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는 가라! 떠오르는 '힐링 드라마'
'응답하라' 이우정 사단의 힘 '공감+웃음+디테일'
'펜트하우스3'부터 '오케이 광자매'까지 무리수 눈살
'응답하라' 이우정 사단의 힘 '공감+웃음+디테일'
'펜트하우스3'부터 '오케이 광자매'까지 무리수 눈살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에 만나요. '자극적이지 않아도 괜찮아…깊은맛에서 우러나오는 감동'
'막장 트로이카' 김순옥, 임성한, 문영남 작가가 끝없는 억지스러움에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반면 공감과 힐링을 내세운 '이우정 사단' 드라마들은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흥행궤도를 달리고 있다. 개연성 없는 자극들에 지친 이들을 위로한 이우정 사단의 힘은 무엇일까. 현재 안방극장에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이하 '슬의생2')와 SBS '라켓소년단'이 '힐링 드라마'로 이름값을 높이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두 작품을 집필한 작가는 10년 전부터 함께한 '사단'이다.
'라켓소년단'을 집필한 정보훈 작가가 '응답하라', '슬의생' 시리즈 이우정 작가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다. 당시 신원호 PD가 연출을 맡았고 이우정 작가가 '1박 2일' 메인 작가를 맡으며 '남자의 자격' 제작에도 참여했다. 정보훈 작가는 당시 '남자의 자격' 막내 작가로서 예능 경력을 쌓았다. 이후 '해피선데이' 이선혜, 김란주, 김대주 등 작가들과 함께 tvN '응답하라' 시리즈 공동 집필진으로 합류한 정보훈 작가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집필하며 입봉 했고, 이우정 작가가 전체적인 틀을 조정하는 극본 기획을 맡았다.
그래서일까. 오랜 시간을 함께한 두 작가의 드라마는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 '메디컬', '스포츠'를 소재로 하면서도 우리네 평범한 삶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 여기에 자극적인 내용은 없지만 빠른 전개와 통통 튀는 스토리, 치밀한 반전, 유머와 감동 사이의 적절한 변곡점을 잘 짚어내 지루함을 지운 '예능작가 출신'다운 재치가 빛났다. 틀에 박힌 권선징악과 막장 코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슬의생'과 '라켓소년단'의 탄탄한 스토리는 두 작가의 집요한 취재 결과물이기도 하다. 정보훈 작가는 예능 작가로 활동하기 전 시사교양 작가였는데, 'SBS 스페셜' 작가로 재직 당시부터 비인기 스포츠 선수들에 관한 관심을 기울였고, '우리는 왜 공에 열광하는가'를 집필하기도 했다.
정보훈 작가가 '라켓소년단' 취재에 매진한 기간만 5년.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집필할 때도 '라켓소년단' 구상을 이어갔고, 국내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배드민턴 대회는 대부분 참관, 배드민턴 협회도 직접 취재했다고. '라켓소년단' 조영광PD가 제작발표회에서 "첫 미팅 때 작가가 전화번호부 책만큼 두꺼운 배드민턴 관계자 인터뷰 자료를 건넸다"는 말에서도 작품을 향한 그의 열정을 짐작케 했다. '슬의생' 역시 마찬가지다. 대본 단계에서부터 근 4년간 각 과의 자문 교수님들과 세세한 부분까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대본을 만들었다는 제작진은 현장에도 별도로 자문 선생님을 모셔 수술 전 손 닦는 방법부터 수술방에서의 자세까지 물어보며 촬영을 진행했다.
이러한 탄탄함은 호평과 흥행으로 이어졌다. 1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슬의생'은 1회 만에 시청률 10%를 넘어섰고, 최고 시청률은 12.4%를 기록했다. '라켓소년단'도 꾸준히 5%대를 유지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다 최근 방송된 7회에서는 순간 최고 시청률 6.9%를 나타내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넷플릭스 6월 셋째 주 '톱10 콘텐츠'에서도 '슬의생2'와 '라켓소년단'은 각각 3위와 6위에 오르는 등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막장 트로이카' 작가들의 작품은 화력을 잃고 있다. 시즌2 종영 후 두 달여 만에 돌아온 김순옥 작가의 '펜트하우스3'는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반복된 식상한 스토리와 인종 차별 논란 등으로 혹평을 받고 있다.
임성한 작가의 '결혼작사 이혼작곡2'(이하 '결사곡'2) 역시 시즌1에서 죽은 김동미(김보연 분) 남편 신기림(노주현 분)이 귀신이 되어 나타나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이는 앞서 임성한 작가가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등에서 써오던 소재로, 개연성 없는 전개에 많은 비판을 받아 작가 은퇴까지 선언했던 과거로의 퇴보처럼 여겨질 정도다.
문영남 작가의 '오케이 광자매'도 이광남(홍은희 분)과 남편 배변호(최대철 분) 사이에 끼어들어 이혼하게 했던 내연녀 신마리아(하재숙 분)가 갑자기 호텔 욕실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설정으로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청자들 역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펜트하우스3', '결사곡2'는 각각 17%, 6% 시청률로, 신드롬적 인기를 얻었던 지난 시즌들보다 다소 낮아졌다. '오케이 광자매' 역시 하재숙의 황당 사망에 시청률이 3% 가량 떨어졌다.
시간이 흘러도 다시 보고 싶은 '명작'들이 있다. 유치하지 않고, 생각할 것들을 던져주면서도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는 작품들이다. 1차원적인 웃음과 자극적인 요소들로 무장된 '막장'은 결코 '명작'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이름난 '막장' 스타 작가라고 할지라도 이우정 사단이 걸어가는 길을 보며 '자극'을 얻길 바란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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