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배우로 손꼽히는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언프레임드'를 통해 영화 감독으로도 데뷔하게 됐다.
8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 무대에서 영화 '언프레임드' 오픈토크가 열렸다.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감독과 출연한 배우 김담호, 강지석, 임성재, 변중희, 박소이가 함께했다.'언프레임드'는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직접 쓰고 연출한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는 네 명은 각각 연출한 '반장선거', '재방송', '반디', '블루 해피니스'가 담겼다. '반장선거'는 초등학교 5학년 2반 교실의 반장선거 풍경을 조명한 초등학생 누아르. '재방송'은 결혼식장에 동행하게 된 이모와 조카의 하루를 그린 작품. '반디'는 싱글맘 소영과 9살 딸 반디의 이야기. '블루 해피니스'는 도시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됐다.
'반장선거'의 박정민은 "제가 초등학교 3~4학년 정도였다. 반장선거에 나온 친구들과 친구의 친구들이 반장선거에 진심인 걸 보고 제가 중간에서 공포스러웠다. 그 기억이 충격적으로 남아있다. 어느 날 TV를 보는데 어른들도 다르지 않구나 싶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의 기본적인 속성은 순수함이지만 제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저는 초등학생 때 그렇게 순수하지 않았다. 그러고 모두가 다 그렇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이들의 세상을 조금은 비틀어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순수한 저희 배우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런 얘길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반장선거'에 출연한 아역배우 강지석은 "제 캐릭터는 센 캐릭터다. 저한테 도전이었고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민 감독에 대해 "열렬히 지도해주고 다 같이 영화 속 분위기처럼 될 수 있도록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응원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출연배우 김담호는 "제 캐릭터는 저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래서 연기하기 수월했다. 우리 감독님은 배우가 연기를 편하게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고 디렉션을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말씀해줬다. 어떤 신에 연기가 잘 안될 때 감독님이 함께 연기하면서 해줬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최단 시간 안에 학생들의 텐션을 올리려면 지도자가 필요했다. 제가 앞에서 같이 구호를 열렬히 외쳤다"고 전했다. 박정민은 아역배우를 디렉션한 경험에 대해 "27명의 학생들이 나온다. 저도 연출 경험이 없는데 큰 도전이었다. 한번 모여봤는데 잠깐 방심하니 먼 산 보게 되더라. 해결책으로 내놓은 게 제가 같이 연기하는 거였다. PD님의 아이디어였는데, 리허설을 같이 하는 날이 있었다. 그 때 아역배우들이 자신이 할 일을 다 인지하고 촬영장에서도 집중해서 잘 해줬다"고 말했다. 행복했느냐는 물음에 박정민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행복했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재방송'은 손석구는 "이모와 조카는 가족인데,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하루 동안 같은 목적지로 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모습이 담긴다. 내가 만약 영화를 연출하게 된다면, 첫 연출작은 착한 영화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쓰게 된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로드무비를 만든 이유에 대해 손석구는 "둘의 여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진짜를 보는 느낌이 나길 바랐다. 변중희 선생님과 성재가 연기 스타일이 리얼하다. 저는 그것만 신경 썼고 찍는 건 촬영감독님이 잘해줄 거라 믿었다. 미술이나 장소도 리얼하길 원해서 신경 썼다. 연기가 리얼하면 많은 것들이 보완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방송'에 출연한 임성재는 "자웅동체처럼 손석구 감독과 눈으로, 몸으로 얘기했다"며 "즐겁게, 오랜만에 작품에 대해 심도 있게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의 우리 모습처럼 잘 안 되고, 그렇지만 원하고, 그렇게 서툰 모습을 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출연배우 변중희는 "이 나이쯤 되면 희로애락의 경험들이 싸여있다. 하지만 젊을 때 만큼 불타는 건 아니다. 그래도 제가 다혈질이라 대본을 보면서 조절이 안 될 때 감독님의 완급 조절과 세심한 멘트 덕분에 영화 연기를 배울 수 있었다. 감독님은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손석구를 칭찬했다.
'반디'를 연출하고 주연도 한 최희서는 "저는 3년 전 썼던 미완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제가 2년 전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박소이 배우와 함께 촬영하면서 이 배우라면 내 시나리오 속 역할에 맞겠다고 싶었다. 그러면서 각색했다. 말을 더듬는 연기인데 박소이 배우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가 싱글맘과 딸의 이야기인데, 제가 싱글맘을 연속으로 한 적 있다. 그런데 싱글맘의 이야기가 좀 주변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았다. 자녀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좀 더 면밀히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 최희서와 모녀지간이었던 박소이는 "엄마가 다해주셨다. 선물도 많이 해주셨다"며 해맑은 모습을 보였다. 최희서는 "제가 연출과 연기를 함께했던 이유는 짧은 시간에 새로운 배우와 케미를 만들기보다는 성인배우 중에는 제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해서다. 소이와 놀 듯이 찍을 수 있었다. 소이가 저를 편하게 생각해서 더 좋은 모습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로서 보다 감독으로서 훌륭한 배우들을 담는 게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블루 해피니스'의 이제훈은 "요즘 세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키워드를 나열해보니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게 코인, 주식, 중고거래, 데이트 어플 등이 있었다. 욕심을 통해서 해나가는 것에 있어서 부딪침, 좌절 등을 담아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블루 해피니스'에는 정해인, 이동휘, 김다예, 탕준상, 표예진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이제훈은 "훌륭한 스태프들과 배우들 덕분에 제가 가진 역량보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이 꿈을 꾸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정해인에 대해서는 "제가 정해인의 모습, 말투, 행동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써내려갔다. 다행히 시나리오를 재밌게 보고 같이 하자고 얘기해줘서 떠나갈 듯이 기뻤다. 이게 감독님들이 배우를 캐스팅하는 마음이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이동휘에 대해서는 "대사량도 많고 어느 정도 알고 대사를 해야 하는 내용인데 아는 사람 마냥 표현해줘서 '배우는 배우구나' 싶었다. 감독의 입장에서 감탄하면서 봤다"며 고마워했다.
네 명은 배우와 감독을 모두 경험하게 된 마음을 털어놓았다. 최희서는 "프레임 안의 세상을 만드는 경험을 해보니 스태프들의 노고를 더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손석구는 "현장 스틸 사진에서 제가 찍힌 모습을 보면, 변중희 선생님이 연기하는 게 제가 표정으로 따라하고 있다. 희서 씨 얘기처럼 모니터 뒤에서 몰입할 준비가 돼있는 1번 감독이다. 정말 배우와 사랑에 빠진다는 마음을 알게 됐다. 배우로서는 연기할 때 현장 나가면 감독님이 우두머니이지 않나. 저는 늘 감독님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감독님도 모르는구나, 시간을 드려야겠다 알게 됐다"며 역지사지의 마음을 전했다.
박정민은 "모니터석 앞에 앉아있는 제 자신이 창피했다. 배우들 연기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이 준비해온 걸 컨펌해줘야 하는 자리이지 않나. 그 무게감과 책임감이 단편영화임에도 무거웠다. 이들이 준비해온 걸 내가 잘 만들어내지 못하면 어쩌지 두려웠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독님들을 존경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감독님 말씀을 정말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로서 마음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훈은 "내가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제가 어떤 위치, 어떤 공간에서 연기하든, 또 연출을 할 수 있게 되든 열정을 쏟아 부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였다"고 강조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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