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PD 데뷔작 펀스트랑 흥행 돌풍
기자로 입사해 PD로 자리 옮긴 이색 이력
'골목식당' 작가와 이혼 파혼 재결합 프로그램으로 의기 투합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
<<노규민의 만남의 광장>>
텐아시아 노규민 기자가 매주 일요일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 가요, 영화, 패션 등 연예계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합니다. 익숙지 않았던 사람들과 연예계의 궁금증을 직접 만나 풀어봅니다.'편스토랑' 황성훈PD는 웨딩홀에서 만나자고 했다. 편스토랑으로 흥행 PD에 오른 그가 고른 의외의 장소. 편의점이나 식당의 만남을 기대했던 기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인터뷰 장소는 그가 직접 선택했다.
"이혼 또는 파혼한 커플들이 직접 나와서 오해와 갈등을 푸는 전에 없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청파로 루이비스 웨딩홀에 들어온 그의 눈은 앞을 보고 있었다. KBS 입사 7년 만에 메인 PD 타이틀을 달자마자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으로 '핫이슈 프로그램상'을 받았던 그. 대세던 '먹방'의 플랫폼으로 '편의점'에 주목했던 그가 새로 침전한 곳은 '재결합'이다. 돌싱·솔로를 넘어선 '재결합' 커플이 주목받는 트렌드가 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편스토랑' 차기작이 궁금합니다.
'사랑과 전쟁 2' 같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갈등과 오해로 안타깝게 파혼, 또는 이혼한 상황을 재구성해 재연 드라마로 보여줍니다. 프로그램 제목은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입니다. 당사자를 직접 초대해 절박한 심정을 듣고, 관련해서 패널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파혼, 이혼한 상대방과 재결합 여부까지 보여 드리게 됩니다.실제 주인공이 직접 출연하나요.
'사랑과 전쟁'이나 지금 인기 있는 '연애의 참견'과는 다른 점이죠. 마지막에 파혼이나 이혼한 상대방이 녹화 현장에 나오면 재결합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나오고, 안 나오고가 관전 포인트가 되는 거예요.
'돌싱글즈'에서 '동거'를 하듯, 재결합 이후의 과정도 보여지는 겁니까.계획에 없습니다. 다만 '구해줘 홈즈'처럼, 재결합에 성공한 분들에게 웨딩이나 신혼여행 등을 지원해 드릴 예정이에요.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골목식당' 메인이던 황보경 작가와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혼인률은 적고, 이혼률이 많은 현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사연이 있어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한 분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사자끼리 오해가 있으면 풀고, 이루지 못한 만남을 이어줄 취지로 기획하게 됐죠.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취지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섭외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파혼, 이혼 상담과 관련한 카페가 많습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도 많고요. 이를 통해 다양한 사례를 찾고, 출연자를 컨텍 하고 있죠. 섭외가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파혼이나 이혼을 아쉬워하고, 재결합하고 싶은 분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황성훈 PD는 2012년 KBS 방송기자로 입사했다. 6개월 만에 PD로 방향을 바꾼 이후 교양 프로,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영역을 경험했다. 그리고 2019년 메인 PD 첫 프로그램 '편스토랑'을 론칭한다.방송국으로 진로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군 제대 이후, 단순히 돈을 버는 것보다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기자를 하면 사회를 바꿀 수 있고, 예능은 국민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가 방송을 선택하게 된 거예요.
PD 이전에 기자로 일하셨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 홍보실에 있었어요. 많은 기자를 접했던 것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당시에 KBS 방송 저널리스트 시사 PD와 기자를 통합적으로 뽑았습니다. 먼저 기자를 생각하고 시험을 봤고, 그렇게 입사하게 된 거예요.
기자 생활이 짧았습니다.
PD로 노선을 변경한 이후 시사 교양부터 예능, 드라마 전쟁 신 촬영까지 여러 경험을 했습니다. 하다 보니 예능이 제일 잘 맞았어요. 기자 생활이 짧았던 것도 사실 비슷한 맥락입니다만 이왕 밤새워서 일하고, 깨질 바엔 더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확실하게 비평받고,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받고 싶었죠.
조연출 시절에는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셨습니까.
교양국에 있을 때 '탑밴드', 예능국으로 넘어와서 '비타민' '안녕하세요' '배틀트립' 등에 참여했어요. 그 외 파일럿 프로그램들에 많이 붙었는데 소리 없이 사라져서...
조연출 시절을 이야기하니 드라마 '프로듀사'의 김수현이 떠오릅니다.
당시 KBS 6층에서 '프로듀사'를 찍었어요. 저 또한 김수현처럼 편집실에서 김밥 먹으며 밤새던 때가 많았죠. 드라마를 봤는데 굉장히 싱크로율이 높더군요. 김수현처럼 조연출 때는 몸빵이고, 차태현처럼 연출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편스토랑
스타들이 혼자 먹기 아까운 필살의 메뉴를 공개, 평가를 통해 승리한 메뉴가 실제로 전국의 편의점에서 출시되는 프로그램으로, 2019년 10월 25일 첫 방송 됐다. 이경규의 마장면을 시작으로, 지금까지(4월 마지막 주 기준) 39개의 메뉴가 출시됐다. 황성훈 PD는 지난 1월까지, '편스토랑'을 연출해 36개 메뉴를 출시했다.
입사 7년여 만에 '편스토랑'을 만나셨습니다.
먹방이 대세였을 떼였죠. 사실 먹방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맛집을 직접 찾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힘들지 않습니까. 편의점에서 스타가 만든 레시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 포인트가 어느 정도 들어맞았죠. 준비기간 만 6개월이 넘습니다. 제작진들이 오랜 시간 머리 맞대고 논의한 끝에 탄생한 프로그램이에요.
메인 PD로서 주로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편스토랑' 초반 6개월 동안은 현장에 직접 나갔어요. 하루에 3~4시간밖에 못 잤죠. 파일럿이란 생각으로 목숨 걸고 제작했습니다. 6개월이 지난 이후 프로그램이 안정화되면서 숨통이 트였어요. 저희 팀이 작가, PD만 40여명이 돼요. KBS에서는 1~2명 지원해주고, 나머지는 프리랜서죠. 네 팀이 찢어져서 촬영하는데, 저는 이제 중간에서 어레인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최종적으로 편집 합본을 하죠.
편집 합본이란 게 어떤 겁니까.
제가 각각의 PD들이 편집한 걸 보고 수정할 사항을 전달해요. 그렇게 마무리된 편집본에 스튜디오 녹화본을 합치고 나서, 자막까지 최종적으로 점검하죠. 종합편집실에서 이러한 과정을 거친 이후 방송에 내보내는 겁니다.
'편스토랑'은 우리 농산물 소비 촉진, 판매 수익금 기부 등 '착한 예능'으로 손꼽힙니다. PD로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뭡니까.
방송 3주 만에 상품을 출시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또 현장에서 맛본 것과 맛의 차이가 있었어요. 방송 이후 '편스토랑 음식 먹어봤어?' 그런 말이 적었던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죠. '편스토랑'은 새로운 제작진들이 이 부분에서 계속해서 보완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는 무엇입니까.
이경규 선배의 앵그리 크림 쫄면입니다. 상당히 매워요. 당시 편의점에서 100만개 이상 판매했죠. 제일 많이 팔렸어요. 색깔이 뚜렷한 메뉴에요.
이유리부터 오윤아, 류수영까지 많은 스타들이 '편스토랑'을 빛냈습니다. 누가 기억납니까.
지금 이 순간 이유리 씨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자기 프로라는 책임감으로 정말 열정적으로 임하셨어요. 칼질 하나도 정말 열심히 해주셨죠. 한 번 꽂히면 깊이 파고드는 사람이에요. 제작진 입장에서 굉장히 감사하죠.
메인 PD는 어떤 부담감이 있습니까.
늘 제작비를 고민합니다. '편스토랑'의 경우에도 이름있는 연예인들이 출연하고, 요리할 때 좋은 식자재를 공급하는 만큼 넉넉한 제작비가 필요해요. 그러나 KBS 제작비는 한정돼 있는 것이 사실이죠. 결국 PPL, 협찬 등이 필요합니다. 광고주, 출연자 의견도 수렴해야 하고, 전체적인 걸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부담감이 따르죠. 또 본사 PD 외에 프리랜서 피디, 작가들이 상당수 함께합니다. 올림픽, 연말 시상식 등 결방할 땐 제작비 지급이 안 돼요. 그런 걸 대비해서 추석 특집 같은 때에 제작비를 많이 끌어와서 채워야 하죠.
시청률이 나오면 제작비도 올라갑니까.
맞습니다. 시청률과 뗄 수 없는 관계죠. 그래서 제작진이나 연예인들이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십니까.
시청층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죠. '사랑과 전쟁2'(가제)를 기획한 것도, 현재 젊은 남녀들이 결혼, 이혼 이야기 등에 관심 많아서 택한 거예요. 젊은 제작진들이 만들고, 젊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합니다. '편스토랑'을 같이 했던 동료 중 일부가 새 프로그램을 함께합니다. 어린 친구들이 많아요. 그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그들의 생각을 프로그램을 녹이려 하죠. KBS도 보다 젊은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방송으로 이끌고 싶어요.
어떤 PD가 되고 싶으십니까.
다른 분야에서는 오래 일하면 장인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방송은 오래 하고 나이가 들었을 때 자칫 '감 떨어졌다' '트렌드 못 읽네' '올드하네' 등의 말을 들을 수 있어요. 뚜렷한 색깔이 있으면 대중이 오래도록 사랑해 줄 거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어요. 계속해서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노후화되는걸 막아야 합니다. 하하하.
에필로그과거 한 인터뷰에서 배우 신세경이 '편스토랑'에 꼭 출연하길 바란다고 하셨는데 끝내 이루지 못하셨군요.
요리를 진짜 잘 하는 배우 잖아요. 일상도 궁금 했고요. 못내 아쉽습니다. 비록 제가 '편스토랑'을 떠났지만 애정이 깊습니다. 귀띔을 해드리자면, 앞으로 지금까지 못 봤던 젊고 요리잘하는 남자 스타들이 많이 나올 예정이에요.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시길 바랄게요. 편의점도 CU에서 GS로 바뀝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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