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국민 MC' 품은 카카오TV
'우당탕탕 안테나' 유재석 사원증/ 사진=카카오TV 제공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방송인 유재석이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가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이어 카카오TV까지 진출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6일 카카오TV는 '우당탕탕 안테나' 스무번째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는 안테나 소속 뮤지션들이 '슈퍼 새가수 뭐하니 가요제'를 준비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날 경연의 주제는 안테나 신입사원 유재석의 노래들로 꾸며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안테나 내에서 가장 많은 1위곡을 보유한 아티스트이기에 가능한 기획이었고, 그 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지난 7월 새 둥지를 튼 유재석이 뮤지션 위주로 꾸려진 안테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각의 시선을 단번에 뒤집는 시도였다.이어 등장한 유재석은 새로운 무대에서 전혀 이질감 없이 예능감을 발휘했다. 그는 "대표님(유희열)과도 맞짱뜰 수 있는 관계"라고 호언장담하면서도 "아직은 분위기 파악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재석은 또 자신을 향한 과한 대접에 "여기 제작진이 저랑 호흡을 안 맞춰 보신 분들이라 내 스타일을 잘 모르고 유희열 스타일에 모든 게 맞춰져 있다"고 일침했다.

'우당탕탕 안테나'는 유희열을 비롯한 안테나 소속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하는 웹예능이다. 유재석이 안테나행을 택하면서 그의 출연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그의 출연 소식이 알려진 뒤에는 어떤 식으로 등장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정 에피소드에 짧게 등장하는 형태지만 유재석의 카카오TV 진출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국내 최고 MC로 평가받는 유재석은 아직까지 TV 방송을 주요 무대로 활동 중이다. 그의 OTT 출연작은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가 유일하다. 이 역시 SBS '런닝맨', '패밀리가 떴다' 등을 연출한 조효진 PD의 러브콜이 없었다면 불발됐을 가능성이 크다.그는 과거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채널이 공격적인 투자로 지상파에 도전장을 내밀 때도 비교적 늦게 진출한 바 있다. 높은 출연료를 베팅해도 유재석을 움직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디즈니플러스가 '런닝맨'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스핀오프 프로그램 출연을 거절한 것이 대표적이다.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포스터/ 사진=디즈니플러스 제공

지난 11월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제작을 확정했다.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 있는 '런닝맨' IP를 활용해 경쟁사들을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유재석을 비롯한 '런닝맨' 일부 멤버들의 합류가 무산되면서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은 김종국, 하하, 지석진 3MC 체제로 지난달 12일 출발했다. 이후 '런닝맨'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배우 송지효, 개그맨 양세찬 등 일부 멤버들은 출연했지만 유재석은 감감무소식이다.

이 가운데 유재석은 '우당탕탕 안테나'에 모습을 드러내는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그는 출연 소감을 묻자 "우여곡절 끝에 이 자리에 있다"며 "아직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강하게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소속사의 입김이 있었다는 내막을 재치 있게 털어놓았지만 그는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유상증자에 참여할 정도로 소속사를 향한 믿음이 굳건하다. 앞서 카카오엔터는 지난 8월 안테나 지분을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유재석은 '소속 아티스트로서의 책임감', '유희열 대표와의 파트너십'을 이유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그의 투자 금액과 지분율은 공시되지 않을 정도로 소액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소속 아티스트가 투자에 참여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유재석이 자신의 사비를 들여 안테나에 베팅한 만큼 향후 카카오TV 출연도 예측 가능한 상황이다. 국민 MC를 거머쥔 카카오가 OTT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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