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의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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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라일락, 사랑의 싹이 트다
가수 아이유 /사진 = 이담엔터테인먼트
수다스러웠던 저의 20대 내내, 제 말들을 귀찮아하지 않고 기꺼이 함께 이야기 나눠 주신 모든 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스물세 살의 아이유도, 스물다섯의 아이유도, 작년의 아이유도 아닌 지금의 저는 이제 아무 의문 없이 이 다음으로 갑니다. 안녕

가수 아이유가 가장 아이유스럽게 그러나 뻔하지 않게 돌아왔다. 라일락 향기를 풀풀 풍기며 말이다.

아이유는 지난 25일 오후 6시 정규 5집 '라일락'(LILAC)을 발매했다. 2017년 '팔레트' 이후 4년 만에 발매되는 이번 정규 5집은 더블 타이틀곡 '라일락'과 '코인'(Coin)을 비롯한 총 10개 트랙이 꽉 채워졌다. 오랜 만에 선보이는 앨범인 만큼 많은 공을 쏟았다. 올해 스물 아홉을 맞은 아이유는 자신의 20대 끝자락에서 그 동안 쌓아온 음악적 내공을 모두 쏟아냈다. 신보는 전체적인 아이유의 감성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시도를 꾀한 점이 특징이다.

'플루'는 사랑의 감정을 바이러스로 표현해 재미있다. 작고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비트가 어쩐지 감기에 걸린 우리 몸 속 바이러스의 발자국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코인'에선 아이유가 데뷔 최초로 랩에 도전했다. 깨끗한 미성이 아닌 낮고 묵직한 듯한 랩 스타일이 귀를 즐겁게 한다. '건강에 해롭지만 매력적인 이 게임을 한 판만 더 하겠다'는 아이유의 메시지와 게임장을 연상시키는 샘플 사운드가 톡톡 튄다. '봄 안녕 봄'은 듣자마자 가수 나얼의 곡이란 걸 직감할 수 있다. 나얼 특유의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그 위에 얹혀진 아이유의 목소리가 어쩐지 이질적으로 들려서 몇 번 다시 듣게 된다. 어느새 노래의 감성에 푹 빠지게 된다.

선공개곡 '셀러브리티'에 이어 가수 딘과 함께 한 '돌림노래'는 연인이 말을 주고 받는 돌림노래 형식을 빌었다. 때문인지 과거 밴드 혁오의 오혁과 듀엣했던 '사랑이 잘'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느낌도 든다. 역시 딘의 색깔과 아이유의 감성이 적절히 버무려져 완성도가 있다.

'밤편지'에 이어 다시 한번 제휘, 김희원과 함께 호흡을 맞춘 '아이와 나의 바다'는 아이유표 발라드의 특색이 잘 표현됐다. 어린 날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던, 마음이 가난한 아이가 자신의 바다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녹였다. 20인조 스트링 세션과 콰이어의 웅장한 사운드와 아이유이 가창력이 잘 녹아있다. '어푸'는 남매듀오 AKMU 이찬혁과 호흡을 맞춰 탄생했다. 바다를 사랑하는 이찬혁의 바다와 아이유의 재기발랄한 감성이 만났다. 뚝뚝 끊기는 리듬이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한다. 아이유의 목소리만 들어도 파도의 움직임이 눈 앞에 그려지는 거 같다.

마지막 10번 트랙을 장식한 '에필로그'는 말 그대로 에필로그다. 20대를 떠나보내며 서른을 앞둔 아이유의 마음이 오롯이 담겼다. 오래된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사운드가 진한 감상에 빠지게 한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이자 가장 첫 번째 트랙에 자리한 타이틀곡 '라일락'에 대해 아이유는 "10년간 열렬히 사랑하다가 봄이 지르는 탄성 속에 기쁘게 이별하는 한 연인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열렬히 사랑했기에 라일락 꽃이 지는 봄날 기쁘게 안녕하는 여자의 모습이 선하다. 그렇지만 이별은 어쩔 수 없이 씁쓸하다. 아이유는 '라일락'에 대해 "맛은 기본적으로 달콤한데 끝맛은 소주다. 달지만은 않고 맵싸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라일락', 올해 29세로 서른을 앞두고 있는 아이유 그 자체다.

최지예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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