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진, tvN '슬의생'서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 차 추민하 役
일 잘하는 똑순이부터 김대명 향한 짝사랑까지
통통 튀는 매력으로 존재감 과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율제병원의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 차 추민하 역으로 열연한 배우 안은진. /조준원 기자 wizard333@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분들, 동료 배우들과 6개월 동안 현장에서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즐거웠어요. 끝났다고 생각하니 아쉽죠. 혼자만 질척이는 것 같아 '이러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계속 그립고 생각나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즌2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거죠. 다시 모일 그날을 기대하고 있어요."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에서 율제병원의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 차 추민하 역으로 열연한 배우 안은진이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슬의생'은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20년 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14.1%(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로 호평속에 막을 내렸다.

극중 안은진은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바탕으로 밝은 에너지와 공감을 선사하며 극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율제병원의 산부인과 교수 양석형(김대명 분)을 향한 짝사랑으로 보는 이들의 설렘 지수를 높였다.

2012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데뷔한 안은진은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후 드라마 '라이프', '킹덤', '국민 여러분!', '타인은 지옥이다', '검사내전' 등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쌓았다."지난해 초쯤 '슬의생' 오디션을 봤어요. 오랜 기간 연락이 없길래 '떨어졌구나' 싶었죠. 그러던 찰나에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요. 이후 회사를 통해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했죠. 너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이 됐어요."

본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는 안은진. 그가 '슬의생'에 임하는 목표는 딱 한가지. "욕 안 먹기"였다.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연기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대단한 선배들 사이에서 내가 못하면 실례가 되기 때문"이라며 "이번 작품에서 욕만 안 먹으면 성공했다는 마음가짐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전공의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 안은진은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환자를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장면이 없다. 그래서 수술보다는 전공의들의 삶에 중점을 두고 자료를 찾아봤다"며 "산부인과의 기본 상식부터 병원 사람들이 어떤 관계로 구성돼 있는지 영상을 보면서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현장 포토. /사진제공=tvN


"추민하는 어떤 감정이든 솔직하게 표현하는 인물이에요. 반면 저는 조금 더 수줍고 눈치를 많이 보죠. 얼마 전에 MBTI(성격유형검사)를 봤는데 성향이 바뀌었더라고요. 추민하를 연기하면서 저도 모르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아 깜짝 놀랐죠."매 회 강렬한 메이크업으로 화제를 모았던 안은진. 초록색 아이섀도부터 과한 볼터치, 갈매기 눈썹, 잿빛 흑진주 메이크업까지 남다른 비주얼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무서웠다. 그런데 '못생겨도 괜찮다'는 감독님의 말을 듣고 웃기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라며 "특히 '우리 집 TV가 망가진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이 제대로 나오는 걸 보고 망가진 게 아니란 걸 알았다'는 댓글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화장을 거의 안 한다. 직업 특성상 일할 때마다 장시간 화장을 하기 때문"이라며 "안 하거나 가볍게 파운데이션만 한다"고 말했다.배우들 간의 호흡은 어땠을까. 안은진은 "현장에는 김대명 오빠를 비롯한 산부인과 식구들, 신현빈 언니와 주로 만났다"며 "특히 김대명 오빠랑은 붙어 있는 장면이 많아서 금방 친해졌다"고 밝혔다.

또한 "김대명 오빠는 배려의 아이콘이다. 연기하면서 소통할 때 굉장히 편한 선배"라며 "똑똑한 곰 같다"며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추민하의 첫 수술 집도 장면을 꼽은 안은진. 그는 "추민하가 성장할 수 있는 변곡점이다. 수술을 마친 후 양석형 교수에게 인정과 위로를 받는다"면서 "나도 그렇고 김대명 오빠도 그렇고 잘하고 싶었던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12일 첫 회를 내보낸 '슬의생'은 6.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알렸다. 이후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높아진 인기만큼이나 현직 의사들의 '슬의생' 리뷰 영상도 화제를 모았다. 안은진은 "의사들의 리뷰가 너무 재밌더라. 추민하가 동기 대신 '당당당(잇달아 당직)'하는 걸 보고 나보다 더 화를 내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았다"며 "리뷰 영상을 통해 인물을 분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기회가 된다면 어느 분야의 전공의로 들어가 보고 싶나?"는 물음에 안은진은 신경외과를 꼽았다. 그는 "채송화(전미도 분) 교수를 너무 좋아한다. 일방적인 짝사랑 중"이라면서 "졸졸 따라다니고 싶다. '슬의생'을 찍으면서 전미도 언니랑 함께 하는 장면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안은진은 최애 아이돌로 청하를 꼽았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올해 연말부터 '슬의생' 시즌2 촬영에 돌입한다는 안은진. "촬영을 앞두고 바라는 점은 없나?"라는 물음에 그는 "추민하에게 시련을 준다면 기꺼이 다 하겠다. 작가님의 큰 뜻에서 열심히 할 것"이라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가님을 오디션 때 이후로 본 적이 없다. 종방연에도 오지 않아서 너무 아쉽고 한번 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극 중 추민하는 올해 크리스마스 목표로 첫 키스를 꼽았다. 그렇다면 안은진의 올해 크리스마스 목표는 무엇일까. 안은진은 "크리스마스에 시즌2를 찍고 있으면 좋겠다"며 "빨리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다. 시즌2 촬영이 올해 연말로 잡혀있는데 혹여나 일정이 밀릴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의미에서 올해 크리스마스는 '슬의생' 시즌2와 함께 하는 게 목표"라면서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아주 재밌는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안은진은 지난 27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생애 첫 예능에 도전했다. 그는 솔직한 입담과 '유퀴즈'에 대한 팬심을 고백하며 유쾌한 매력을 뽐냈다.

"(촬영할 때) 너무 떨었어요. 찍으면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났죠. '왜 이렇게 말을 못 할까?' 싶어 후회했어요. 평소에 되게 재밌는 본 방송이라 출연한 후에는 친구들에게 엄청 자랑했죠. 나올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최근 막걸리에 푹 빠졌다는 안은진은 "어떤 지역을 가면 그곳의 막걸리를 꼭 맛봐야 한다"면서 "'검사내전'에 출연할 당시 통영에서 찍었는데 그때도 막걸리를 찾아 먹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안은진은 1991년 5월 6일생으로 올해 서른 살을 맞았다. 20대와 비교했을 때 어떤 마음가짐일까. 그는 "앞자리만 바뀌었을 뿐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강해서 큰 차이를 못 느끼고 있다. 그래도 나이를 먹으니까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며 "무언가 실수를 하더라도 나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해졌다. 예전에는 못 했던 것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가능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에게 있어 '슬의생'은 최고의 일터에요. 모든 걸 만족시켜주는 직장이고 직업 만족도 최강인 곳이죠. 제가 느낀 것처럼 시청자들도 작품이 끝나서 많이 아쉬울 거라 생각해요. 같은 애청자의 입장에서 제가 먼저 시즌2 내용을 알게 돼 죄송한 마음이죠. 대신 열심히 찍을 테니까 계속 기대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건강하고 다들 행복하길 바랄 뿐이죠."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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