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명량'과 같은 신파는 없었다. 오로지 인물 하나하나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순신 장군과 그의 옆에 있는 장수, 그에 맞선 왜군까지.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은 1592년 7월 8일 한산도 대첩 짜릿하고 통쾌한 승리의 그날 함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 항포 해전 이후 약 한 달간, 한산해전이 일어난 후일까지를 그린 작품.1592년 5월 조선은 왜군의 침략으로 10일 만에 수도 한양을 내줬다. 전라좌수사 이순신(박해일 분)은 왜군을 상대로 옥포, 적진포, 사천, 당포, 당항포, 율포까지 연이은 전투에서 승리했다. 왜군 수군 최고 사령관 와키자카(변요한 분)는 1600여 명의 군사를 앞세워 허를 찌르는 기습으로 용인 광교산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조선 임금 선조가 평양성을 떠나 의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순신은 흔들림이 없었다. 왜군은 평양성을 넘어 명나라를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 이에 이순신은 자신이 있는 전라좌수영에서 왜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부하들과 출정을 준비한다. 하지만 와카자키는 부하이자 조카인 사헤에(이서준 분)에게 조선 수군이 있는 곳으로 보내 이순신에 대한 정보를 얻어오라고 한다.사헤에는 조선 수군에 숨어들어 왜군을 두려움에 떨게 한 메쿠라부네(일본식 거북선 이름)에 불을 지르고 거북선의 설계도를 훔쳐 달아난다. 설계도를 빼앗긴 이순신은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이순신은 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으로 학익진 전법을 선택했다. 바다 위에 성을 쌓아 왜군을 무찌르겠다는 작전인 셈. 이순신은 원균(손현주 분)의 반대에도 각 장수들을 성격과 장점을 고려해 진의 위치를 정한다. 이어 조선의 운명이 걸린 전장으로 나선다.
'명량'과 비교하면 '한산'은 오로지 인물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순신만이 아닌 장수들도 하나하나 비춰준다. 많은 장수가 등장하나 각각의 사연을 풀어내지 않고 대사를 통해 각 장수들의 성격을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박해일과 함께 조선 수군으로 호흡을 맞춘 안성기, 손현주, 박훈, 공명, 박지환 등은 묵직한 무게감을 안겨준다.
'한산'에서는 박해일이 젊은 패기를 가진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박해일은 많은 대사보다 승리를 열망하는 눈빛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한마디의 말보다 묵묵함으로 무장한 절제된 매력을 보여주는 것. 기록으로 남겨진 이순신 장군과 흡사한 모습을 그려냈다. 변요한도 박해일에 밀리지 않는 눈빛과 지략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박해일과 변요한의 만만치 않은 지략 대결도 관전 포인트.
이 외에도 준사 역을 맡은 김성규, 의병 황박 역의 이준혁, 사헤에 역의 이서준 등이 존재감을 톡톡히 발휘한다. 가장 돋보이는 건 해상 전투 신이다. '한산'의 또 다른 주인공은 거북선이다. 거북선의 등장은 히어로가 등장한 듯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스크린 속에서 51분간 펼쳐지는 해상 전투 신은 속도감을 앞세워 시원함을 객석으로 전달한다.
특히 사운드에도 신경을 쓴 모양새. 극장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는 심장 박동수를 높이며 해상 전투 속으로 빠지게 만든다. 귀를 만족하게 하는 큰 사운드와 시원함을 엿볼 수 있는 CG는 눈을 즐겁게 만든다. 김한민 감독은 사운드를 줄이지 않고 대사를 자막 처리해 전투의 흐름을 끊지 않았다. 마치 가이드가 하나하나 담백하게 설명을 해주듯 통쾌한 한산도 대첩 승리의 함성을 들려준다.
7월 27일 개봉. 러닝타임 129분. 12세 관람가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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