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재생산된 트로트 예능
시청자들 타 장르로 눈길 돌려
"여전히 잘 나가지만 조화가 필요"
'쇼미더머니9'(왼쪽), '싱어게인' 포스터/ 사진=Mnet, JTBC 제공

무차별적으로 쏟아진 TV 속 트로트 가락에 피로를 느낀 시청자들이 힙합, 발라드 등을 앞세운 음악 예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트로트가 이끈 음악 예능의 상승세가 빠른 속도로 다른 장르까지 퍼져나가면서 무서운 기세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쓸어담고 있다.

먼저 지난 18일 종영한 국내 최장수 힙합프로그램 Mnet '쇼미더머니9'은 지난 시즌 부진을 딛고 우뚝 섰다.

바로 직전 시즌 '인맥 힙합'이라는 불명예를 얻으며 일반 시청자는 물론, 힙합 팬들에게도 외면 받았지만 '쇼미더머니9'은 정면 돌파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쇼미더머니9'은 7주 연속 비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하고, 참가자들도 화제성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쇼미더머니9'/ 사진=Mnet 제공

특히 지난해 비난의 중심에 섰던 래퍼 스윙스가 심사위원에서 참가자로 출전해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릴보이, 원슈타인, 머쉬베놈 등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맹활약하면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부터 음원차트 상위권까지 점령했다.

격렬한 디스전을 치뤘던 스윙스, 사이먼도미닉 합동 공연 등 화려한 피처링 라인업은 일반 대중은 물론 힙합 팬들도 열광케 했다. 방영 전에는 9년간 이어진 프로그램이기에 권태감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많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역대 최고 시즌"이라는 평가가 쏟아져 나왔다.

처음 보는 얼굴,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로 가득한 JTBC 음악 예능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이하 '싱어게인')도 엄청난 화제성으로 '쇼미더머니9'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싱어게인'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많은 무명가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 해체된 아이돌, '슈가맨' 출신, 무명가수 등이 참가해 반전 실력을 뽐내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무명가수들의 공연 영상은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상위권에 오르고, 탈락한 참가자들 또한 많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싱어게인'/ 사진=JTBC 제공

시청률도 매주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상승곡선을 그린다. '싱어게인'은 시청률 20%를 넘어선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경쟁하지만 지난 14일에는 8.9%(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로 최고 시청률 기록을 달성했다.

'싱어게인'은 앞서 '비긴어게인', '슈가맨' 등의 음악 예능을 선보여온 JTBC가 그간의 노하우가 쏟아부어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음악 예능 부활의 기조는 TV조선 '미스터트롯', SBS '트롯신이 떴다' 등 트로트 프로그램이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대다수의 방송사가 비슷한 트로트 예능을 내놓자, 시청자들은 "다른 음악도 듣고 싶다"는 불만을 쏟아냈고, 시의적절하게 나온 타 장르의 음악들이 큰 사랑을 받게 됐다.◆ 트로트 예능, 아직 잘 나가지만…

물론 트로트 예능은 아직도 높은 시청률과 뜨거운 화제성을 보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2'는 1회부터 28.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트로트에 싫증을 느끼는 의견은 줄어들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는 추세다.

트로트가 끌고 힙합, 무명가수가 밀어 부활한 음악 예능. 앞으로 다양한 장르가 조화를 이루며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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