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방송 최초 0표 탈락
21대 0의 주인공, pH-1 무대 비하인드
21대 0의 주인공, pH-1 무대 비하인드
MBC 예능 ‘복면가왕’에서 6년 역사상 최초로 ‘0표’를 받은 출연자가 탄생했다. 그 역사적 주인공은 바로 트렌디한 감각으로 힙합 팬들을 사로잡은 ‘대세 래퍼’ pH-1.
‘센터’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른 pH-1은 1라운드 듀엣대결에서 상대 ‘버터’와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프라이머리의 ‘자니’ 무대를 완벽 소화했다. 평소 싱잉랩을 주력으로 하는 그답게 감미로운 음색과 랩 실력을 동시에 뽐내며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도 추측이 됐지만, 투표 결과는 반전이었다. ‘복면가왕’ 사상 최초로 21대 0 이라는 기록이 나온 것.지금까지 ‘복면가왕’에서 20대 1의 기록은 수차례 나온 바 있었으나, 0표의 기록은 최초이기 때문에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결코 상대에 뒤처지지 않는 실력이었기에 예상을 뒤엎은 결과에 방송 이후에도 시청자들의 설전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
끝끝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복면가왕’ 제작진에게 후일담을 들어봤다. 이하 ‘복면가왕’ 연출을 맡고 있는 김문기 PD와의 일문일답Q. 이런 투표 결과를 예상했는지?
김 PD: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방송을 통해 확인하신 것처럼 pH-1님의 실력이 워낙 훌륭했다. 합주와 리허설을 거치면서도 이 듀엣 대결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겠다 생각했다.
‘복면가왕’에 많은 래퍼 분들이 출연하셔서 숨겨진 노래 실력을 발휘한 바 있고, pH-1님 역시 힙합씬에서 음색으로 독보적인 분이라 기대가 컸다. 합주 때 기대 이상의 노래를 들려줘서 제작진 모두가 깜짝 놀랐다. pH-1 님이 ‘복면가왕’ 가왕 출신인 ‘부뚜냥’ 양요섭 님과 초등학생 시절부터 절친이다. 그래서 친구끼리는 저런 실력도 닮는구나, 둘 다 잘해서 친구인가보다 싶었다. 그래서 듀엣대결도 팽팽할 거라 예상했는데 그야말로 ‘상상도 못 한’ 투표 결과가 나왔다.Q. 당시 현장 분위기를 설명해 본다면?
김 PD: 노래가 끝나면 바로 투표를 진행하는데, 21인의 판정단이 버튼을 누르기까지 평소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비등한 실력의 듀엣이었던 만큼 모두들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하더라.
집계된 결과를 봤을 때 처음에는 투표 시스템에 오류가 생긴 게 아닌가 싶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복면가왕’에서는 일반인 판정단 없이 연예인 판정단 21인의 투표로만 1년 반 가까이 진행하고 있는데 20대 1이라는 결과가 여러 번 나오면서 언젠가 21대 0도 나오는 게 아닐까 했다. 그게 이번일 줄은 몰랐다. 판정단은 물론이고 모든 스태프에게 충격적인 결과였다.
pH-1님은 솔로곡으로 ‘기대’를 부르면서 듀엣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감미로운 음색과 가창력에 한 번 더 충격을 받았다. 이런 실력자가 0표를 받다니. 판정단 분들이 굉장히 미안해했다.Q. 녹화 후 pH-1 본인과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
김 PD: 상처받지 않았을까 걱정이 컸는데 우려와 달리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며 웃어주시더라.
래퍼다 보니 노래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는데, 하고 싶었던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했다. 최초의 0표라면 오히려 강한 인상을 남겨줄 수 있지 않느냐면서, 몇 번이고 괜찮다 말씀하시더라. 그의 배려심과 착한 마음, 대인배적인 면모에 저희 제작진 모두가 ‘입덕’ 하게 됐다.
Q. 방송에 미처 다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김 PD: pH-1님이 방송 출연 경험이 많이 없어서 출연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었다. 특히 ‘개인기 방’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컸는데, 의외로 개인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줬다.개인기 방에서 배꼽 찌르기, 농구공 돌리기, 그렉 성대모사 등 많은 개인기를 시도했고, 그중에 엄선된 마이클 잭슨 개인기를 시청자 여러분께 소개하게 됐다. 개인기 방에서 나가실 때는 “안심이 되네요”라면서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Q. pH-1에게 전하고 싶은 말?
김 PD: 꼭! 재도전해 주셨으면 좋겠다. 래퍼 분들 중에 행주, 페노메코 등 3라운드 이상 진출하신 분들이 있었는데 pH-1님 역시 충분히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 실력을 갖추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3라운드 곡으로 준비했었던 비의 ‘안녕이란 말 대신’에서 pH-1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못 보게 되어서 안타깝다. 이번 출연의 아쉬움을 풀어낼 수 있는 무대를 다시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
‘복면가왕’ 6년의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워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다시 뵙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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