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9일 종영
박규영, 정신보건 간호사 남주리 役
"촬영하면서 힐링 받은 작품"
박규영, 정신보건 간호사 남주리 役
"촬영하면서 힐링 받은 작품"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마냥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게 참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느꼈죠. 여러모로 많이 어렵고 고민이 되는 일인 거 같아요.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된다는 거죠.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저 역시 깨달은 거 많아요. 이제는 진짜 잘하고 싶습니다."
배우 박규영에게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이하 '사괜')는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 작품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그에게 위로와 힐링을 전했기 때문. 내면을 갈고 닦아 더욱 성숙해진 박규영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까.'사괜'은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 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분)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 분)의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물이다.
박규영은 극 중 괜찮은 정신병원의 7년 차 간호사 남주리 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김수현을 향한 풋풋한 짝사랑을 통해 사랑스러우면서도 순수한 캐릭터의 매력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2016년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박규영은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수상한 파트너', '제3의 매력', '로맨스는 별책부록', '녹두꽃' 등과 영화 '이상', '괴물들', '레슬러' 등에 나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사괜'은 김수현의 군 복귀작으로 일찍이 주목받은 작품이다. 이에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차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은 박규영.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는 "주조연의 크기를 생각하지 않았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캐릭터의 설명이 나와 비슷한 게 많아서 공감이 됐고 몰입하기 수월했다"면서 "오히려 훌륭한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게 돼서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온화한 백조로 보이기 위해 물 밑에서 끊임없이 발길질을 하는 오리. 시놉시스에 등장한 남주리에 대한 설명이다. 박규영은 "(남주리는) 사람들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서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 한다"며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캐릭터다. 이런 모습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그러면서 "나도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서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 한다. 오로지 혼자만의 공간이나 부모님, 친구들한테는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면서 "실제로 어머니한테 어리광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이 의지하고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부모님께서 제가 TV에 나오는 걸 너무 자랑스러워해요. 이번 작품도 너무 재밌다고 좋아하셨죠. 시청자의 입장에서 남주리를 잘 표현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평소 부모님께서 제가 사인 요청을 부끄러워할까 봐 부탁을 안 하는 편인데, 최근 아버지 친구의 자녀분이 사인을 요청해서 여러 장 해드린 적 있죠."'사괜'은 CJ E&M과 닐슨코리아가 공동 개발한 방송 프로그램 시청률 보완지표인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드라마 부문 1위에 기록한 바 있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상당하다.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스트리밍하며 세계 각국의 콘텐츠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IMDB사이트에서 10점 만점 중 9.2점을 받은 것. 이렇듯 '사괜'은 방영 내내 높은 화제성을 드러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사람이 저 사람이야? 진짜 몰랐네."
박규영은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에 관해 "이전 작품을 좋게 봐준 분들이 동일 인물인 줄 몰랐다고 하더라. 그만큼 작품 속 캐릭터에 충실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면서 "옥상에서 문강태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많이 고민하고 준비해서 찍은 장면인데 내가 느꼈던 감정을 시청자들도 함께 느꼈단 말에 큰 힘이 됐다"며 웃었다.박규영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취중고백신을 꼽았다. 그가 꼽은 장면은 오랫동안 짝사랑의 감정을 숨겨왔던 남주리가 문강태에게 불만을 표출하며 속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그간 많이 억압돼 있었던 남주리의 감정이 해소되는 장면이에요. 케케묵은 감정을 문강태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하는데 보는 저도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저 정도로 하는 걸 보면 그간 남주리의 속이 어땠을까 싶었죠. 반말을 하라는 남주리의 말을 오롯이 받아주는 문강태와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이상인(김주헌 분)의 조화가 너무 재밌었습니다."
실제로는 술을 많이 먹지 못한다는 박규영. 그는 "몇 잔만 마셔도 얼굴이 금방 빨개지는 편이다. 술을 마시면 졸음과 웃음이 많아진다. 남주리처럼 폭음을 하진 않는다"면서 "그간 남주리의 감정이 많이 절제돼 있으니까 이걸 분출해보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웃음이 많아지고 발음이 흐려지며 목소리가 커지는 등 보통 술을 많이 마시면 일어나는 사람들의 태도를 참고했다"고 이야기했다.
배우들 간의 호흡은 어땠을까. 박규영은 김수현과의 호흡에 관해 "김수현 선배가 출연한 KBS 2TV 드라마 '프로듀사'를 재밌게 봤다. 특히 백승찬(김수현 분)을 너무 좋아해서 연기할 때 긴장이 많이 되겠다 싶었는데, 선배가 너무 편하게 해줘서 긴장을 빨리 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수현 선배는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항상 분출해주더라"라며 감탄했다.
"서예지 선배와 몸싸움 하는 장면이 있어요. 대본을 봤을 때 머리채를 잡는다고 하길래 다치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갔죠. 리허설 때부터 제가 긴장한 걸 알았는지 선배가 편하게 해줬어요. 촬영할 때는 선배의 배려 덕에 편하게 끝낼 수 있었죠. 모니터링하면서 되게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이 장면을 찍으면서 서예지 선배랑 많이 친해질 수 있었죠."
강기둥과는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만난 박규영. 그는 "강기둥 오빠가 작품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좋다'고 연락했다"면서 "대본리딩 때 처음 만났는데 '같이 붙는 장면이 있으면 재밌게 하자'고 했다. 이후 촬영이 아닌 대기 시간에도 서로가 나오는 장면을 모니터링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모녀 관계로 출연한 김미경에 관해서는 "선생님과 연기하면 긴장되기 마련인데 처음 봤을 때부터 어머니처럼 편안하고 따뜻했다. 그 덕에 나도 맘 놓고 연기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극 말미에는 괜찮은 정신병원의 수간호사 박행자(장영남 분)가 고문영의 엄마이자 연쇄살인마 도희재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했다. 이와 관련해 박규영은 "장영남 선배님과 촬영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당시 선배님도 스포일러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해서 (정체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면서 "나중에 장영남 선배님이 도희재라는 걸 알고 난 후 소름이 돋더라"라고 털어놓았다.
"한 사람을 오랫동안 짝사랑하는 남주리를 보면서 되게 외롭고 어딘가 아픔이 있는 사람 같았어요. 문강태에게 에너지를 쏟아부으려 하지만, 이도 저도 되지 않은 채 혼자만의 길을 걸었죠. 벽만 보고 노크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던 중 남주리에게 따뜻함을 주는 이상인이 나타났죠. 다소 갑작스러운 변화긴 하지만 남주리도 '드디어 사랑을 받는구나' 싶어서 응원하게 됐어요."
'사괜' 마지막 회에서는 이상인(김주헌 분)의 끊임없는 구애를 받아들이는 듯한 남주리의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은 손가락을 살짝 부딪치며 긍정적인 관계를 예고하는 등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했다.
박규영은 "결말이 너무 만족스럽다. 두 사람이 손을 교차하면서 편안하게 바다를 바라본다. 그건 서로가 마음을 많이 열었고, 앞으로 좋은 방향을 갖고 나아갈 거라는 느낌"이라며 "그 장면이 너무 귀엽고 아름다웠다. 이후 두 사람이 어떻게 친해지고 교감할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박규영이 생각하는 다음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는 "남주리가 자신이 못다 한 속마음을 이상인에게 털어놓을 것 같다. 이로써 남주리의 숨 쉴 구멍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면서 "이상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두 사람이 성진시에서 예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사괜'의 매력으로 "틀에 박혀있지 않은 캐릭터의 다양성"을 꼽은 박규영. 그는 "어딘가 아픈 구석이 캐릭터마다 하나씩은 있다"며 "캐릭터들이 치유되는 과정을 보면서 힐링을 많이 받았다. 참 괜찮은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부산외고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로 진학한 박규영은 우연한 기회에 잡지 표지모델을 하게 되면서 배우의 길에 입문했다. 그는 "대학 입학 후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중 잡지 에디터가 SNS를 통해 표지모델을 제안했다"며 "재밌겠다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그걸 본 기획사가 배우 활동을 제안했고, 그것 또한 재밌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학 졸업을 앞둔 박규영은 '사괜' 촬영 당시 학업을 병행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졸업하지 못한 상태다. '사괜' 촬영 시기가 1학기랑 맞물려서 중간중간 수업에 관련된 일을 많이 했다"면서 "촬영 대기나 휴일일 때 밀린 과제나 수업을 참여하면서 12학점을 이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학기 때 9학점을 이수하면 끝이다. 드디어 대학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다"며 "1학기 때는 주로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돼서 실제로 학교에 가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박규영은 올 하반기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출연을 앞두고 있다. 현재 촬영은 모두 끝마친 상태다. '스위트홈'은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으로,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차현수(송강 분)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박규영은 극 중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뮤지션 윤지수 역을 맡았다. 그는 "윤지수는 생존 본능이 강한 인물이다. 베이스를 치는 뮤지션으로 생존 본능이 인물의 키포인트"라고 말했다.
좋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박규영. 그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무엇을 그려낼지 궁금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 계속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했다.
"16부작이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어요.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쉬울 따름이죠. 저희 드라마를 통해 조금이나마 힐링이 됐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 같아요. 감사하다는 말을 백 번, 천 번을 해도 부족합니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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