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리듬파워≫
목요일 아침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빅히트(현 하이브)의 신인 걸그룹이라면 분명 구미가 당길 타이틀이다. 세계적인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의 여동생 아닌가.

타이틀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뻔 했다. 소녀시대부터 샤이니, 에프엑스(f(x)), 엑소, 레드벨벳, NCT까지 내로라하는 아이돌을 완성시킨 '민희진의 신상'. 포장을 벗기기도 전부터 기대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100°C 물처럼 끓고 있던 K팝 팬들의 관심은 순식간에 식어버렸으니. 그룹 아이즈원 출신 김채원과 미야와키 사쿠라 등이 빅히트의 새 걸그룹에 합류한다는 소식 탓이다.
김채원(왼쪽), 미야와키 사쿠라 / 사진=텐아시아DB


팬들의 실망은 김채원, 미야와이 사쿠라의 비주얼, 능력과는 상관없다. 전에 없던 새로운 걸그룹을 탄생시킬거라는 민희진 디렉터에 대한 기대가 꺾인 것.

올해 K팝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빅히트의 새 걸그룹이자 민희진 CBO(브랜드총괄)가 만든 '민희진 걸그룹'의 데뷔였다. 민희진 CBO는 2019년까지 SM에 머물며 소녀시대부터 NCT의 콘셉트와 비주얼을 완성한 비주얼&아트디렉터. 청순 혹은 섹시로 갈리던 걸그룹 시장에 독특한 시각적 이미지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콘셉트를 부여했다. 맑음과 밝음에 스릴러를 섞어 마이너한 감성마저 하나의 콘셉트로 승화시키며 걸그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샤이니를 통해 컨셉티브라는 개념을, 엑소의 심볼과 세계관 구현 프로젝트 등으로 아이돌 시장의 흐름을 바꾼 인물이기도 하다.

민희진의 색깔은 확실하다. 아기자기하면서도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팝아트, 특유의 키치함이 특징. 아이돌로 예술을 하는 민희진이 빅히트로 이적해 자신의 이름을 건 걸그룹을 만든다고 하니, 팬들의 관심을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에프엑스 / 사진=SM엔터테인먼트
레드벨벳 / 사진=SM엔터테인먼트


민희진 역시 편한길을 처음부터 택한 것은 아니다. 빅히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걸작을 위해 그는 직접 멤버를 뽑고, 콘셉트와 비주얼 모두 총괄했다. 특히 민희진은 이 걸그룹의 오디션을 기획하면서 공식 인스타그램을 개설했는데, 오디션 기획 영상만으로 '민희진 걸그룹'에 대한 기대는 커저만 갔다.
민희진이 내세운 걸그룹의 콘셉트는 lovely(사랑스러운, 어여쁜), unique(유일무이한, 독특한), sassy(멋진, 대담한), playful(장난기 많은, 놀기 좋아하는) 등이다. 비주얼 디렉터답게 긴 글로 설명하기보다 이 모든 콘셉트를 짧은 영상에 담았다. 그룹명, 멤버수 등 공식적인 입장을 단 하나도 없음에도 새롭고 독특한 걸그룹의 탄생을 예고했다.
사진=하이브 공식 인스타그램


특히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뮤직비디오에 '민희진 걸그룹' 오디션 기획 영상에 등장했던 소녀가 출연하며 관심은 더욱 커졌다. 순수하고 말간 느낌은 코앞으로 다가온 '민희진 걸그룹'의 데뷔를 더욱 기다리게 했다.
사진=하이브 공식 인스타그램

부풀어 버린 기대가 실망이란 바늘을 만난 건 순간이다. 팬들에게 아이즈원 멤버들의 이적 소식은 기쁨보단 실망으로 다가왔다. 물론 이들의 합류할 걸그룹에 대한 빅히트의 공식입장은 없다. 하지만, 침묵은 들끓는 팬들의 민심을 잠재우지 못했다.

신인 걸그룹이 아니라 아이즈원 유닛 혹은 아이즈원2 같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신인 그룹에 대중에게 알려진 멤버가 있다는 건 양날의 검이다. 기존 팬덤을 흡수할 순 있지만, 새로운 팬을 유입하는 것이 어려워 리스크를 안고 시작해야 한다. '새 걸그룹=민희진 걸그룹' 이라는 개념이 팬들의 뇌리를 장악한 상황에서 잡음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사진=하이브 공식 인스타그램


빅히트는 김채원 등 아이즈원 멤버들의 합류 소식이 몰고온 팬덤들의 동요와 실망에서 '민희진 걸그룹'에 대한 기대치를 체감했을 것이다. 더불어 기대가 장애물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21세기 비틀즈로 자리 잡은 BTS를 탄생시킨 방시혁. 그의 주머니에는 상황을 반전시킬 묘수가 있을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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