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과 JYP의 경영 철학, 성실과 바름"
소속 가수 및 연습생 인성 중요성 강조

스트레이 키즈 현진 학폭에 솜방망이 훈계
ITZY 리아엔 중립성 잃고 무조건적 감싸기

가수 박진영/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먼지 쌓인 외장하드에서 과거 인터뷰를 샅샅이 텁니다. 지금 당신이 입덕한 그 가수, 그 아이돌과의 옛 대화를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2015년 5월이었다. '어머님이 누구니'로 히트를 친 가수 박진영은 오랜만에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새 앨범에 대한 여러 에피소드부터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경영 철학, 삶에 대한 태도까지 최근 몇 년간 그에게 일어난 흥미로운 변화를 전했다.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두 가지를 세웠어요. 하나는 얼마나 부지런하게 사느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얼마나 올바르게 사느냐 하는 것이요."

'성실'과 '바름'을 삶의 기준으로 세웠다는 박진영은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자원인 소속 아티스트와 연습생에 대한 기준 역시 동일하게 적용했다. "제가 소속 가수를 혼낼 때 역시 딱 두 가지죠. 게으르거나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할 때. 연습을 안 해서 실력이 부진하면 안 되겠죠. 그리고 미성년자로서 하면 안 되는 것. 성적인 문제라든지, 마약이나 담배, 음주운전 등 어떤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할 때만 문제가 됩니다. 나머지는 괜찮아요."

진작부터 소속 아티스트 및 연습생들의 인성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썼던 박진영 덕분인지 JYP는 비교적 구설수가 적은 회사였다. 타사 아이돌들이 숱한 사건 사고에 휘말렸어도, JYP만큼은 착한 인성이 부각되며 회사를 대표하는 파란색이 아주 잘 어울렸다.

그러나 JYP의 최근 행보는 앞선 박진영의 인터뷰가 무색해진 인상을 준다. JYP는 최근 불거졌던 그룹 스트레이키즈의 현진과 ITZY(있지) 리아의 학교폭력 이슈에 대해 그리 문제삼지 않는 듯 보인다.
그룹 스트레이키즈 현진-ITZY 리아/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먼저 현진은 지난 2월 중학생 시절 동급생에게 심각한 수준의 언어폭력을 비롯해 신체적인 폭력을 가했다는 학폭 의혹에 휘말렸다. 당시 JYP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 법적 조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가 약 3일 뒤 애매하게 상황을 수습했다.

JYP는 "게시자를 비롯해 동급생, 선생님 등을 대상으로 상황을 청취하였으나, 모든 내용의 사실 계를 명백하게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제를 깔고는 "과거 현진의 미성숙하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상처 입고 피해를 받으실 분들이 계시고, 현진 역시 깊게 후회하고 반성했기에 게시자 분들을 직접 만나 진정으로 사과했다"고 에둘러 학폭을 인정했다.

JYP는 현진이 과거 동급생에게 어떤 잘못을 했는지 명확히 짚지 않은 채, '미성숙하고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표현했고, '현진의 과거 언행으로 상처 받으셨던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사과의 말씀 전한다'고 사과 대상도 명확하지 않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했다.이 사건 뒤 약 4개월간 활동을 중단했던 현진은 "기부 및 봉사활동 등을 통해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지난 7월 디지털 싱글 '믹스테이프:애'로 활동 복귀했다. 오는 23일 'NOEASY'(노이지)로 본격적인 컴백도 앞둔 상황이다.

그러나 현진의 복귀에 대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 '너무 빠르다'는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진정성 있는 자숙과 반성이 수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ITZY 리아의 경우도 개운치는 않다. 리아 역시 지난 2월 한 네티즌에 의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JYP는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며 해당 네티즌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경찰은 JYP가 고소한 두 명의 네티즌에 대해 '혐의없음' 의견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JYP는 "글 게시자의 내용이 거짓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지 리아가 학교 폭력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의미가 아니다"며 이의신청을 통해 재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 "절대로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가 있어서도 안되지만, 또 동시에 사실이 아닌 폭로, 혹은 왜곡된 폭로로 인한 피해자 역시 있으면 안 된다"며 리아를 '왜곡된 폭로로 인한 피해자'라고 지칭, 강경하게 맞섰다.

특히, 리아는 학폭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문제 없이 ITZY 활동을 이어갔다. 팬송 '믿지'(MIDZY)부터 'GUESS WHO'(게스 후), 둘째이모 김다비(김신영)와 컬래버 음원 '얼음깨'까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활동했다. 학교 폭력을 인정하고 짧게나마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현진과는 달리 리아는 정상적인 활동을 진행했던 만큼 JYP는 리아의 결백에 대해 상당 수준의 확신과 증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JYP 내부의 사정일 뿐 외부의 시각에서는 다소 독단적인 결정으로 느껴진다. 경찰 수사 결과로 리아의 학폭 의혹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여러 차례 ITZY의 활동을 감행한 것은 JYP로선 신중치 않았다는 의견이다. ITZY의 활동을 바라보는 대중 역시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가수 박진영/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JYP는 초심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여러 상황에 타협하게 된 것일까. 소속 가수의 인성 문제만큼은 무엇보다 엄격하게 반응했던 JYP의 칼날이 무뎌져 버린 듯하다.

"JYP 소속 가수와 연습생을 다 제 자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박진영이다. 물론, 학폭 문제 관련 진실이 가려지기 전까지는 중립성을 유지하며 자식의 말을 들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러나 학폭을 인정한 현진의 경우는 솜방망이 훈계에 그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리아에 대해선 무조건적인 '제 자식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좋은 부모는 자식의 모든 것을 감싸지 않는다. 자식이 잘못했다면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명확하게 알려주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인성의 중요성을 그 무엇보다 강조해 왔던 JYP가 초심을 되찾고, 다시금 자식 교육에 고삐를 당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JYP에 안성맞춤이었던 파란색의 푸르름이 빛바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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