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위 노출신 즐비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감독 "살 떨리는 이야기라 약한 수위 어울리지 않아"
"식상하고 반복되는 베드신 원치 않았다"
여배우 체모 노출신까지…'소비된' 배우들
감독 "살 떨리는 이야기라 약한 수위 어울리지 않아"
"식상하고 반복되는 베드신 원치 않았다"
여배우 체모 노출신까지…'소비된' 배우들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수요일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자극적으로 소비되는 건 원하지 않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만든 장철수 감독은 최근 화상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제목부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거부감이 드는 작품. 하지만 19금만을 지향하며 '자본주의의 맛'을 노린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1970년대 사회주의 국가에서, 출세를 꿈꾸는 농민 출신의 사병 무광(연우진 분)이 사단장의 아내 수련(지안 분)과 불륜을 저지르게 되는 이야기. 695만 명을 모은 흥행작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장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동명의 중국 원작 소설은 중국의 '반체제 작가'이자 문제적 거장으로 불리는 옌롄커의 작품으로, 중국에서는 출간되자마자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장 감독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70년대 사회주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현대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것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꼭 해야겠다 싶었다"며 구태여 자본주의 사회에 사회주의의 이야기를 갖고 온 이유를 밝혔다.그렇다면 영화에 담겨야했을 메시지는 돈, 권력, 계급, 계층 등에 의한 사회의 폐단과 오류가 돼야 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그보다 앞세운 건 에로티시즘이다. "세고 살 떨리고 위험한 이야기라 약한 수위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는 장 감독의 해명을 십분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고수위 노출 장면들이 즐비하다. 여배우의 경우 체모까지 노출했다. 불필요한 노출은 영화의 품격을 저해하고,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앞서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서는 송강호가 성기를 노출하는 연기를, 정지우 감독의 '은교'에서는 김고은이 체모를, 박해일이 성기를 노출하는 연기를 했다. 논란거리가 될 만큼 외설적인 장면이었으나 두 영화는 뛰어난 작품성으로 호평 받았다. '박쥐'에서는 현상현(송강호 분)이 자신을 향한 신도들의 믿음을 깨기 위해 여성을 겁탈하지만, 이는 성욕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등장한 장면이었다. '은교'에서는 순수한 은교(김고은 분)가 두 남자 이적요(박해일 분), 서지우(박해일 분)의 탐닉과 욕정의 대상이 되는 모습을 세밀하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김고은은 노출신에 대해 "노출이란 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고 그 장면이 영화에서 중요한 사건을 만들어주는 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고은은 '은교'를 발판으로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오르는 성과도 가져갔다.
'은교'나 '박쥐'와 달리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결국 무의미한 정사신만 남긴 셈이다. 극 중 두 사람은 아침, 점심, 저녁 시간에도 상관없이 2층 안방의 침대부터 1층 거실의 식탁, 세탁실, 그리고 계단까지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후반부 무광이 수련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베드신은 폭력적이고 변태적이기까지 하다. 맥락 없이 이어지는 정사신은 불쾌함마저 안긴다. 격투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사신을 소화해낸 배우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욕망에 사로잡힌 감독에게 '소비'된 것은 배우들이었다.
장 감독은 화상인터뷰에서 "영화 속에 베드신이 여러 번 나오는데, 식상하거나 반복되지 않고 점점 상승되게 표현하려고 했다. 억지로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영화가 아름답게 보인다면, 캐릭터가 그때까지 쌓아놓은 내면의 아름다움이 나와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또한 "칭찬만 듣고 싶었다면 이 영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욕을 먹고 비웃음을 살 수도 있지만 그걸 감수하고도 찍고 싶었던 이유는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은밀하지도, 위대해지지도 못한 채 적나라하게 까발려지기만 한 감독의 항변이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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