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남,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서 1인 2역 소화
소름 돋는 열연으로 충격 반전 선사
"나에게 단비같은 작품"
소름 돋는 열연으로 충격 반전 선사
"나에게 단비같은 작품"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어요. 한자리에 계속 맴도는 것처럼 불안하고 외줄타기 하는 느낌이었죠. 평소 스스로를 학대하면서 연기하는 편인데, 의욕에 비해 몸이 따라와 주지 않아서 답답했어요. 젊었을 때 같았으면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일어설 텐데 나이가 드니까 헤어나오기 힘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작품을 만났고 저에게는 단비 같았어요. 내 연기 인생에 잠깐이나마 단비가 내려줘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싸늘한 눈빛과 차가운 미소로 안방극장을 충격의 도가니로 빠지게 했던 배우 장영남이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이하 '사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사괜'은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 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분)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 분)의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물이다.
장영남은 극 중 괜찮은 정신병원의 수간호사 박행자이자 고문영의 엄마 도희재 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후반부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반전을 선사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1995년 극단 목화의 단원으로 데뷔한 장영남은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웰컴 투 동막골', '햄릿', '버자이너 모놀로그' 등 다수의 굵직한 작품에 출연해 연기 내공을 탄탄히 쌓아 올렸다. 이후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장옥정, 사랑에 살다', '왕은 사랑한다', '시크릿 부티크', '나의 나라', '아무도 모른다', '그 남자의 기억법' 등과 영화 '늑대소년', '국제 시장', '공조', '협상', ''미쓰백, '증인', '변신' 등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사괜' 첫 촬영 전까지만 해도 1인 2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장영남. 그는 "첫 촬영 때 감독님께서 '고문영 엄마로 선배님을 생각했다'고 말해주더라"라면서 "허나 박행자라는 인물에 충실하자는 마음으로 머릿속에서 도희재를 지우고 연기했다. 그러다 우정원 씨가 도희재로 등장하길래, 현장에서는 워낙 변수가 많으니까 '내가 안 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중에 박행자가 도희재라고 대본에 쓰여있는 걸 보고 나서야 안심했다"며 "감독님께서 9~10회부터 도희재처럼 리액션을 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무언가를 쳐다볼 때도 오묘하게 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반전이 드러난 후 주위 반응은 어땠을까. 장영남은 "다들 깜짝 놀라더라. 병원 식구들하고는 친하게 지냈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 한 채 작품이 끝났다"며 "이후 종방연 때 다시 만났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장영남은 2011년 결혼해 슬하에 일곱 살의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본 방송을 볼 때마다 아들과 함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혹여나 충격을 먹을까봐 엄마가 극 중 간호사였다가 마녀로 나오는데, 나쁜 짓을 하다가 머리에 책을 맞고 경찰서에 간다고 미리 설명했다. 그랬더니 '괜찮아'라고 하더라. 그런데 본 방송을 보고 난 후에는 '엄마 미친 거 아니야?'라고 했다"라며 웃었다.장영남의 소름 끼치는 연기를 마주한 대중들의 반응은 실로 뜨거웠다. 대중들은 "연기 좀 살살해 달라", "보는 내내 소름이 돋는다", "연기가 무섭다 못해 살벌하다"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배우로서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근데 살살해달라는 건 그걸 넘어선 말이 아닐까 싶어요. 그 정도의 극찬이 어디있나 싶죠. 굉장히 감사하고 좋았습니다."
장영남은 지난해 개봉된 '변신'에서도 폭발적인 열연을 펼치며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바 있다. 그는 "스릴러 연기를 할 때는 최대한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서운 순간을 상상하며 캐릭터를 구축해나간다"면서 "'변신' 때 소리나 행동에 힘을 줬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표정이나 눈빛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딸로 출연한 서예지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장영남은 "연기할 때 집중도가 엄청난 배우다. 책임감이나 배려심이 커서 작업하는 내내 너무 좋았다"고 칭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도희재의 서사나 결말에 관해 아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에 장영남은 "너무 감사했다. 어쨌든 도희재라는 사람이 궁금하다는 것 아닌가"라면서 "그 사람이 어쩌다 저렇게 됐고,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는 것에 굉장히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허나 이 작품은 어른 동화라는 주제가 있고 그걸 통해서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도희재의 서사보다는 그들의 아픔에 초점을 맞춘 덕에 캐릭터들의 성장이 더 크게 보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1인 2역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 장영남. 그는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주고 싶나?"라는 물음에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다. 고민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게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았다"면서 "내가 생각했던 대로 밀어붙인 게 통했다는 생각이 들어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영남이 생각하는 도희재의 미래는 어떠할까. 그는 "도희재는 머리가 엄청 좋은 사람이다. 오랜 시간 누군가를 속이고 살았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구치소에서 쭉 살다가 나와서 또 다른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사괜'은 장영남에게 희망 어린 메시지를 준 작품이다. 치유와 성장이라는 주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그는 "사소한 것 하나라도 누구나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간다. 나 역시 극복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웃었다.
앞으로 춤과 노래를 배우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싶다는 장영남. 그는 "연기를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고 찾으려고 하는데, 이제는 다른 걸 통해 에너지를 흘려보내고 싶다"고 소망했다.
"저희 드라마를 재밌게 봐 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도희재라는 캐릭터를 맡게 돼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어요. 코로나라는 역병 때문에 많이들 힘든 상황이겠지만 꿋꿋이 이겨내고 건강 잘 챙겼으면 좋겠습니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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