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모범택시', 지난 29일 종영
순간 최고 시청률 18% 달성
주역 및 작가 교체에도 '굳건'
시청자들 시즌2 제작 요청 쇄도
순간 최고 시청률 18% 달성
주역 및 작가 교체에도 '굳건'
시청자들 시즌2 제작 요청 쇄도
≪박창기의 흥청망청≫
흥행 드라마의 성공의 비결과 망작 드라마의 실패 요인을 시청자의 눈으로 분석하겠습니다. 박창기 텐아시아 기자의 사견은 덤입니다. 시청률부터 등장인물, 제작의도까지 더욱 낱낱이 파헤쳐 미처 보지 못했던 내용을 짚어드리겠습니다.'묵직한 메시지에 버무린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가 대성공을 거뒀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대신 해결해준다는 설정 속에서 던져진 묵직한 메시지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사건을 돌이켜보게 만들었다. 현실 속 이야기를 옮겨 놓은 드라마 속 전개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열기에 충분했다. '모범택시'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재구성했기 때문. 현대판 노예, 학교 폭력, 불법 유출 음란 동영상, 보이스피싱 등 회차를 거듭하면서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어디선가 본 듯한 사건들이다.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는 현실보단 극에서 터져 나온다. 법과 제도 탓에 현실에서 좌절된 복수는 주인공을 통해 통렬하게 진행된다. 현실 속 정의 실현에 대한 갈증이 권선징악의 클리셰로 해갈이 되는 것, 몰입도와 함께 터져 나오는 응징 퍼레이드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했다. 거칠게 표현되는 응징의 수위는 시청자들의 쾌감을 더한다.
"정의가 실종된 사회,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라는 기획 의도 아래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택시기사라는 설정도 새롭다.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이 고등학생이었듯이 택시기사가 다크히어로로 변신한다는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간다.
재료가 좋아도 셰프가 실력이 없으면 안 되는 법.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 앙상블은 극의 몰입을 돕는 두 번째 요소다. 악당들을 거침없이 무찌르는 김도기(이제훈 분)의 현란한 액션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이 시원해진다.
관전 포인트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주역 이제훈의 부캐 퍼레이드다. 젓갈 도적부터 기간제 교사, 웹하드 회사 직원, 조선족 연기까지 자칫 어두울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필수 요소로 작용했다. 그 외에도 이솜, 김의성, 표예진, 차지연, 장혁진, 배유람 등이 몰입도 높은 연기력으로 활기를 불어넣었다.현실 속 이야기를 더욱 현실 같이 만든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대박을 쳤다. 순간 최고 시청률 18%를 기록한 것. SBS 금토드라마 역대 4위의 기록이다.
'모범택시'의 성공의 길이 꽃길이었던 것은 아니다. '모범택시'는 주연 교체, 대역 논란, 작가 교체라는 3대 악재에 시달려야 했다. 시작부터 불거졌던 각종 잡음과 구설은 극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대표적인 것이 주연 배우의 학폭 논란이다. 첫 방송을 앞두고 주역이었던 그룹 에이프릴 이나은이 학폭 논란으로 하차한 것. 표예진이 대체 투입되면서 전면 재촬영에 들어가는 등 초반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잡음도 계속됐다. '모범택시'는 때아닌 이제훈의 액션 대역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가해자를 응징하는 장면에서 어색한 연출이 발견돼 파문이 일었다. 이에 더해 갑작스럽게 작가가 교체되는 일도 발생했다. 작가와 연출진 사이에 견해차로 극본을 맡았던 오상호 작가가 하차하게 된 것. 이후 이지현 작가가 11회부터 종영을 책임지게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극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를 남기기도 했다.
'모범택시'는 호사다마(좋은 일에는 나쁜 일이 생기다)라는 우려를 고진감래(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얘기로 바꿔놨다. 그만큼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면서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모범택시'는 끊임없이 사적 복수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형법상 금지돼있는 사적 복수를 강하게 요구한 것은 '그것이 알고싶다' PD 출신으로 현실 속 좌절을 맛본 박준우 감독의 외침일 것이다. 정의 구현이 좌절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택시기사 김도기는 모범택시를 타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박창기 텐아시아 기자 spear@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