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먼지 쌓인 외장하드에서 과거 인터뷰를 샅샅히 텁니다. 지금 당신이 입덕한 그 가수, 그 아이돌과의 옛 대화를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아이돌 수명은 없다고 생각해요. 해체는 없습니다."
2016년 7월, 초여름의 길목에서 그룹 하이라이트(당시 비스트)가 내뱉은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멤버였던 장현승이 팀에서 탈퇴한 직후였다. 한 차례 멤버 이탈을 겪었던 하이라이트는 장현승의 탈퇴에 대해 "1년 이상 대화를 통해 결정된 일"이라며 담담하게 이유를 밝혔다. 혹자는 이로 인해 팀이 균열되진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는 보란듯 우려를 불식시켰다.
당시는 멤버들 모두 군 복무 전이었고, 데뷔 7년이 지나 재계약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적지 않은 아이돌이 데뷔를 앞두고 부침을 겪는 경우가 많았던 터라, 팀 존속 및 향후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안팎으로 컸다. 때문에 당시 기자들의 질문은 재계약과 팀 존속 여부였다. 그 질문에 양요섭은 아주 의연하고 정확하게 말했다.
"해체에 대한 걱정은 전혀 안 하셔도 좋을 거 같아요. 재계약에 대해서는 저희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죠. 회사와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눠봐야 할 거 같아요. 지금은 활동에 전념하고 추후 이야기를 나눈 뒤 결정 해도 늦지 않을 거 같습니다. 같은 회사 동료인 포미닛이 해체했다라는 이야기에 저희 팬 분들도 많이 걱정하시는 거 같은데, 그 점에 대해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아쉽게도 당시 비스트는 소속사였던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팀 활동 유지에 대한 멤버들의 의지는 확고했다. 재계약 결렬 이후 큐브와 상표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하이라이트'란 새 이름으로 팀 활동을 이어갔다.
하이라이트로 활동하면서 어라운드어스라는 기획사 역시 새롭게 설립했다. 소속 아티스트는 오직 하이라이트였다. 더 이상 타의에 의해 팀의 존속을 위협받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천명이었다. 하이라이트는 날개를 단 듯 활발하게 활동했다. 솔로 활동을 통해서 개인적인 발전을 꾀했고, 이는 팀 전체의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그렇지만 2019년 3월 또 한번의 멤버 탈퇴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멤버 용준형은 가수 정준영의 불법 동영상 사건과 연루되며 팀 탈퇴를 결정했다. 뼈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었지만, 멤버들은 묵묵히 걸었다. 하이라이트는 최근 네 멤버 모두 군필돌로 3년 7개월 만에 돌아왔다. 이들의 컴백에는 2017년부터 갖고 있던 생각들이 기반이 됐다. 리더 윤두준은 하이라이트가 오랜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선배들의 발자취에서 찾고 있었다.
"저희 데뷔할 때만 해도 아이돌 수명이 거의 정해져 있는 분위기였는데, 선배님들이 워낙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다 보니까 저희 후배들도 용기를 얻어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거 같아요. 많은 선배님들이 앞에서 이끌어가 주시니까 감사하죠. 저희가 뒤에서 따라가는 입장에서 수월하고 편합니다."
최근 컴백한 하이라이트는 여전히 형제처럼 똘똘 뭉쳐있다. 3년 7개월 만의 컴백을 앞두고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했다는 하이라이트는 이전보다 단단하고 깊은 여유가 느껴졌다. 오래 전부터 다져온 오랜 우정 덕분이다. '옷은 새 옷이 좋지만, 친구는 옛 친구가 좋다.'"저에게 멤버들은 멤버 이상의 감정이 있어요. 일적으로만 만나는 친구들이 아니라 힘들 때 가족한테도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나누는 친구들이죠. 제가 솔로 가수였으면 할 수 없는 것들 것들을 함께 해나가고 있는 멤버들입니다. 솔로 활동 해 보면서 느꼈던 건데 정말 혼자서는 연예계를, 가요계를 버틸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적인 지주 같은 그런 존재기 때문에 멤버들 없는 건 생각조차 하기 힘든 거 같아요."
하이라이트는 이번 컴백의 목표로 '음원차트 1위'나 '가요 시상식 1등'을 바라지 않았다. 오로지 '롱런'을 꿈꿨다. 각 멤버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온 이 그룹의 이름이 지속되고 영원하는 것. 아마도 하이라이트가 이루기 원하는 최고의 바람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더 이상의 멤버 이탈은 없었으면 한다.
끝으로 하이라이트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싶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아니 함께 가라!"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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