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하정우가 김용건에 추천한 영화 '베스트 오퍼'
63살에 20대와 사랑에 빠진 영화 주인공과 김용건
사랑의 대가로 전재산 잃은 주인공…김용건은?

사진=MBC '나 혼자 산다' 방송 캡처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목요일 오후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70 넘은 아저씨랑 20대랑 사랑하는 이야기."

"아버지 얘기 같애?"배우 김용건과 아들 하정우가 6년 전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나눈 담소 내용이다. 하정우가 "반전이 있기 전까진 참 아름다워 보였다"고 하자 김용건은 "뭘 보고 그랬겠나. 진정한 사랑이겠나. 물질적인 거나 뭘 보고 그랬겠지 않나. 얼마나 배신감에 허탈하겠냐"고 말한다.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영화 '베스트 오퍼'였다.

국내에서 2014년 6월 개봉한 '베스트 오퍼'는 고미술품 경매사이자 감정사인 63살 독신남 올드먼이 광장공포증으로 인해 12년간 대저택 밖으로 나오지 못한 27살의 클레어를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독단적이고 거만한 올드먼의 은밀한 취미 생활은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화들을 수집하는 것. 두꺼운 금고문을 열고 들어가야 나오는 집안의 거대한 수장고에는 5층 높이는 돼 보이는 벽면 끝까지 여인들의 초상화가 빽빽하게 걸려있다. 그림 속 수많은 여인들의 시선만 받아왔던 그는 그림보다 더 신비롭고 아름다운 20대 숙녀에게 호기심을 갖게 되고 마침내 사랑에 빠진다.

하정우는 중후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아버지 김용건에게 "그런 영화 하시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한다. 공교롭게도 김용건의 '혼전 임신 스캔들'이 터지면서 하정우의 놀라운 예지력(?)은 대중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배우 김용건 / 사진=텐아시아 DB


김용건은 최근 39세 연하 여성 A씨와 혼전 임신, 출산을 놓고 법적 분쟁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김용건이 13년 간 만나온 37세 여성 A씨는 올해 초 임신했고 김용건이 출산을 반대하자 지난달 24일 김용건을 낙태 강요 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김용건과 A씨는 2008년 한 드라마 종영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김용건의 나이는 63살, A씨는 24살이었다. '베스트 오퍼'의 올드먼이 27살의 클레어를 알게 된 때도 63살이었다.영화 속 올드먼의 사랑은 광장공포증으로 인해 밖에 나오지 못하는 클레어를 도와주려던 선의에서 시작됐다. 올드먼은 까탈스럽고 이기적인 성격이었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만큼은 순진하고 어수룩한 숫총각이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자신의 컬렉션을 기꺼이 보여주고 그녀와 행복한 생을 보내기 위해 경매사에서도 은퇴한다. 하지만 김용건은 올드먼보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알았고 사회적 시선을 의식한 것 같다. 스캔들이 터지자 그는 공식입장을 통해 "서로 미래를 약속하거나 계획했던 상황이 아니었기에 기쁨보다는 놀라움과 걱정부터 앞섰다"며 "제 나이와 양육 능력, 아들들을 볼 면목, 사회적 시선 등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털어놨다.

영화 '베스트 오퍼' 스틸 / 사진제공=BoXoo 엔터테인먼트


멜로영화인 것 같은 '베스트 오퍼'는 사실 미스터리 범죄영화다. 앞서 하정우가 언급한 '반전'이라는 것에 힌트가 있다. 올드먼 주변인들이 그의 어마어마한 소장품을 노리고 계획한 사기극이었던 것. 최고의 경매사로 추앙 받았던 올드먼은 결국 정신병원에 의탁하는 처지가 된다.영화 속 올드먼은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김용건은 뒤늦게라도 수습에 나섰다. 김용건은 "조금 늦었지만 저는 체면보다 아이가 소중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자각하고, 아들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고, 걱정과 달리 아들들은 새 생명은 축복이라며 반겨줬다"며 "상대방의 상처 회복과 건강한 출산, 양육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혹여 법에 저촉되는 바가 있어 책임질 일이 있다면 당연히 질 것"이라고 밝혔다.

'베스트 오퍼'는 경매에서 최고 제시액을 뜻하는 말로, 영화에서는 인생과 맞바꿀만한 최고의 명작을 만났을 때 제시할 수 있는 최고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 속 올드먼의 '사랑의 감정'은 그가 평생 모은 컬렉션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내줄 만큼의 가치로 환산됐다. 하지만 그 끝은 파국이었다. 그가 진품이라 감정했던 사랑은 모조품에 불과했고, 그에게 시선을 줬던 그림 속 여인들도 한순간 전부 사라져버렸다.

데뷔 55년 차의 김용건은 예능에도 자주 얼굴을 내비치며 재치와 입담, 그리고 청춘스타들 버금가는 패션 센스까지 젊은 세대에게도 사랑 받던 배우였다. 대중들에게 호감도 높은 배우였던 만큼 이번 스캔들로 인한 이미지 회복을 위해 김용건이 치러야할 '베스트 오퍼'는 꽤 클 것 같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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