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조짐≫

프로그램 취지와 멀어진 '나 혼자 산다'
연예인 PR과 작품 홍보가 되어버린 '전지적 참견 시점'
주객이 전도된 프로그램. 초심 찾아야 발전도 가능

≪우빈의 조짐≫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기자의 시선을 더해 신선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MBC 간판 예능격인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이 색깔을 잃었다. 연예인에겐 홍보의 수단이 됐고 방송국에겐 이슈의 기회일 뿐이다.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 모두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지만, '싱글족'과 '매니저의 제보와 참견'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매력이 사라진 건 콘셉트가 사라졌기 때문.

'나 혼자 산다'는 평균 7% 대의 시청률이 고정이고 '전지적 참견 시점'은 평균 4%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 시청률은 숫자일 뿐 프로그램의 매력을 판단하는 객관적 지표는 될 수 없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일정한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건 오래 됐고 황금시간대 방송이기 때문. '나 혼자 산다'는 2013년부터, '전지적 참견 시점'은 2018년부터 금요일과 토요일 밤 황금 시간대를 꽉 쥐고 있는 터라 고정 시청층은 두텁다. 안정적인 시청률과 화제성에 급급하다보니 발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프로그램이 정체성을 잃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잡탕이 되어버렸다.

지난 21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 최근회차는 혼전 임신한 허니제이의 결혼 준비 이야기로 이어졌다. 결혼을 준비하며 어머니와 추억을 쌓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주는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아기용품을 사러가고 예비 남편 최초 공개라며 호들갑을 떤 순간 분위기는 갑자기 '동상이몽'이 됐다. 물론 임신과 결혼은 개인의 경사다. 마땅히 축하받을 일이지만 '나 혼자 산다'의 취지와는 맞지 않은 에피소드다.

'나 혼자 산다'는 비혼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에선 자유롭다. 전현무와 한혜진의 열애 당시에도 동반 출연이 껄끄럽지 않았던 건 '혼자의 삶'에 집중했기 때문. 김광규의 결혼 타령이 지겨워도 아무렇지 않았던 것 역시 독거남의 일상 중 한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랜 고정 멤버였던 육중완과 이시언이 공개 연애를 하다 결혼했을 때 축하 분위기였던 건 무지개 회원들의 축하에 초점을 맞춰서였고. 육중완도 결혼 직전 '나 혼자 산다'에 나왔지만 멤버들과의 관계도 다져진 우정 파티가 끝이었다. 허니제이의 예비 남편의 '나 혼자 산다' 출연은 제작진의 욕심이 빚어낸 미스 캐스팅다.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고 동반출연할 수 있지만 굳이 '나 혼자 산다'에서 할 필욘 없었단 이야기다.

처지는 '전지적 참견 시점'도 다르지 않다. 매니저의 제보와 연예인의 일상, 참견인들의 토크로 이뤄지는 프로그램이지만 '나 혼자 산다'와 다를 것이 없어졌다. 매니저의 출연은 수단일 뿐 연예인 자기PR이나 작품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게 대다수다.

매니저의 일과, 매니저가 제보하는 연예인의 일상, 매니저와 연예인과의 연대에서 오는 재미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영자와 홍현희의 이야기는 먹방이 되어버렸고, 조나단·패트리샤처럼 누군가를 띄우기 위한 수단도 됐다.

'전지적 참견 시점'의 화제성이 초기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진 이유는 주객이 전도됐기 때문이다. 홍보에만 무게 추가 기우니 흥미와 재미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애 프로그램이나 부부, 결혼 같은 주제가 확실한 예능은 별 다른 노력이 필요 없지만, 리얼리티는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화제성에 취하면 고수해왔던 콘셉트를 지키기 쉽지 않아진다. 프로그램의 의도와 콘셉트를 잘 지키고 있는 리얼리티 예능이 없진 않다. KBS2 '1박 2일'이나 SBS '미운 우리 새끼'처럼 콘셉트를 지키면서 얼마든지 관심받을 수 있다.

반복된 홍보 방송과 취지에 맞지 않는 방송을 꾸리는 건 제작진의 무능이 주요 원인이다. '나 혼자 산다'은 출연진의 논란이 몇 번 발생하긴 했지만 금요일 예능 최강자이며 '전지적 참견 시점' 역시 신선했던 예능이었다.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던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편한 웃음을 주길 기대해본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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