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걸그룹 출신 배우 출연 영화 줄줄이 개봉
방민아, 한승연, 한선화, 흥행 가능할까
올해 레드벨벳 아이린-EXID 하니 흥행 실패
걸그룹 출신 배우에 대한 편견 지속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영화 관련 이슈와 그 안에 숨겨진 1mm,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합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수도 있는, 영화 관련 여담을 들려드립니다.
걸스데이 방민아부터 카라 한승연, 시크릿 한선화까지, 걸그룹 출신 배우들이 줄줄이 영화 주연을 맡아 관객을 만난다. 마치 짠 것처럼 동시기 극장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늘 외면받는 걸그룹 출신 배우들의 영화가 이번에는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첫 번째 주자는 방민아다. 9월 1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최선의 삶' 주인공 강이로 분한다. '최선의 삶'은 가수 이이유의 '인생 책'으로 화제를 모은 임솔아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 '최선의 삶'을 원작으로 한 작품. 방민아는 열여덟 살 강이로 열연해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이 영화로 제20회 뉴욕 아시아 영화제에서 국제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했다.

방민아에게 '최선의 삶'은 '홀리'(2013), '아빠를 빌려드립니다'(2014), '좋은말(2019)에 이은 네 번째 영화다. 2010년 걸스데이로 데뷔한 방민아는 일찌감치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했다. 안방과 스크린을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쌓았지만, 늘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였다. 조연으로 나선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가 17만 관객을 모았는데 이게 가장 좋은 성적이다. 데뷔작 '홀리'는 1785명밖에 동원하지 못했다.이어 한승연은 9일 개봉하는 '쇼미더고스트'로 관객을 만난다. '쇼미더고스트'는 집에 귀신이 들린 것을 알게 된 20년 절친들이 '내 집 사수'를 위해 셀프 퇴마에 나서는 코미디물로, 한승연은 만년 취업준비생 예지로 분해 첫 스크린 장편 데뷔에 나선다.

한승연도 카라 초창기 때부터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해 단역, 조연 가리지 않고 연기력을 쌓았다. 그러다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최 무수리 역을 맡아 배우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후 영화 '더 레이서', 씨네 드라마 '응보' 등에 출연했지만, 많은 사랑을 받진 못했다.

한선화는 16일 개봉하는 로맨스물 '영화의 거리'로 스크린에 얼굴을 내비친다. '영화의 거리'는 헤어진 연인에서 일로 다시 만난 선희와 도영의 이야기를 그리며, 한선화는 로케이션 매니저 선화로 분해 배우 이완과 호흡을 맞춘다. '영화의 거리'는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창밖은 겨울' 이은 한선화의 두 번째 영화다.2013년 방송된 드라마 '광고 천재 이태백'부터 연기를 시작한 한선화는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구해줘2', '편의점 샛별이', '언더커버' 등 근 3년여 동안 찍은 작품에선 한 층 더 성장한 연기를 선보이며 주연 배우로 발돋움했다. 이런 한선화에게 영화 주연은 낯설다. 실질적으로 첫 개봉작인 만큼 어떤 반응을 이끌지 관심이 쏠린다.

최고 걸그룹 출신 배우들의 스크린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특히 올해는 레드벨벳 아이린이 처음으로 영화 주연으로 나서 관심을 모았다. 아이린은 2월 개봉작 '더블패티'로 스크린에 도전했지만, 1만 5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또한 다소 미숙한 연기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EXID 하니도 '배우 안희연'으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주연을 맡아 스크린 도전장을 냈다. '10대 임산부의 유산 프로젝트'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영화 '박화영'의 이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를 모았으나, 크게 흥행하진 못했다. 그러나 하니의 경우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데도, 캐릭터를 능숙하게 그려내며 호평받았고 3만 5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레인보우 출신 김재경의 경우, 여러 히트작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로서 인정받았지만 올 2월 개봉한 '간이역'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스크린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 밖에서 라붐 솔빈이 공포와 코미디를 조합한 영화 '나만 보이니' 주연으로 나섰지만 관객 수 2289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안았고, 베리굿 출신 조현도 공포영화 '최면'으로 주연에 나섰지만 5만 4000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걸그룹 출신 배우들의 이런 초라한 성적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절정의 인기 그룹 에이핑크 출신으로 '응답하라 1997' 이후 드라마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정은지도 영화 'OOMHz'로 고배를 마셨고, 같은 팀 출신 손나은도 드라마에선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여곡성'으로 스크린에 도전했다가 혹평을 받았다.

에프엑스 출신 정수정도 이제는 완전히 배우로 자리매김했고, 연기력도 꽤 인정받았으나 '흥행' 맛은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개봉한 '애비규환'이 2만 2000명을 동원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이돌 가수들의 생명력은 짧다. 언젠가부터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거나, 가수 활동 이후 배우로 전향하는 것이 당연한 루트가 됐다. 이런 가운데 영화를 보는 관객들 눈엔 아이돌 출신들이 연기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많은 팬을 보유한 인기 스타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런 데서부터 시작한 편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소녀시대 출신 윤아 정도가 영화계에선 나름 통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을 뿐, 대부분의 날고 길던 걸그룹 출신 배우들이 기를 못 펴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를 만드는 쪽에서도 관객들 수준이 높아진 현시대에서 단순히 인기만으로 '흥행'을 좌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아무리 레드벨벳 아이린이고, 걸그룹 방민아라도 블록버스터급 영화에 출연해 달라며 손을 내밀기란 쉽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관객이나 제작진이 '색안경'을 끼지 않고 바라보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무대에서 다년간 쌓은 이들의 '경험'이 영화배우로서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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