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신사와 아가씨', 과도한 폭력묘사 논란
딸의 폰 뺏고 감금, 엄연한 '가정 폭력'
앞서 전처 폭행X협박 장면 다시 도마 위
'신사와 아가씨', 과도한 폭력묘사 논란
딸의 폰 뺏고 감금, 엄연한 '가정 폭력'
앞서 전처 폭행X협박 장면 다시 도마 위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허구'의 드라마라도 '폭력'은 용인되지 않는다. 창작의 자유를 존중한다 해서 작가의 선 넘은 대본마저 이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딸을 감금하는 '가정 폭력' 범죄를 묘사하고는 그것을 마치 딸을 사랑하기에 행하는 부정(父情)인 것처럼 포장하는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이야기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달 30일 방송된 '신사와 아가씨' 38회에서 등장했다. 극중 박단단(이세희 분)은 자신보다 14살 연상에 아이가 셋 딸린 이영국(지현우 분)과 사랑에 빠졌고, 둘이 연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단단 아버지 박수철(이종원 분)은 둘의 관계를 반대하는 상황.
이날 방송에서는 박수철이 이영국 가족과 함께 있는 딸을 납치하듯 집으로 끌고 와 휴대폰을 빼앗고 방 안으로 밀어 넣은 뒤 방문에 자물쇠를 걸어 잠궜다. 이어 "헤어진다고 하기 전까지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며 밥도 주지 말라고 가족들에게 으름장까지 놨다. 이러한 무자비한 폭력에 보는 이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무엇보다 감금하여 사람의 신체적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이다. 여기에 가족 간의 관계는 엄연한 존속체포감금죄. 물론, 드라마나 영화 속에는 폭력부터 강도, 살인 등 수많은 범죄가 등장한다. 그러나 유독 '신사와 아가씨' 폭력 장면에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가족들이 함께 보는 주말드라마라는 점과 시대착오적인 캐릭터 설정의 오류 때문이다.
만약 박수철이 처음부터 폭력적인 '악역'이었다면, 시청자들은 그의 행동에 같이 욕을 하며 봤을 것이다. 그러나 박수철은 방송 초반부터 아내가 사고를 쳐도 말 한마디 못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딸을 향한 사랑 역시 큰 인물로 보였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면서 애나킴(이일화 분)과 '불륜' 서사로 엮어지더니 애니킴이 과거 자신과 딸을 버리고 도망친 전처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따귀를 때리고 목을 조르고 밀어 넘어트리는 과한 폭력과 폭언 등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딸 박단단의 연애를 막는 방법으로 감금을 선택했다. 마치 딸을 위하는 아버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처럼.
'신사와 아가씨'는 15세 연령고지로 청소년들이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다. 여기에 시청률 또한 30%를 웃돌고 있다. 이런 가족 드라마에 계속해서 자극적인 폭력 장면을 넣는 건 시청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처사다. 전처에 대한 분노를, 딸의 연애를 반대하는 모습을 이런 식으로밖에 보여줄 수 없었던 걸까.
"갈등도 극단적으로 묘사하려 하지 않았고, 악인도 강하게 그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유쾌 상쾌 상큼발랄한 느낌을 받을 때까지 계속 가려고 합니다"
지난해 9월 제작발표회에서 신창석 PD가 한 말이다. 중후반부를 달려가는 지금, 신 PD의 말은 퇴색돼도 한참이나 퇴색됐다.
과도한 폭력묘사 논란이 계속해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드라마는 드라마로만 보자고 넘기기에는 그 수위 역시 점점 지나쳐지고 있다. 여기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다면 지난해 KBS 연기대상 드라마로서의 품격 역시 유지하기 힘들다. 남은 회차에서라도 "많은 재미와 위안을 주는 것이 목표"라던 초심을 돌아봐야 할 때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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