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코믹마트'로 활약중인 개그맨 백승훈, 임준빈./사진=서예진 기자

주말 밤을 웃으며 마무리 할 수 있던 개그 프로그램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에 따라 인기 개그맨들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로 발길을 돌리기도 하고,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개그맨들은 갈 곳을 잃었다. 유일하게 개그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던 매개체가 사라진 것이다.

여기 유튜브 채널 '코믹마트'를 운영하는 두 청년이 있다. 구독자 51만 명에 달하는 이 채널은 두 명의 개그맨이 만들었다. 이들은 무려 16년 무명 생활을 지나온 SBS '웃찾사' 출신 개그맨이다. 소위 '잘나가는' 개그맨들은 유튜브 채널을 만들자마자 50만은 우습다. 하지만 이 두 개그맨들에게 '50만'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크다.
트레이드 마크인 모자를 쓰고 있는 임준빈./사진=서예진 기자

임준빈 "'코믹마트' 이전에 유튜브 채널 이름이 세 번이나 바뀌었어요. 그동안 '치구박구', '꿀잼가족' 등의 이름을 거쳐 3년 만에 '코믹마트'로 바뀐 거죠. 그전에는 타 채널을 롤 모델로 삼기도 했는데 반응이 없었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코믹마트'로 바꿨는데 놀랍게도 빠르게 반응이 왔죠. 주변에서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해요. 한번 죽은 채널은 살리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운 좋게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서 뿌듯해요."

"운 좋게" 이 자리까지 왔다고 대답한 임준빈의 말과는 다르게 그들은 치열한 삶을 살았다. 임준빈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도 모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신발 정리, 현수막 걸기, 주차관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아이디어를 짰고, 백승훈 또한 택배 상하차, 배달, 솜사탕 만들기 등, 개그맨 시절부터 그야말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그들은 "그때의 고생이 지금의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애드리브의 달인, 개그맨 백승훈./사진=서예진 기자

백승훈 "일을 하면서 틈틈이 컨텐츠를 만들었어요. '웃찾사'처럼 실제 개그 무대 하듯이 모여서 회의하고, 대본을 짜는데 그 분량이 A4 분량으로 4, 5장 정도 나와요. '웃찾사'같은 공중파 방송에서는 애드리브를 치면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유튜브에선 60% 이상이 애드리브에요. 대본이 있긴 하지만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는 점이 매력 있어요. 저희끼리도 진행하면서 웃긴 상황이 오면 애드리브가 저절로 나오는 것 같아요."'코믹마트' 채널을 살펴보면 '몰카'를 소재로 한 컨텐츠가 주를 이룬다. '몰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예전 개그 무대에서 보던 잘 짜여진 코너 같은 느낌이다. 너무 무례하거나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몰카를 당하는(?) 입장에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래서인지 보는 내내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임준빈 "저희가 '웃찾사' 개그맨 출신인데 무대에서 다 못했던 개그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여드리는 '웃찾사'의 축소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코믹마트'라는 채널은 특별한 생각 없이 그냥 편안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이에요. 앞으로 더 다양한 콘텐츠,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콘텐츠를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백승훈 "처음에는 채널 이름도 지금과 달랐고, 콘텐츠도 달랐어요. 그때는 같은 코너를 하더라도 화면 속에 둘만 나와서 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소수의 관객들 앞에서 개그 무대를 펼치는 느낌이에요. 저희를 보고 웃는 분들이 있으니 관객들이 같이 웃어주시는 것 같아 덩달아 행복해져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개그맨 백승훈, 임준빈./사진=서예진 기자

'코믹마트'라는 이름에는 마트에 다양한 코너와 물건들이 있듯이, 다양한 콘텐츠와 개그를 선보이려는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담져 있다. 현재 '코믹마트'의 구독자 층은 90%가 남성으로 이뤄져 있다. 그들은 입을 모아 "남녀노소 모두를 웃게 하는 채널로 거듭나겠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선사했다.임준빈 "지금의 콘텐츠뿐 아니라 시트콤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고, 개그맨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늘릴 계획이에요. '놀면 뭐 하니'에서 했던 것처럼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개그맨 후배들과 함께 기획도 해보고 싶어요. 또 혹시 저희가 필요하거나 함께 하고 싶으신 유튜버 분들이 계시다면 저희는 언제나 열려있답니다."

백승훈 "좋은 취지의 영상들을 만들고 싶어요. 개그맨들이 유튜브로 많이 전향하면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친구들이 많은데 그런 고충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후배들을 조금이나마 끌어주고 싶어요. 저희가 성공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약간이지만 노하우가 생겼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후배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개그맨 임준빈./사진=서예진 기자

임준빈과 백승훈의 개그맨 동료들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이 전해졌다. 그들은 예전 개그 무대를 하던 시절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기존 개그의 전통성은 계승하면서,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게 새로운 개그 세계의 문을 연 것이다. 최근 유튜브의 활성화로 인해 좋은 집으로 이사까지 했다고 밝힌 임준빈은 "주변 개그맨들에게도 유튜브를 적극 추천한다"며 무궁무진한 유튜브의 가능성에 대해 강조했다. 진중한 모습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려는 태도가 그대로 전해지는 그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화 속에서 조금씩,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임준빈 "유튜브를 적극 추천하지만 쉽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1년 정도는 준비를 확실히 하면서 고생을 각오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 각오 없이는 금방 포기하기 쉬워요. 저는 3년의 시간을 유튜브에 쏟았지만 지금은 좋은 집으로 이사도 갔어요. 어머니가 누구보다 많이 좋아하세요. 앞으로 구독자분들에게 받은 만큼 큰 웃음으로 돌려 드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유튜브는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무대에 서는 것도 좋지만 자연스러운 상황이 저는 더 좋거든요. 그래서 평소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도 '나는 자연인이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 '미운 우리 새끼' 등이에요. 기회가 되면 출연해서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백승훈은 가수, 연기, 개그까지 섭렵한 '만능 엔터테이너'였다./사진=서예진 기자

백승훈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방송국 느낌으로 꾸미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 '코믹마트'라는 방송국 안에 다양한 예능 콘텐츠를 늘려 나가는 것이 그의 목표. 실제로 그는 과거 앨범을 세 개나 낸 가수 경력도 있고, 2004년도에는 KBS2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재연 배우로 활약하기도 했다. 다양한 재능을 골고루 갖춘 만큼 여러가지 분야에 도전 하고싶은 마음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원래 제 꿈은 MC다"라고 밝힌 백승훈은 남다른 말솜씨로 나도 모르는 새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백승훈 "처음 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MC가 되고 싶어서에요. 원래 집은 대전인데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이후에 사기도 많이 당해보고 오디션도 많이 다녔어요. 어느 날 소극장 오디션에서 합격했는데 그곳이 개그 소극장이었어요. 그때부터 개그맨 생활이 시작된 거죠.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 MC의 꿈은 버리지 않았어요. 사실 예능도 하고 싶고 배우, 가수도 되고 싶었어요. 욕심이 많았죠. 지금도 예능에서 불러주시면 언제든 할 준비가 되어있어요. 저는 말 하는것과 활동적인 것을 좋아기 때문에 평소에도 '런닝맨', '놀면 뭐 하니' 등을 즐겨보는 편이에요."

두 개그맨은 각자의 성향이 뚜렷하다. 어찌 보면 잘 어울리지 않는 조화 같으면서도 '코믹마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죽이 척척 맞는다. 두 사람은 '웃찾사'에서 인연이 닿은 동갑내기 선후배 관계다. 소극장부터 시작해서 공개되지 않은 코너들까지 모든 일을 함께 겪은 두 사람이다. 개그를 시작한 것도 양쪽 다 스무 살 부터였다. 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통적인 부분이 많아서인지 두 사람은 11년째 동행하며 '코믹마트'라는 결실을 맺었다. 두 사람이 함께 걸어온 노력에 대해 백승훈은 "힘든 시간이 있었기에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
임준빈은 "먹고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개그맨 다운 소감을 전했다./사진=서예진 기자

임준빈 "시청자분들께 가장 감사드립니다. 먹고살게 해주셔서요.(웃음) 반지하 옥탑방에서만 살다가 구독자분들 덕분에 좋은 집까지 얻었네요. 저희도 그만큼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웃음으로 찾아뵐 테니 항상 지켜봐 주세요."

백승훈 "저희가 모든 분들의 성향이나 입맛에 맞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많은 분들의 취향에 맞게끔, 눈살 찌푸려지지 않고 웃을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 저도 최근 이사를 했답니다. 사랑 주신 만큼 큰 웃음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서예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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