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연중일기≫
김부선, 딸 이루안(이미소) 출연 방송에 분노
낸시랭 비판 넘어 사적 영역인 '가정 폭력' 공격
"순간 화가 나 심하게 말했다" 하루 만에 사과

≪우빈의 연중일기≫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의 기록을 다시 씁니다. 화제가 되는 가요·방송계 이슈를 분석해 어제의 이야기를 오늘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김부선이 사랑하는 딸 이루안(이미소)에게 상처를 입혔다. 천륜으로 묶인 두 사람이기에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본인들이 밝힌 이야기들, 그동안 일어났던 사건들만 나열해도 그리 행복해보이진 않는다.

돌려 말하는 법이 없고 사건 일으키기를 무척 좋아하는 김부선. 김부선의 행동에 다시 불똥이 튄 건 딸이었다. '김부선 딸'이란 꼬리표를 이름까지 바꾸며 끊어내려 했지만, 김부선의 모성은 이루안을 쉬이 놔주지 않았다.

배우라는 타이틀보다 김부선의 딸로 더 불렸던 이미소. 누렸던 것들도 있었으나 피해도 적지 않았다. 엄마 때문에 폭행을 당했고 따돌림도 당했다. 엄마를 따라 연기를 시작했으나 이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계속된 김부선 이슈에 이미소는 5년 전 연예계를 떠났다. 이미소는 이루안으로 개명해 돌아왔다. 이루안으로 처음 선 곳은 예능 '펜트하우스'였다. 드라마, 영화가 아니라 예능을 택한 건 개명 이유나 그간 있던 일들을 터놓을 수 있는 소통 창구였기 때문일 것.

이루안은 "저는 전 이름을 좋아했다. 부르기도 편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시끄러운 일을 겪고 나서 인터넷에 제 이름을 검색해보니 속상한 기사들이 너무 많더라. 그동안 배우로서의 경력이 더럽혀진 기분이었다. 그래서 배우로서 새 출발의 의미로 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루안은 자신을 '신인 배우'라고 칭하며 이미소 시절과 확실히 선을 그었다.

본인도 견디지 못한 시끄러운 일의 중심엔 김부선이 있었다. 하지만 복귀 예능에서도 김부선이 등판하면서 더 시끄러워졌다. 김부선이 '펜트하우스'를 시청한 뒤 이루안을 저격한 낸시랭에게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 해당 방송에선 낸시랭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이루안의 무뚝뚝함을 지적하면서 탈락 후보로 몰아갔던 이유를 밝혔다. 이루안은 "왕따를 당하는 기분이 든다"며 울었고 낸시랭은 이를 봐주지 않았다. 김부선은 화를 참지 못했다. 김부선의 비판은 프로그램에서의 낸시랭의 행동을 넘어서 그녀의 사적 영역을 헤집어 놓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김부선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몇십 cm 하이힐 신고, 이상한 고양이 하나 어깨에 걸치고 다니면서 지 아버지 살았는데 죽었다고 하는 골 때리는 애"라며 "늙은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저렴하고 천박한 인식인지 모른다. 먼저 인사하면 헌법에 걸리나. 구속되나"라고 흥분했다. 김부선은 낸시랭을 향해서 "너 말 조심해. 싸가지 없는 계집애 같으니라고. 네까짓 게 뭔데 애를 인사 안 했다고 기분이 나빠서 왕따를 시켜서 애를 빼려고 했어? 그러니 맞고 살지"라고 저격했다. 낸시랭은 전 남편 왕진진으로부터 폭행, 감금 및 동영상 협박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그를 고소했다. 왕진진은 징역 6년이 확정됐다. 김부선은 이를 공격 포인트로 삼은 것.

김부선은 하루 만에 낸시랭에게 사과했다. 그는 "낸시랭 씨에게 죄송하다. 정말 부적절했다. '그러니까 맞고 살지'는 정말 제가 가장 혐오하는 말이다. 굳이 변명하자면 딸이 우는 거 보니 순간 화가 많이 났다. 제가 좀 심하게 말을 했다. 죄송하다"고 고개숙였다.

헤프닝으로 끝난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루안이다. 신인배우 이루안의 바람과 달리 다시 한번 김부선의 딸이란 타이틀이 이름 앞에 붙기 시작한 것. 개명과 5년간의 휴식으로 얻으려고 했던 홀로서기 노력은 김부선의 행동과 사과로 물거품이 될 상황에 놓였다.

이루안은 과거에도 김부선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직접 방송에서 언급했고 김부선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김부선은 이를 방송에서 거듭 말하며 딸의 상처에 기름을 부었다. 김부선은 2012년 SBS '강심장'에서 "내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딸이) 김부선 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많이 맞았다"고 말했다. 딸이 학폭 피해를 입었다는 말을 방송에서 하는 바람에 이미소와 사이가 멀어졌다. 김부선은 "'강심장' 출연 이후 딸과 사이가 멀어졌다. 녹화 후 집에 가는데 미소가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초, 중학교 이야기를 하며 마음에 있는 말을 쏟아냈다"면서 "'엄마가 여러 가지 사건을 일으킬 때마다 내가 얼마나 심한 왕따를 당했는지 아느냐'고 했다. 그때 딸이 무서웠다"고 밝혔다.

김부선은 "현재나 과거나 난 범죄자가 아닌데 좋지 않은 시선들이 있는 것 같다. 또 내가 의지할 사람이 딸밖에 없으니까 지나치게 의지하고 과잉보호하면서 살았다. 나도 마음의 치료를 받고 싶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이미소는 김부선과 함께 사는 것을 포기하고 독립했다.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어도 그의 딸임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2020년 김부선이 페이스북에 "서로 인연 끊고 타인처럼 지내자던 긴 시간 그래왔던 딸 미소가 조금 전 톡이 와서 제발 부친 얘기 삭제하라며"라고 의절 사실을 알리면서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미소는 김부선에게 '천박한 엄마를 둔 이미소가 너무 불쌍하다' 등의 인터넷 글을 보내면서 "제 얘기 그만하세요 저번에는 이름까지 썼던데요. 진짜 그만하세요"라며 자신을 언급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부선의 분노는 딸을 위함이었을 터다. 하지만, 모성애를 과격한 언행으로 세상에 알리는 것은 이루안의 새 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애끓는 모성의 끈적함보다 연예계 선배로써의 냉철한 판단이 이루안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때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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