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미, '결사곡2' 종영 인터뷰
'사피영'으로 인생캐릭터 경신
"해맑게 웃고있지만 제일 불쌍한 캐릭터"
'사피영'으로 인생캐릭터 경신
"해맑게 웃고있지만 제일 불쌍한 캐릭터"
"사피영이요? 시청자들이 얄입게 보실 수 있지만, 가장 불쌍하고, 외롭고, 짠한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남편한테 올인할 수 밖에 없죠. '돌아가신 엄마보다 남편 바람이 더 커?' 이런 댓글을 본 적이 있는데, 세상에 하나뿐인 내 편이기에 일반 사람들과 틀린 파장으로 올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그런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배우 박주미가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2'(이하 '결사곡2')에서 긴 호흡을 함께 했던 사피영이라는 캐릭터에 깊은 애정과 여운을 드러냈다. "캐릭터 소화 후 여운이 많이 남는다"고 말한 박주미는 사피영으로서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서는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후회가 없었나보다"라고 답했다.
박주미는 극중 누구보다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신유신의 아내인 사피영으로 분했다. 그는 라디오 PD로 일하며 집안일도, 양육도, 남편에게도 항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인물이다. 사피영은 어린 시절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 사이에서 자랐다. 급기야 사이가 좋지 않은 엄마에 의해 아버지와 강제로 떨어져 살아야 했다. 그러던 아버지가 눈 앞에서 사고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본 뒤, 자신의 가정 만큼은 완벽하게 가꾸려고 노력해 왔다.
박주미는 그런 사피영에 대해 "해맑게 웃고있지만 제일 불쌍한 캐릭터"라며 배경이 좋은 남자를 꼬셨다는 건 사피영에 대한 오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그의 인생 캐릭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담겼다.
"사피영은 멋진 현대 여성이다. 남자들한테 간택을 받는 느낌이 아닌, 내가 좋아하고 이상형인 남자를 찾아서 적극 데쉬해 쟁취한 것이다. 사피영 마인드가 요즘 세대의 가치관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선택에 있어서 멋진 현대 여성같았다. 자기 직업도, 남자도 자신이 선태한 사피영은 자기가 뒤쳐질까봐 피나는 노력으로 살고있는 인물이다."
커리어우먼의 강단과 완벽한 아내, 엄마의 온화함을 빈틈없이 표현하는 열연으로 '인생캐' 경신에 성공한 박주미. 하지만 현실의 박주미는 일과 주부일을 병행하기 어려워 반성을 하게 됐다고. 일한 테도 안 나고, 보상도 없는 집안 일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사피영에게 존경심마저 들었다고 털어놨다."사실 사피영은 보수적, 가부장적 세대에 완벽한 여성상이다. 고전, 보수체제 안에서도 자기 커리어는 잘 쌓으면서 남편에게 싫은 것과 아닌 것은 의사를 정확히 내세운다. 사랑스러우면서 강단은 있고, 풍파를 받지 않은 정도의 배경, 상대방에게 강단있게 어필 하면서도 속아 넘어가줄 수 있는 정도. 그 중간을 찾는 게 어려웠다."
여러가지 감정선을 가진 사피영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차분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그 폭 안에서 감정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감정 변화가 박주미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기도 했다. 박주미 역시 시청자들의 연기 호평 댓글이나 주변 반응을 자주 찾아본다고 했다.
"제가 다니던 사우나가 있다. 수영장 신을 찍느라고 레레슨 받으러 다녔다. 락커룸 안에서 ‘지아엄마’라고 부르길래 뭐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절 부르시는 거였다. 마트에서는 힘내라고 소고기를 덤으로 주시더라. 이럴때 실감을 많이 했다."박주미의 패션 또한 화제였다. 화려하고 우아하면서도 일상 생활에 부담이 없을 법한 사피영의 패션은 박주미가 탄생시킨 결과물이었다. 톤다운된 블랙, 네이비, 그린톤의 오피스룩에 화려한 주얼리와 가방, 신발로 포인트를 살린 패션은 여성들의 관심을 모았다. 또 집에서 입은 홈드레스 패션도 주목받았다.
"넷플릭스에서도 인기가 많으니까 해외 반응이 특히 신기했다. 시즌 1 반응을 예로들면, 일본에서는 제가 든 가방이 인기가 많고, 홍콩에서는 주얼리에 관심이 많더라. 또 미국은 거의 스토리 위주다. 미국 교포들이 자주 찾는 사이트에 박주미 연기에 대한 잘못된 얘기를 하면 큰일 난다더라. 너무 감사드린다."
MBC 공채 이후 30년차 배우인 박주미는 '결사곡'을 통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해당 작품을 통해 이태곤과의 70분 2인극을 비롯해 춤, 수영, 애교 등 새로운 영역에도 도전했다.
"20대 때는 작품을 많이 안 했다. 지금같은 마인드로 20대 때 작품을 했으면 연예계에 한 획을 그엇을거라고 농담하곤 한다. 이만큼의 소중함을 몰랐던 것. 30대에는 가정에 충실하고 싶었다. 40대인 지금은 열심히 하고싶고 책임감임 더 생겼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박주미의 장점 중 하나는 열정적인 도전 정신이다. 그는 누군가의 딸이면서, 아내이면서, 엄마, 며느리, 직장생활 등 할수 있는 게 많은 배우다. 무엇보다 연기를 하고 표현을 하면서 즐거워한다. 그가 성장하면서 배운 작품들, 또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기대가 모인다.
"나이를 무시 못한다. 나이에서 오는 경험이 있다. 예전부터 많은 선배들과 감독님들이 '직접 배운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해주셨다. 사회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과 내 나이에서 오는 감정들. 제가 이 감정들을 겪었기 때문에 간접보다는 직접적으로 느꼈을 때 연기자로서 파장의 깊이가 다른것 같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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