리더라고요. 제가 찾은 나름의 정답은 '확신을 갖고 확실하게 밀어붙이자'는 거죠. 그럼 공감해 주시더라고요."오나라는 또 tvN 예능 '식스센스' 출연이 코미디 연기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도움이 되는 거 같다"고 했다. 이어 "내려놓고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게 됐다"며 "멤버들이 되게 거침 없이 했는데 그걸 지켜보면서 나도 모르게 배운 거 같더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연기가 재미있고, 사는 게 재미있다"는 오나라는 22년째 연애 중인 배우 출신 교수 김도훈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제는 그만 말하고 싶은데 또 다들 궁금해 하시고, 물어보면 또 저는 열심히 대답하게 되잖아요"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오나라는 김도훈에 대해 '서로 특별하게 말하지 않아도 어떤지 다 아는 사이'라면서 "문제가 뭐냐면 20년이 지나도 너무 좋다는 게 문제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머리나 몸에 문제가 있다, 나 좀 이상해 미쳤나봐!"라고 말한 오나라는 "20년이라는 게 싫은데 억지로 만날 수 없는 기간이다. 좋으니까 만나는 거 같다. 남자친구랑 대화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 스케줄 끝나고 빨리 만나고 싶다. 만나자고 연락하고 달려가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20년 넘게 만나면서 그 사람한테 배운 게 되게 많아요. 어렸을 때 저는 까칠한 완벽주의자였거든요. 자신에게 까칠하고 하고자 하는 일이 안됐을 때 많이 힘들어 했어요. 그런데 정반대의 사람을 만난 거죠. '괜찮아, 이것도 다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니야. 너무 너한테 엄격하게 굴지마.' 이런 말들을 많이 해줬고, 제 마음에 차곡차곡 쌓였죠. 남자친구가 사업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분의 모토는 '만 원만 남아도 남기는 거다'였어요. 다 퍼주고, 베풀고, '그렇게 해서 남는 게 뭐가 있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항상 주더라고요."
"까칠한 오나라를 둥글둥글한 사람으로 만들어 줘서 고맙다"며 김도훈에 대한 애정을 연발한 오나라는 아직도 김도훈에게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오나라는 "22년째 연애한 사람이 드물지 않냐"며 "그래도 너무 좋다"며 '찐' 사랑꾼의 면모를 나타내며 핑크빛 에너지를 한가득 뿜어냈다.
한 사람과 22년의 긴 시간 동안 함께하며 여전히 설렘과 감사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오나라의 인품을 짐작케 했다.
"집에서는 말 한 마디 안 하고 뜨개질 하는 게 좋다"는 오나라는 "저에게는 연기가 일이고 취미이고, 가장 하고 즐거운 일이다"라며 "저의 모습에서 어떤 슬픔, 밝음 등을 보셔서 역할을 제안 주신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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