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4년차 개그맨 안시우
'웃찾사' 부터 지켜온 개그관
"늙어 죽을때 까지 계속"
사진제공=안시우 소속사

"그런 게 머릿속에서 잘 오는 것 같다. 유치한 것들. 그런 것들이 제 감성에 맞는 것 같다."

데뷔 14년 차를 맞은 SBS 공채 개그맨 안시우의 한결같은 세계관 속을 들여다 봤다. 데뷔 후 7년간 '받쳐주는 역할'만 해 왔다는 그는 쓰러져가던 '웃찾사'를 마지막까지 지켜낸 1인이다.

공개 코미디 무대가 사라지면서 개그맨들은 유튜브로 발을 옮겼다. 안시우 또한 그 중 하나. '딩굴딩굴'이란 채널을 홀로 운영하는 그는 1인 다역을 선보이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웃찾사' 때부터 유치한 걸 많이 했다. 그런게 저랑 잘 맞는다. 언젠간 이 '유치 개그'의 마니아 층이 많아질 거라 믿고 있다. '어그로'가 없고 자극적인 게 없기에 더디긴 하지만 천천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딩굴딩굴'은 안시우가 추구하는 개그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험한 말이나 욕, 자극적인 요소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해당 채널은 15만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상대방을 깎아 내리거나 외모적으로 비하하지 않고도 훌륭한 코미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딩굴딩굴'의 구독자는 주로 초등학생이나 어린친구들, 혹은 아예 직장인이 주를 이룬다. 성인들 같은 경우 '웃찾사' 때 저를 아시던 분들이 들어와서 댓글로 드립치는 재미로 보시는 것 같다. 또 신기하게 부모님들이 많이 보신다.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데 사인 좀 해달'는 연락이 와서 보내드린 적도 있다."안시우는 '유재석이 따라한 개그맨'이란 수식어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SBS '연예대상' 시상식 축하 무대에 오른 그는 자신의 유행어를 남긴 개그 코너 '배우고 싶어요'를 선보였다. 당시 유재석이 그의 개그를 따라하며 유명세를 치룬 것. 중독성 있는 그의 유행어는 독특한 목소리와 어우려져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당시 정말 떨렸지만 유재석 선배가 잘 따라해 주셔서 감사했다. 선배 덕분에 그 옆에 있던 저도 계속 언급이 됐던 것 같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게 됐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그 영상을 찾아 보고 계시더라. 저도 종종 그 영상을 찾아 보곤 하는데 해당 영상의 조횟수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여전히 많은 관심을 보내주시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사진제공=안시우 소속사

과거 인터뷰에서 안시우는 "'웃찾사'가 계속 일요일 밤을 지켜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애정이 컸던 만큼 프로그램 폐지 후 심경이 남달랐을 터. 모든 개그맨들의 공감대 겠지만, '웃찾사'가 '개그투나잇'으로, 또 '웃찾사'로 부활하고 폐지하기 까지 그는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정말 슬펐다. 모든 개그맨이 그랬을 것이다. 100명이 넘는 친구들이 갑자기 백수가 됐고, 단체로 '멘붕'이 왔다. 기억에서 점점 잊혀질 거란 생각에 앞이 막막했다. 하지만 그대로 넋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대학로에서 '테니스쇼' 공연을 1년 넘게 하면서 유튜브도 병행하며 바쁘게 지냈다."안시우의 '바쁨'에는 철학이 담겨 있었다. '웃찾사' 폐지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이슈였다는 그는 절망 대신 '바쁨'을 택했다. 프로그램 폐지 후에도 고속터미널역에서 15시간 가량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고도 돌아와서 개그를 짰다고.

"전 재능이 없다. 그래서 근면성실 해야된다. 어릴때 부터 7년간 받쳐주는 역할만 했다. 제가 짠 개그는 다 재미 없다는 반응이었다. 관객들이 웃지 않았을 때는 좌절도 했다. 이후 ‘굿닥터’로 상을 받았다. 그떄 알았다 ‘난 죽어라 해야되는구나. 근면성실 해야되는구나’. 몸이 힘들어야 잘 되더라. 절대 편하게 얻어지는 게 없다."

"코미디 무대가 부활 한다면?"이라고 물었다. 안시우는 "당연히 다시 할 것"이라고 즉답했다. "요즘이 인생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그는 그럼에도 마음속에 코미디를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또한 그의 생활에서 뺴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로 자리잡았다. 그는 연예인 못지 않은 유튜버들의 활약을 언급하며 그들의 '팬'을 자처하기도 했다.

"코미디 무대가 너무 그립다. 지금이라도 다시 부활한다면 돈을 다 떠나서 무조건 할 것이다. 요즘 KBS '개승자'를 응원 중이다. 그게 잘 되면 '웃찾사'도 부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불어 유튜브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방울이 TV', '민쩌미', '토깽이네' 이 분들 영상을 자주 보는데 진짜 너무 잘하신다. 이 분들과 꼭 함께 방송을 해보고 싶다. 메일을 보냈지만 아직 답은 받지 못했다."

"유튜브를 통해 1인 20역 까지 해봤다. 어린이들은 저를 '오빠, 형' 이라고 알고있다. 하지만 이런 역할은 최소한 보는 사람이 오글거리면 못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먹고 아저씨가 되면 그 감성대로 가면 되지 않냐. 나중에는 아빠로, 아저씨 역할로 하면 된다. 늙어죽지 않는 이상 계속할 것 같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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