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정우 주연 누아르 '뜨거운 피'
전형적 구성과 익숙한 캐릭터 설정
관계성 설명 부족으로 갈등 유발 요인·싸움의 의미 모호
연기력만은 흠잡을 데 없는 캐스팅
전형적 구성과 익숙한 캐릭터 설정
관계성 설명 부족으로 갈등 유발 요인·싸움의 의미 모호
연기력만은 흠잡을 데 없는 캐스팅
시대는 변했지만 누아르는 변하지 않았다. 영화 '뜨거운 피'의 이야기다. 불변의 미덕인지 정체된 타성인지 판단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1993년 항구도시 변두리의 작은 포구 구암. 중간 보스 희수(정우 분)는 손영감(김갑수 분)의 수족으로 20년간 건달 일을 해왔다. 나이 마흔에 뭐 하나 이뤄둔 것 없는 현실이 씁쓸한 희수는 반복되는 건달 짓에도 염증을 느낀다. 그 사이 손영감과 반대파인 영도파는 새로운 구역으로 세를 확장하기 위해 구암에 눈독을 들인다. 영도파의 에이스이자 희수의 오랜 친구 철진(지승현 분)은 희수를 회유하려 든다. 손영감을 배신할 수 없던 희수는 손영감을 떠나 새 사업을 시작한다. 오랫동안 사랑해온 여자 인숙(윤지혜 분)과 가정도 꾸리며 새로운 삶을 꿈꾼다.'뜨거운 피'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천명관이 감독으로서 연출한 첫 작품이다. 구암이라는 가상의 변두리 지역을 둘러싼 밑바닥 인생을 사는 남자들의 비열하고 비루한 삶을 그린다.
영화는 여느 누아르와 마찬가지다. 전형성을 띤다는 이야기다. 배신을 못하는 의리 있는 건달, 살인도 저지르지만 내 울타리 안의 사람들에겐 넉살 좋은 건달, 믿음을 이용해 뒤통수치는 건달, 여느 영화에서나 봤을 캐릭터 설정이다. 건달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고정적 틀이 있을 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친근한' 캐릭터와 전개다. 1993년이 시간적 배경이라 이야기 자체가 올드한 것이라 해도, 그걸 풀어내는 구성이나 연출이 구태하다.6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2시간으로 압축하려다 보니 얽히고설킨 수많은 인물들의 관계성을 깊이 있게 조명하지 못한다. 벼랑 끝에 몰린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기 어렵다. 감정이 터져 나오는 장면까지 가는 데도 시간이 걸려 쳐진다. 서로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고 주먹질을 하는데, 피를 토하는 '전쟁'을 왜 해야 하는지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작이 소설이고 감독 역시 작가 출신이기에 대사가 문학적인 맛은 있다. 한편으로는 잔뜩 들어간 '문학적 겉멋'이 민망할 수도 있겠다. 대사가 뭉개지듯 들리는 부분들이 몇 군데 있다는 점이 아쉽다.
김갑수, 정우, 지승현, 최무성, 지승현, 윤지혜 등 훌륭한 배우들을 어떻게 이렇게 모았을까 싶을 정도로 연기력만 놓고 보자면 흠잡을 데가 없다. 인숙의 아들이자 희수를 아버지가 부르는 막내 건달 아미 역의 이홍내 역시 날 것의 연기와 뛰어난 에너지를 보여준다.
'뜨거운 피'는 오는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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