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감동→설에는 눈살
'조선팝 어게인', 왜색 논란 사과
"시청자·이날치에 미안한 마음"
'조선팝 어게인', 왜색 논란 사과
"시청자·이날치에 미안한 마음"
지난 추석 나훈아 콘서트를 기획해 '테스형' 신드롬을 일으킨 제작진이 왜색 논란에 휩싸이면서 도마에 올랐다. 그들을 향한 찬사가 비난으로 일순간 뒤바꼈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제작진은 지난해 국민 가수 나훈아의 언택트 공연으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본 공연 시청률은 2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이후 편성된 스페셜 방송은 18.7%를 기록하며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이에 제작진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지난 설 연휴 기간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 설 특집 '조선팝 어게인'은 국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목시킨 공연을 그려냈다. 전 세계가 언택트로 하나돼 새로운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됐다.방송에 앞서 KBS는 "그간 쌓은 방송 공연 노하우를 집대성하고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공연 문화를 창조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추석 얻은 자신감이 넘쳤던 걸까. 제작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실수를 저지르며 스스로 추락했다.
이날 전파를 탄 밴드 이날치의 '여보나리' 공연 도중 무대 배경화면에 일본의 건축 양식을 빼닮은 그래픽이 등장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해당 이미지가 일본의 성곽 건축 양식인 천수각과 닮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를 지적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게재됐고, 제작진을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특히 이날 녹화 공연에는 전 세계 11여개국 500여명의 관객들이 시청하고 있었고, 본방송을 통해 국내외 많은 시청자들도 일본풍 배경을 여과 없이 접했기에 비난이 커졌다.
이후 방송사의 아쉬운 대처도 비난을 키웠다. KBS는 별다른 입장문 없이 해당 영상을 유튜브와 네이버 채널 등에서 비공개로 전환했다.
결국 18일 오전 왜색 논란과 관련된 보도가 쏟아지고 나서야 제작진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은 "'여보나리' 곡의 배경으로 '용궁'을 구상했고, 존재하지 않는 '용궁'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레퍼런스와 애니메이션 등을 참고했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제작된 용궁 이미지는 상상 속의 용궁을 표현한 이미지로, 일본성을 의도적으로 카피하지는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그러면서도 "불편함을 느끼신 시청자 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또한 뛰어난 무대로 즐거움을 선사한 이날치 밴드에게도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불편함을 드리게 돼 미안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조선팝 어게인'은 7.5%의 준수한 시청률을 거뒀고, '조선팝'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흥겨운 무대를 꾸며냈다. 제작진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나훈아로 얻었던 감동을 이어가려던 노력이 물거품이 돼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조선팝 어게인' 제작진의 공식 입장 전문이다.<조선팝어게인〉 ‘용궁’ 이미지, 일본성 유사 논란에 대한 제작진 입장
최근 일부 SNS에서 〈조선팝 어게인〉 이날치 밴드 <여보나리> 무대 배경에 사용된 ‘용궁’ 이미지가 일본식 성과 유사하다는 논란을 제기하고 있습니다.우선, 저희 제작진은 무엇보다 〈조선팝 어게인〉을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예기치 못한 논란에 안타까운 심정을 밝힙니다.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가 지난 3일 발표한 <여보나리>는 판소리 수궁가에서 못다한 내용을 풀어낸 곡으로 토끼의 간을 찾아 육지로 가는 별주부가 홀어머니와 아내에게 이별을 고하는 내용을 이날치 밴드만의 재기발랄함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저희 제작진은 <여보나리>라는 곡의 배경으로 ‘용궁‘을 구상하였고, 존재하지 않는 ‘용궁’이라는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레퍼런스와 애니메이션 등을 참고하여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에 적합한 품질을 위해 고민을 거듭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작된 용궁 이미지는 상상 속의 용궁을 표현한 이미지로, 일본성을 의도적으로 카피하지는 않았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러나 불편함을 느끼신 시청자 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뛰어난 무대로 즐거움을 선사한 이날치 밴드에게도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불편함을 드리게 되어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에, 저희 제작진은 해당 동영상을 삭제하고,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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