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관찰 예능,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다
부부 간의 불화가 민낯 그대로
욕설, 원망, 사생활 등 매운맛 소재
매회 강도 높은 갈등, 후폭풍도 고려해야
장가현, 지연수/사진=텐아시아 DB, 인스타그램


<<류예지의 옐로카드>>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가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연예계 사건·사고를 제대로 파헤쳐봅니다.
유행처럼 번진 부부 관찰 예능은 그간 수많은 문제점과 논란을 안고도 여전히 방송가에서 '시청률 흥행 수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성관계 폭로부터 욕설이 남발하는 부부 리얼리티가 이대로 방송가를 장악해도 될지는 미지수다.

물론 결혼은 현실이기에 연애 시절과는 다르게 갈등이 더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을 터. 게다가 부부 관계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이들의 속사정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다소 개인적이고 깊은 교감을 그 모습이 어느 정도 카메라에 담긴다는 것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최근 부부 관찰 예능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자극적인 소재를 일삼는 등 경쟁도 점점 과열되는 추세. 주 시청층이 아무리 청소년이 아니라 할지라도 방송이 한없이 폭력적으로 변질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가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시즌2로 돌아온 ‘우리 이혼했어요’는 시즌1에 이어 시청률 6%대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지연수, 일라이/사진 제공=TV조선


이 프로그램을 대박 나게 만든 첫 번째 장본인은 일라이와 지연수. "우리는 쇼윈도 커플이었다"는 파격 발언으로 시작한 이들의 등장은 매주 화제를 모았다. "난 ATM기에 감정 쓰레기통이었다", "난 너희 가족에게 돈 안 주고 써도 되는 하녀였다", "귀머거리·벙어리·장남으로 9년 살라고 했다" 등 일라이 어머니에 대한 지연수의 폭로가 매회 이어졌기 때문.

바로 이어 장가현, 조성민 역시 '관계 회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폭력과 불륜만 남았을 뿐.장가현은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힘들었던 점을 토로하며 분노를 참지 못하고 조성민에게 폭력을 가했다. 전 남편 조성민의 경우 장가현의 불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장가현이 핸드폰 속 문자에 부적절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장가현, 조성민./사진제공=TV조선


회차가 거듭될수록 서로의 상처만 들쑤시며 점입가경의 모습을 보여준 이들. 부부의 연을 끝낸 스타들의 이혼 스토리는 씁쓸함을 자아냈다. 여기에 대부분 미성년자일 자녀들이 방송으로 인해 입을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는 누구도 고려하지 않아 보였다.

여기에 최근 시작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또한 결혼 생활에서의 갈등을 다룬다. 남편에게 'X발'이라고 매일같이 욕을 일삼는 아내, 며느리의 이직을 반대하는 시어머니, 이혼 위기를 겪는 부부. 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특히 배우 김승현의 부모 김언중, 백옥자 부부는 2018년 ‘KBS 연예대상’ 베스트 커플상까지 받았으나 불과 4년 만에 황혼 이혼 위기를 겪었다. 백옥자는 김언중에게 "제발 충격 좀 안 받게 해줘. 내 몸이 병X 될 것 같아", "나한테 거짓말했잖아. 또 거짓말하냐, 네가 인간이냐", "나잇살 먹어 가지고 X발"이라며 연이어 욕설을 쏟아냈다.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사진 제공=MBC


급기야 백옥자는 핸드백으로 남편의 얼굴과 몸을 때리며 "넌 인간도 아니다", "너와 나는 끝이다. 집에 들어오지 마라"라고 말하며 사라지기에 이르렀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요즘 부부 관찰 예능이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선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자체적으로 자극적인 소재를 줄여나가거나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부부의 갈등과 다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기도. 이쯤 되면 부부 관찰 예능이 정녕 이혼을 막고 관계를 연결해주는 게 주 목적이자 취지인지 궁금하다. 부부만이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를 전국에 알리는 데만 몰두할 경우, 그 피해가 얼마나 확산될지는 가늠할 수 없다.

부부들의 사생활을 캐내는 예능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지금. 한 가정을 그저 오락적인 요소로 삼고 있지는 않은지 제작진들의 직업윤리 역시 논의가 필요할 듯.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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