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수사극 '경관의 피'서 경찰役
수사 위해 위법 불사하는 인물 "뱀 같은 캐릭터"
"2년 만에 무대인사 '뭉클'"
"최우식, 미소년에서 남자로 성장"
"귀중한 콘텐츠와 아티스트, 방치되거나 착취 당해선 안 돼"
영화 '경관의 피'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저희는 영화를 한 땀 한 땀 소중히 만들잖아요.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니 그거만큼 행복한 일이 없습니다. 무대인사를 근 2년 만에 했는데 행복하고 울컥했어요. 부산영화제에 내려가서 관객들을 만났을 때도 '내가 이래서 광대짓 하지', '이래서 배우 일 하지' 싶어서 행복했습니다. 언제나 소중한 관객들이었고, 더 잘해내서 더 당당히 만나야겠다 싶었죠."

배우 조진웅은 영화 '경관의 피'가 지난 5일 개봉 첫날 1위로 순조롭게 출발한 데 이어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경관의 피'는 신념이 다른 두 경찰이 하나의 팀으로 만나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서도 공조해나가는 이야기다. 조진웅이 연기한 광역수사대 반장 박강윤은 범죄자를 잡기 위해선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인물로, 원칙주의자 신입경찰 최민재(최우식 분)와 부딪히면서도 협력하는,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간다. 영화 '끝까지 간다', '독전'에서는 '불도저' 스타일 경찰 캐릭터를 선보였던 조진웅은 이번 영화에서는 영리하고 유연한 경찰 캐릭터를 완성해냈다."다들 일방통행이지만 스타일이 조금 다르죠. 이전에 형사들은 독불장군 스타일이었다면, 이 친구는 뱀 같은 모습도 있어요. 예전에 맡았던 캐릭터들은 윗선이라도 무조건 들이받고 나가는데, 박강윤은 어려운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해나가고 타협하기도 해요. '경계'를 잘 활용하는 캐릭터죠."

영화 '경관의 피' 스틸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박강윤은 최상위의 우두머리급 범죄자를 잡기 위해 일부 범죄자들과는 손을 잡기도 한다. 또 '상위 1%' 범죄자들과 비견하기 위해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옷도 명품 슈트로 빼입고 다닌다.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았다고 하자 조진웅은 "수개월 동안 그 캐릭터만 연구하고 연기했는데, 캐릭터에 잘 어울린다고 하면 한시름 놓게 된다"며 "준비 과정에서 잘 맞는지 의심하기도 더 어울릴 배우가 있을까 생각하거나 추천도 해보지만 지금까지 포기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제가 슈트핏이 멋지게 나오는 역할을 잘 하질 않았는데, 적응할 만하니 끝나더라고요. 하하. 견고한 인물보다는 약간 풀어져있는 캐릭터를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에 박강윤은 날 선 캐릭터에요. 도전해봤죠. 감독님이 저의 음성적 이미지, 외형적 이미지, 거기에 박강윤으로서 가져가야 하는 것들에 대해 잘 설계해줬고, (의도대로) 완성된 것 같아요. 연기할 때 시선 처리에 특히 신경 썼어요. 무언가를 응시하거나, 놓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며 쳐다보거나, 시선을 확 돌리거나, 거기에 따라 호흡이 달라지는데 그런 걸 하는 재미가 있었죠."

영화 '경관의 피'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최우식은 조진웅과 연기 호흡을 맞춰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다고 한다. 조진웅은 "제가 리스트의 많은 이들 중 한 명인가 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우식 씨가 미소년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영화를 촬영하는 순간순간 성장해나가는 걸 느꼈어요. 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했죠. 저나 박희순 형님, 또 명훈이, 권율 모두 맡은 바가 있는데, 우식 씨는 그걸 뛰어넘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없던 촬영분을 영화로 보니 성장했다는 사실을 눈빛에서도 느꼈죠. 같은 배우지만 멋있었어요. 거기서 오는 시너지가 생기니 훌륭했죠. 이 영화를 빛냈어요."

조진웅은 "역병이 창궐해 전 인류가 괴로워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돼 올해 더 많은 관객들과 자유롭게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꺼내놓았다. 또한 많은 이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작품과,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이 존중받기를 바랐다.

"한국에는 아름다운 콘텐츠들이 많이 나옵니다. 어딘가에 도용되거나 방치되지 않길 바라요. 스크래치 날 이유가 없는 훌륭한 작품들입니다. 또한 거기에 맞는 충분한 지지와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티스트들이 착취돼선 안 되고 그들의 예술성이 단순한 도구로 이용돼서도 안 되죠. 거기에 어떻게 하면 일조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보호할 수 있는 기구들도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어깨동무하고 나란히 정진해나가고 싶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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