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조짐≫
BTS·'오징어게임' 인기에 가상화폐로 무임승차 사기
하이브 "아미코인, 초상권 침해 등을 확인해 법적 대응"
BTS·'오징어게임' 인기에 가상화폐로 무임승차 사기
하이브 "아미코인, 초상권 침해 등을 확인해 법적 대응"
≪우빈의 조짐≫
월요일 아침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여과 없이 짚어드립니다. 논란에 민심을 읽고 기자의 시선을 더해 입체적인 분석과 과감한 비판을 쏟아냅니다.명품 브랜드일수록 가품이 넘친다. 수법은 교묘해서 진짜처럼 전시해놓으면 의심하면서도 속게 된다. 스타와 콘텐츠도 다르지 않다.
방탄소년단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가상화폐에 이용당했다. 왕관의 무게는 무겁다지만, 글로벌 TOP이라는 이유로 치러야 할 유명세는 가혹하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ARMY)의 이름을 딴 가상화폐 아미코인이 발행됐다. 방탄소년단의 사진을 걸고 물량의 50%가 방탄소년단의 몫이라고 광고하면서 가격이 130배 넘게 뛰기도 한 이 아미코인. 정체는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하이브는 물론 아미와도 관계가 없는 사기였다.
아미코인 사이트에는 대놓고 방탄소년단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발행사는 "방탄소년단을 평생 보살피기 위해 탄생했다. 멤버들이 작품 활동 이외에 다른 부가적인 사안에 신경 쓰지 않으며 오로지 예술 창작활동에 전념하도록 돕겠다"고 홍보했다.
이 사이트는 허술했다. 사업계획서라는 백서도 없었고 방탄소년단의 사진도 그림으로 대충 그려놔 허접했다. 방탄소년단의 초상권에 민감한 팬들은 사기임을 알아봤지만 일부 팬들이나 투자자는 속기 쉬웠다. 물건이든 주식이든 방탄소년단과 관련됐다면 일단 '최고가'가 되니
아미코인은 10월 27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겟에 상장됐다. 상장 첫날 가격이 60배 넘게 올랐고 둘째날엔 130배 넘게 뛰기도 했다. 팬들의 신고와 제보로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하이브는 "아미코인과 전혀 관계가 없다. 홍보에 사용된 방탄소년단의 초상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진행됐다"며 "초상권 침해 및 법적 위반사항을 확인 중이며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가 공식 입장을 내놓은 뒤 발행사와 거래소 모두 발을 뺐다. 비트겟은 "해당 가상화폐 프로젝트에 자사는 책임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아미코인 측은 "아미와 하이브와 관계가 없다. 대신 이 프로젝트는 팬으로서 방탄소년단을 향한 순수한 헌신으로 만들어졌다"며 사기를 팬심으로 넘어가려 했다. 방탄을 팔아서 올린 수백배의 이익은 어디로 누구에게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잘 나가는 K-콘텐츠를 사기 수단으로 쓴 곳은 또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흥행에 '무임승차'한 스퀴드게임토큰이라는 가상화폐다. 스퀴드게임토큰은 하루 동안 24배 급등해 한화로 약 2036억 원에 달했다.
발행사는 스쿼드게임 토큰이 '오징어게임' 프로젝트의 참가비로 쓸 수 있는 전용 코인이라고 소개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등 놀이에서 최종 승리한 1인에게 전체 참가비의 90%를 상금으로 지급하겠다고 광고했다.
특히 '오징어게임' 출연 배우인 이정재와 정호연이 캐릭터화 된 코인 이미지를 홍보에 사용했다. 하지만 작품에 영감을 받았다는 점 외에 '오징어게임' 및 넷플릭스와 관계성은 없었다.
최근 가상화폐는 밈(meme, 인터넷 유행)을 이용한 밈 코인이 히트했다. 유명 요소를 따오다 보니 음악, 영화 등 분야를 막론하고 흥행을 이끌고 있는 한국의 콘텐츠가 사기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의도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K-콘텐츠의 흥행이 계속 되는 이상 인기를 이용할 사기꾼이 나올 가능성은 많다. 사기꾼을 방치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K-콘텐츠를 생산하는 아티스트들이 입을 수 밖에 없다. 업자들이 우리의 브랜드르 사기의 판을 깔지 못하도록할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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