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추반2' 정종연 PD 인터뷰
"한정된 제작비, 방송국서 임금·물가 상승 인정 안 해줘"
"몰카 부정적 의견? 불편함 느꼈다면 죄송"
"녹화 중 방귀 뀐 멤버 있어, 과몰입 말 다했다"
"한정된 제작비, 방송국서 임금·물가 상승 인정 안 해줘"
"몰카 부정적 의견? 불편함 느꼈다면 죄송"
"녹화 중 방귀 뀐 멤버 있어, 과몰입 말 다했다"
"올해는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K-예능 속에서 기회의 문틈이 살짝 열렸거든요. 바깥을 살짝 볼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요. 2022년 '여고추리반2' 하나 끝냈으니 다음 작품은 조금 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모색하는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여고추리반2' 정종연 PD가 28일 텐아시아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올해 다짐과 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18일 종영한 '여고추리반2'는 새라여자고등학교에서 전학 간 다섯 명의 추리반 학생들이 더욱 거대한 사건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어드벤처를 그린 추리 예능. 박지윤, 장도연, 재재, 비비, 최예나가 출연했다.
지난해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성공적으로 끝마친 소감을 묻자 정종연 PD는 "녹화 마치고 방송이 끝날 때까지 별 사고 없이 만족도 높게 마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시즌1과 시즌2 사이에 티빙이 많이 성장했더라. 티빙이 무시할 수 없는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그 성장에 '여고추리반'이 조금은 이바지하지 않았나 하는 보람도 있다"고 밝혔다.
'여고추리반'은 이번 시즌에서도 대박사건부터 유병재 카메오까지 DTCU(대탈출 세계관)와의 연계성이 뚜렷했다. 이에 DTCU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는 상황. 이에 정 PD는 "양쪽 멤버들의 동시 출연이나 본격적인 협업을 기대하고 여쭤보시는 것 같은데, 이런 질문이 안 나올 때쯤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당장은 계획이 없다. 스토리적으로 좋은 아이템이나 아이디어가 나와야만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2는 시즌1보다 문제 풀이를 줄이고 스토리적인 부분을 강화했다. 이에 '과몰입'을 유발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낸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NPC(가상캐릭터)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추리반의 모습이 아쉽다는 의견 역시 적지 않았다.
정 PD는 "시즌1에서 멤버들이 추리를 한다고 머리 싸매고 앉아있는 상황이 계속되니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더라. 물론 편집상으로 그런 부분을 드러내면 되지만, 그렇게 되면 효율이 낮아진다. 티빙에서 돈을 더 주면 녹화 회차를 늘릴 수 있지만, 현실은 한정된 녹화 시간과 회차 안에서 해내야 하므로 비효율적인 면을 축수할 수밖에 없다. 즉 멤버들의 자유도가 높을수록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제작비 대비 효율을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문제 풀이보다는 조금 더 실제와 맞닿는 현실적인 추리물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자물쇠 번호 맞추는 건 그만하고 싶더라고요.“
6화에서 전개된 몰카, 즉 불법 촬영이라는 2차 가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추리물이고 스릴러를 지향하다 보니 범죄 소재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건 맞지만, 추리물 특성상 범죄라는 상황이 일정한 패턴으로 공개되지 않게끔 상황을 짜야 한다. 특정 소재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죄송하지만, 선우경 캐릭터가 역으로 꼬아서 활용한 반전 소재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고추리반2' 결말에서 빌런 선우경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반전 결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선우경 캐릭터의 특징을 볼 때 초짜 추리 여고생에게 당하기엔 너무 레벨이 높은 빌런이다. 다음에 또 등장시켜야겠다는 것보다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엔딩을 주고 싶었다"며 "시즌3에 등장할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정 PD는 '여고추리반'의 매력으로 진정성 있는 리액션과 체험을 꼽았다. 그는 "출연자가 최대한 우리와 같은 감정을 전달하는 게 중요한 매력인데, 출연자들이 이 매력을 잘 살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무서운 영화를 봐도 무서움을 느끼는 것과 몰입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나. 예능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나를 대신해 체험 해주는 출연자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가장 과몰입한 멤버는 누구였을까. 정 PD는 "나이순으로 몰입하는 것 같다"며 "박지윤 씨는 제작진이 안 보이면 불안해했다. 박지윤 씨 마음에서는 스토리 진행에 관해 제작진과 의논을 나누지 않는다는 것에 불안함이 있었을 거다. 그래서 예나나 비비처럼 버라이어티가 처음인 사람들이 걱정 없이 잘 몰입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녹화 중에 방귀 뀌는 멤버도 있었으면 과몰입에 대해 말 다 한 것 아닌가요? 하하."
제작비는 시즌1과 비슷했다고. 정종연은 "방송계든 영화계든 예산이 정해지면 거기에 몸을 맞춰야 한다"며 "생각보다 방송국이라는 곳은 얼마에 만들어내면 앞으로도 똑같은 금액에 되는 줄 안다. 물가 상승이나 임금 상승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하고 싶은건 너무 많은데, 비용을 안 늘리는 방향으로 해야 하니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즌2에서는 폐교를 '태평여고'로 만든 '여고추리반'. 가장 공들인 장소를 묻자 정 PD는 "컨테이너"라며 "디자인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고 밝혔다. 이어 "기증석은 많은 돈을 주고 샀다. 디자인부터 직접 배달까지 해줬는데 수백만 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연장자와 최연소 출연자 사이 20살 차이가 날 정도로 다양한 세대, 나이, 경력 차이를 지닌 출연자들로 구성된 '여고추리반'. 그러나 자칫 이러한 설정이 몰입의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럼에도 이런 구성의 출연자들이 여고 콘셉트로 추리물을 이끌어가는 것에 강점은 무엇일까.
정 PD는 "스토리만 보면 비현실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여고추리반'은 예능이고 위트라는 베이스가 있기에 이러한 스토리를 무리 없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몰입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나이 차이 때문에 생기는 모든 것들을 웃음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장도연과 박지윤이다. 이들이 있음으로써 얻는 장점이 크다. 단점이나 보완할 부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남고추리반' 같은 스핀오프를 생각해 보신 적은 없냐고 묻자 정 PD는 단호하게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탈출'의 세계관을 가지고 다른 것을 할 수는 있지만, '남고추리반'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K콘텐츠가 OTT를 타고 해외에서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 이에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K예능 제작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정 PD는 "안 해본 영역이지만 '솔로지옥'이 잘 돼서 나도 주목을 하고 있다. 해외 시청자한테 보여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여고추리반3', '대탈출5' 계획에 대해서는 "'여고추리반3'는 계획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대탈출5'는 피오가 오는 3월 군대에 가서 직접 만나 이야기 해봐야 할 것 같다. '대탈출', '여고추리반' 시리즈는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 PD는 "1년에 '대탈출' 12개 '여고추리반' 8개 촬영을 2년 동안 했다. 1년이 52주인데 20주를 방송했다. 예전에는 10개월에 하나 했는데도 세상 고생 다 한 느낌이었는데, 1년에 2개 하다 보니 힘들더라. 정신 관리, 몸 관리를 위해 쉬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재정비 시간을 가질 것을 예고했다.
"올해는 방송계 전체의 많은 지각 변동과 변화가 예고되는 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여러 가지 생각할 것이 많은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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