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와이하이

청춘은 용감하다고 했던가. 안전한 현실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젊음을 투자한 세 친구가 있다. The Paradice(본명 송민욱), March 12(본명 최동호), 팝식(본명 권민혁)이 그 주인공. 음악이라는 하나의 꿈을 좇아 와이하이라는 팀을 결성했고 타인이 정한 기준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노래하는 중이다.

세 멤버 모두 작곡, 작사, 편곡이 가능하고 개성이 뚜렷하다. 하지만 와이하이라는 팀 아래선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움직인다. 그래서 이들의 노래는 편안함 속에 독특함이 숨겨져 있다.

와이하이의 매력을 먼저 알아본 곳은 터키다. 와이하이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기도 전부터 이들을 알았고 유튜브 등을 통해 와이하이의 노래를 들었다. 한국 가수 최초로 터티 전국 투어를 도는 등 '터키의 BTS'라 불리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와이하이. 지난 2월 앨범 '커스터마이즈 파트1(Customize Part I’을 내고 도약을 준비 중인 와이하이를 텐아시아에서 만났다.
사진=와이하이

와이하이는 비틀즈 덕분에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습생 생활을 먼저 시작했던 The Paradice가 마음이 맞지 않는데도 어떻게든 가려는 연습생을 보면서 비틀즈를 떠올렸다. 그는 비틀즈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가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고 생각했다. 과감하게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함께 발전할 친구를 찾던 중 고교 동아리 후배였던 팝식과 친구 March 12를 떠올렸다. 취미로 음악을 하던 팝식은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결심한 시기 The Paradice를 만났다. 세 명이 모인 뒤 제일 먼저 한 일은 팀명 짓기. March 12은 "'사람들은 왜 항상 높은 곳만 보고 올라갈까, 주변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현재를 조금 즐기자 앞만 보고 가지말자는 뜻으로 와이하이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음악을 계속하면서 팀명의 의미도 변했다고. 팝식은 "'왜 높은 곳만 바라봐야 할까?'였다면 이젠 '쟤네 왜 높아?'가 됐다. Wi가 Why? 가 된 것"이라며 "유명해진다는 건 높은 곳에 있다는 거다. 와이하이가 언제까지 언더에만 있을 게 아니니까. 성장하면서 커진 욕심이나 목표 같은 거다"라고 설명했다.

와이 하이는 멤버들끼리 음악을 했으나 한계를 느끼고 소속사에 들어갔다. 와이하이의 색을 보장해주고 지원도 약속했기에 계약을 했지만, 초반과 말이 달라졌다."인기 아이돌 노래와 댄스 커버만 시키는 등 계약과 다른 것들을 하게 했어요. 브이라이브 채널을 개설하게 됐는데 터키 사람들이 들어와서 관심을 갖더라고요. 터키 노래에 춤을 춰달라고 해서 춤을 췄는데 그 짧은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면서 터졌어요. 터키 팬이 유입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늘어나더라고요.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에 팬들의 DM에 하나하나 답장을 했더니 그게 또 소문이 나서 팬이 더 늘었어요." (The Paradice)
사진=와이하이의 The Paradice

위기는 기회가 됐다. 와이하이는 회사를 나왔고 터키와 인연이 닿아 터키로 떠났다.

The Paradice는 "터키 공연장을 개방해 무료 공연을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티켓과 숙소만 예약해놓고 무작정 터키로 갔는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더라. 터키 사람들은 와이하이가 어떤 팀이고 어떤 노래를 하는지 모르지 않나. 와이하이 홍보를 위해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버스킹을 했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를 튼 뒤 공연을 했다"고 터키의 첫날을 회상했다.

그는 "어떤 외국인이 다가와선 '너네 이름 뭐야? 인사해줘'라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처음엔 무례하게 느껴져 무시하려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우리는 와이하이고 힙합과 알앤비를 하는 팀이야'라고 소개했다. 숙소를 가는데 공식 인스타그램이 난리가 났다. 알고 보니 그 외국인이 600만 팔로워가 있는 모로코 출신 유명 여행가였던 것"이라면서 "인스타스토리에 우리 공연을 공유해줘서 하룻밤 사이에 와이하이를 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다. 그게 터키와 맺은 첫 인연"이라고 설명했다. 터키와의 인연은 버스킹에서 시작됐지만 멤버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터키 유명 가수의 노래와 터키 노래들을 리믹스 버전으로 유튜브 채널에 올리면서 터키 팬이 꾸준히 유입됐다. 터키인은 관심을 갖는 대상에게 모든 애정을 쏟아붓는 성향이라 팬들이 터키 가수에게 와이하이를 언급했다. 터키 가수들이 와이하이를 태그하고 언급하자 현지 방송국과 매니지먼트도 와이하이에게 호기심이 생겼고 공연을 제안했다.

"에디스(Edis)라고 터키 국민 가수가 있어요. SNS에 '네 노래를 커버해서 노래할 거야'라고 댓글을 달았는데 필요한 게 있다면 다 지원해주겠다는 답장이 온 거예요. 방송국에서 우리 공연을 취재하러 왔죠. 우리 공연장과 가까운 곳에 에디스의 공연이 있다고 해서 공연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 요청도 수락해 백스테이지에 가서 이야기도 나눴어요. 공연에서 커버했던 노래를 같이 부르자고 즉석에서 제안을 하는 거예요. 무대에 올라가서 불렀죠. 수천 명의 관객이 있었으니 그 무대가 이슈가 됐고, 터키 투어를 하자는 제의가 바로 들어왔어요. 그래서 바로 터키로 향했죠." (The Paradice)

툭 던져 얻은 행운. 와이하이는 기회를 얻었지만 열정으로만 버티기엔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촘촘하게 짜인 일정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잔 게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한 개의 공연이 끝나면 바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리허설을 하고 공연을 하고 다시 이동하는 일정의 반복이었다. 멤버들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공연을 하면서 팬을 만났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왜 살지, 뭐 때문에 이러고 있지. 재미없다. 힘들다'는 생각만 했다"고 털어놨다.
사진=와이하이의 팝식

"공연을 하면서 에너지를 주고받아요. 우리가 쏟는 에너지만큼 팬들에게 받는 에너지고 크거든요. 근데 체력을 회복할 시간도 없이 팬들을 만나니까 그 에너지를 즐길 힘이 없더라고요. 우리에게 여유가 없으니 팬들의 애정과 관심도 힘들었던 거죠." (팝식)그럼에도 팬들이 있어 마음을 다잡았다. 와이하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70대 팬. 첫 공연부터 쭉 공연을 찾아 와이하이의 노래를 들었다. 최근 공연에는 손주를 데리고 왔다고. '절대 포기하지 마. 사랑해'라는 응원은 와이하이의 원동력이 됐다. 팝식은 "사실 코로나로 터키를 가지 못해서 초창기와 비교해 팬덤 크기가 줄었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를 찾는 고정 팬이 있다. 그 자체가 감동이고 감사"라고 말했다.

감사함을 잊지 않기 위해 와이하이는 제대로 된 앨범을 준비했다. 음악에만 집중하기 위해 가평으로 떠났다. 각자의 삶이 있던 멤버들이었기에 일상을 포기한 건 리스크를 감수한 선택이었다. The Paradice는 "일을 하면서 수익은 안정화됐는데 음악에 시간을 못 쓰니까 돈이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돈을 버는 것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봤는데 큰 가치가 없더라. 차라리 굶고 음악을 하고 미래를 보는 게 정신건강에 더 좋았다. 그래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만 하니까 스트레스가 없더라. 앞으로 이렇게 살아야겠다, 음악을 더 열심히 만들어야겠다는 자극도 받았다. 그게 계기가 되어 이번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 앨범이 나오니까 모든 일이 작은 일 하나로 시작된다는 걸 느껴 선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 앨범이 어떻게 굴러갈지 얼마큼 커질지 기대가 된다. 너무 잘했던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만족했다.
사진=와이하이

그렇게 나온 앨범이 '커스터마이즈 파트1'이다. 앨범에는 'Swish' 'Stuck In Summer' 'Phantom' 'Hero' 'Cappadocia Camel' 'Lemonade' '걍 Let's Go' 'Noise Canceling' 'Let's Live On The Sky' 등 9곡이 수록됐다. 전곡 세 멤버가 작곡, 작사했고 프로듀싱도 직접했다. 싱어송라이터가 그룹으로 모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업들이었다. "프로듀싱을 맡은 사람이 그 곡을 리드해요. 어떤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썼는지 이야기를 해주죠. 비트를 만들었는데 가사가 떠오르지 않으면 같이 이야기를 해서 만들어요. 가사를 쓰고 리드한 사람이 보고 됐다 싶으면 완성을 하는 거고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재요청해요. 유기적으로 돌아가요." (팝식)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고 감정이 다른데 노래가 같을 수 없잖아요. 어떤 콘셉트를 정하고 그에 맞춰서 음악을 하기 싫었어요. 다른 컬런데 색을 맞추고 순서를 맞추는 게 싫었죠. 우리 셋 모두 음악 색이 다르고 프로듀싱의 컬러가 다른데 같은 앨범으로 묶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록곡에서 제외한다는 건 있을 수 없었죠. 그래서 다 담았어요." (March 12)
사진=와이하이의 March 12

콘셉트 없는 게 콘셉트다. 노래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트랙 순서를 정할 때 스토리나 텐션 속도 따르는 규칙이 있는데 와이하이는 그냥 마음대로 순서를 정했다. 다만 1번 트랙과 9번 트랙을 더블 타이틀로 정해 수미상관은 맞췄다. 그래서 독특한데 안정감이 있다. 어떤 노래가 나와도 상관없는 느낌이다.

앨범명 '커스터마이즈'가 와이하이 음악의 답이다. 원하는 대로 만드는 것. 음악에 대한 힌트는 앨범 아트윅에도 있다. March 12의 친동생이 직접 그린 아트윅은 피자. March 12는 "원하는 대로 토핑을 선택할 수 있는 피자처럼 원하는 노래를 얹었다는 의미다. 하나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 멤버 모두의 색깔을 담았다. 우리는 각자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과 분량을 정해놓고 장점들을 무기처럼 적재적소에 잘 쓴다"고 자랑했다.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수록곡의 뮤직비디오도 시간을 두고 다 만들 계획이다. 버릴 곡이 없기 때문에 영상으로 남기고 싶다는 멤버들의 뜻이다. 올해는 영상을 제작하고 할 수 있다면 파트2를 제작하는 게 목표. 9월에 터키 공연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팬들을 위해서라도 풍성한 셋리스트를 꾸미고 싶은 마음이다.

와이하이는 '커스터마이즈'가 새로운 서사의 시작이라고 했다. 음악 하는 친구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공연을 하고 있는 팀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누구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 원하는 대로 음악을 하겠다고 했다.

"한국 활동이라고 하는 게 웃길 수 있는데 국내에서 성과를 얻고 싶은 시작점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나가는 첫 인터뷰라 우리가 가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현실이 확 느껴져요. 책임감과 욕심이 더 생기네요." (팝식)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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