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준의 지질 점수? 10만점에 7점"
"똑부러지고 러블리한 여자 좋아, 박민영+유라 섞였으면"
"결혼하고 싶어, 와이프에게 다 맞춰줄 것"
배우 윤박./사진제공=H_엔터테인먼트


"솔직히 캐릭터에 공감이 하나도 안 갔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대본을 보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대화를 많이 했죠. 제가 이해가 안 가더라도 공감하는 분이 있을테니까, 최대한 대본을 가지고 연기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배우 윤박이 결혼을 한 달 앞두고 바람을 피워 파혼당하고도 뻔뻔함을 장착하고, 결혼 후에는 전 연인의 집에 찾아가고 미행하는 등 역대급 '지질남' 캐릭터를 어느 정도 이해하며 연기했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달 30일 JTBC 토일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종영을 맞아 윤박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기상청 사람들'은 열대야보다 뜨겁고 국지성 호우보다 종잡을 수 없는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직장 로맨스. 극 중 윤박은 기상청 대변인실 통보관 한기준 역을 맡아 열연했다.

윤박은 "방송 언제 시작하지 했는데 어느덧 종영이라니, 느낌이 이상하다. 6개월 동안 열심히 촬영했고, 감사했던 시간들이었다. 시청자들도 많이 좋아해줘서 오랜만에 행복했던 두 달을 보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윤박./사진제공=H_엔터테인먼트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캐릭터가 너무 별로라고 생각했다는 윤박. 그는 "캐스팅 제의를 거절할 마음으로 감독님을 만나러 갔는데, 감독님께서 한기준과 내가 만나면 나쁜 모습이 상쇄될 것 같다고 하더라. 나한테도 그게 도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캐릭터를 표현했음에도 좋게 봐준다면 자신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사랑받지 못하는 캐릭터가 됐다면 엄청나게 후회하고 속상했을 것 같은데, 좋게 봐주셔서 도전 거리를 완수한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기준을 연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캐릭터를 이해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윤박은 "대본 받았을 때 사고방식이 이해가 안 가서 힘이 들었다. "헤어졌음 헤어진 거지 반반 나누자고 하고, 신혼집도 자기가 위자료 식으로 주기로 했는데 나누자고 그러고, 아내 채유진(유라 분)과도 신혼인데 계속 싸우고 걸고넘어지고, 내가 생각하는 결혼상과는 너무 다르더라. '아내한테 그러지 좀 마라'가 작품 끝날 때까지 내가가 달고 살았던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와의 틈을 어떻게 좁히고 극복해 나가려 했을까. 윤박은 ”주변에서 한기준 같이 행동하는 사람 많다고, 나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서 한기준의 사고방식보다는 그를 둘러싼 인간관계에 더욱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고 밝혔다. "한기준은 진지하지만 신은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무거우면 더 반감이 갈 것 같았거든요."

배우 윤박./사진제공=H_엔터테인먼트


한기준의 지질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이라고. 윤박은 "방송이 끝나고 이들의 미래가 있을 테니 거기서 3점을 채우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역대급 지질한 캐릭터를 연기한 만큼 기억에 남는 반응은 무엇일까. 윤박은 "머릿속에 딱히 남아있지는 않는데 댓글은 챙겨 봤다. 동영상 클립에도 댓글을 달리니까 즐겁더라. 악플보다 무플이 속상한데 댓글이 많이 달려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한기준과의 싱크로율은 50%라고. 윤박은 "나 역시 한기준처럼 남들 앞에서 보이는 걸 중요시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렇지만 사람을 대하는 측면은 나와 정 반대"라고 선을 그었했다.

'인생캐'를 만났다는 평가에도 감사함을 표했다. 윤박은 "인생캐라고 표현해주는 것만큼 배우에게 감사한 표현은 없는 것 같다. 기준이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파급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 감독님과 배우들이 잘 만들어줘서 한기준이라는 캐릭터가 잘 보이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생캐릭터를 갱신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배우 윤박./사진제공=H_엔터테인먼트


박민영, 유라, 송강 등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밝혔다. "박민영 누나랑은 정말 죽이 잘 맞았다. 리허설 할 때부터 너무 합이 잘 맞아서 막상 촬영 들어가면 그 감정의 공기가 덜 느껴질 정도였다. 둘다 장난기가 많아서 사적으로도 편하게 지내다 보니 10년 사귄 연인의 세월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송강은 워낙 성격이 좋은 친구라 편했고, 의견을 잘 받아들이는 스타일이라 서로 소통이 잘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라는 예전에 '라디오 로맨스'를 같이 했는데 붙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유라랑 연기 선생님이 같아서 이번에 캐스팅됐을 때 둘이 같이 수업을 받은 적도 있다"며 "유라는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자기가 하는 것에 평가를 많이 한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편견을 없애려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적인 부분도 잘 소화하더라. 유라는 이제 연기자로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잘 한다"고 칭찬했다.

실제로는 진하경과 채유진 중 어떤 스타일을 더 선호하냐고 묻자 귀여운 욕심을 부리기도. "두 사람의 장점만 가져오고 싶어요. 하경이의 똑부러짐과 유진이의 러블함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완벽하지 못하면서, 욕심이죠. 하하."

배우 윤박./사진제공=H_엔터테인먼트


윤박이 그리는 결혼관은 무엇일까. 그는 "최대한 부인 쪽에 맞출 것 같다. 아내한테 져주는 게 제일 편하다고 하더라. 아직 안 해봐서 모르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나 하나 희생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요리는 내가 해주고 싶다. 친구들이나 가족들한테 해주는 걸 워낙 좋아한다. 설거지는 식기세척기를 살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올해 36살이 된 윤박. 그는 과거 인터뷰서 30대 중반에 결혼하는 목표라 밝힌 바 있다. 이에 윤박은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달려가고 있어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며 "결혼은 꼭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박의 연기 인생을 날씨로 표현해 달라고 하자 그는 '소나기'라며 "아직은 갑자기 그쳤다가 내리고 그쳤다가 내리는 불안함이 있다. 10년, 15년 뒤에는 소나기가 끝나고 밝은 햇빛이 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해오지 않은 걸 도전해보고 싶어요. 잘하는 연기와 캐릭터가 있겠지만, 못하고 질타를 받더라도 도전 거리가 될만한 캐릭터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 대본이 들어온다면 차기작으로 제일 먼저 고를 것 같아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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