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 '자승자박' 상황에 놓였다. 부진한 MBC '놀면 뭐하니?'를 '심폐소생'하기 위해서인지 '무한도전'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콘셉트와 장면을 따라하기 시작한 것. 흥행한 출연 예능을 끌어와 '자기복제'로 위태로운 '놀면 뭐하니?'를 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신입사원 면접부터 연봉 협상에 이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JMT(Joy&Music Technology) 직원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JMT 직원들이 첫 출근 기념 자기소개를 하며 오전 일과를 보냈다. 이후 JMT 입사 면접이 진행됐다. 첫 번째 면접자는 이이경이었다. 면접 자리에서 유재석은 "고등학교 때 중퇴했다고 (들었다)“고 질문했다. 이이경은 "아버지께서 권유했다"고 답변다. 이어 "중학교 때까지 공수도를 하다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우울증이 왔는데 그때는 우울증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또한 "어릴 때는 아버지가 엄해서 모든 말이 잔소리 같았는데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다 아는 말을 반복해서 하셨다. 그땐 왜 그러나 싶었는데 그 말의 영향력이 크더라. 우리에겐 아버지의 모습이 있다"며 공감했다.
두 번째 면접자 박진주였다. 유재석은 박진주에게 "서울 올라온 지 얼마나 됐나"고 물었다. 박진주는 "언니와 같이 살다가 혼자 살기 시작하고 15년"이라고 답했다. 유재석은 "언니와 많이 싸우지 않았냐"고 하자 박진주는 "많이 꼴 보기 싫어했다"며 친언니와 티격태격한 일화를 풀어놨다.
박진주는 "언니가 대학교에 다니면서 입시학원 선생님도 했다. 고3 친구들 가르치고 집에 오면 딱 봐도 재수해야 할 것 같은 애가 있으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제가 학원은 자꾸 안 가고 머리 고데기하고 음악 들으면서 감정에 빠져서 울고 그러니까 학원 바로 앞에 고시텔에 나를 넣었다. (내가) 미안해해야 하는데 고시텔에 있는 내 모습, 시간, 이런 걸 즐겼다. 자우림 '샤이닝'을 들으며 '인생이란 뭘까' 생각하다 울면서 학원에 또 못 갔다. 대학에 떨어져야 맞는데 또 붙은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졸업하고 또 언니와 살았다. 제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니까 너무 힘든 거다. 걱정되니까. 그래서 쫓아냈는데 '나 혼자 산다'를 찍었다"고 밝혔다. 내쫓길 때마다 생기는 경사에 유재석은 "언니가 한 마디로 열받겠다"며 폭소했다.언니가 곧 결혼한다는 박진주는 영상편지를 쓰려다 "눈물 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음을 진정한 뒤 "언니가 부모님께 손 벌리지 말자며 월급으로 제 학원비를 내줬다. 고맙고 제2의 엄마"라며 언니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유재석은 팀원들과 연봉 협상을 시작했다. 인생 첫 계약서를 쓰게 된 사회 초년생 이미주 사원부터 경력직에 가장이라는 점을 강조한 하동훈(하하) 대리, 정준하 과장까지 '협상 같지 않은' 연봉 협상을 끝냈다. 마지막 JMT 직원들은 함께 'If I Can Dream'을 부르며 한 편의 뮤지컬 같은 장면을 만들었다.
JMT는 '놀면 뭐하니?'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회사다. '무한도전'의 무한상사에서 유재석 부장이 20년 넘게 다닌 무한상사에서 사표를 내고 이직한 회사라는 설정이다. 이러한 장면은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다.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편에서 여러 번 봤기 때문. JMT가 무한상사와 세계관이 이어진다는 '변명'이 무색하게 이날 방송은 무한상사 콘셉트 '재탕'에 지나지 않았다. '권위적인 꼰대 상사' 유재석과, 유재석을 따를 수밖에 없는 부하직원들의 모습, 게다가 뮤지컬로 에피소드를 마무리하는 구조까지 기시감만 느껴질 뿐 신선함은 없었다.
게다가 유재석이 신입사원 입사 면접을 보는 장면은 유재석이 진행을 맡고 있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연상케 했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 내려는 콘셉트가 그 이유. 조세호 없는 '유퀴즈'에 불과했다. 앞서 박창훈 PD와 '기상캐스터'라는 코너로 이이경의 집을 기습하는 화면 구성 역시 '유퀴즈'를 연상시켰다.
유재석이 '놀면 뭐하니?'의 제작과 연출을 맡고 있진 않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유재석이라는 주축을 바탕으로 제작진이 밀고 가는 구조. 그렇다면 자신이 출연하는 다른 프로그램과 '겹치기 콘셉트'는 '국민 MC'로서 조절할 필요가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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