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마이크로닷과 부모가 사기 피해자들과 만난 과정에서 대중에게 보였던 것과는 상반된 자세를 취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SBS '본격연예 한밤'은 지난 6일 20여년 전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 부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신씨 부부는 1990~1998년 충북 제천시 송학면에서 목장을 운영하면서 이웃 주민 등 14명에게 총 4억여 원을 편취해 야반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마이크로닷의 부친인 신모씨와 모친인 김모씨는 최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각각 징역 3년과 1년을 선고받았다. 신씨 부부는 지난해 4월 자진귀국해 일부 피해자와는 합의했고 일부 피해자와는 합의하지 못했다.
'본격연예 한밤'이 만난 것은 이 비합의 피해자들이었다. 한 피해자는 "20년 전에 그렇게 큰 피해를 주고. 지금도 신용불량자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자는 "마이크로닷과 산체스가 함께 찾아왔다. 돈이 없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원금도 안 되는 돈을 주겠다고 하더라. (마이크로닷이) '어디서 돈이 뚝 떨어지면 줄게요'하면서 갔다. 판결이 나서 '죄송했습니다' 먼저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그런게 없다"라고 말했다.이어 "사과할 마음이 없냐고 했는데 (마이크로닷 엄마가) 째려보면서 '내가 그렇게 사정했는데 아주 속이 시원하겠다?'라고 하더라"라며 적절한 변제와 진심어린 사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비합의 피해자들은 20여년 전 피해 금액을 받아내기 위한 또다른 민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알려졌다. '본격연예 한밤' 제작진은 마이크로닷 측에도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마이크로닷과 형 산체스는 부모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이뤄진 지 일주일여 후에 자신의 SNS를 통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올렸다. 마이크로닷은 "저희 부모님으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꼐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미흡했던 저의 행동들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겠다"라고 했다. 산체스도 "거듭 사과드리고 피해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대중에게 SNS를 통해 사과문을 업로드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이크로닷 형제와 부모가 해야했던 일은 실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이 응당 받아야 하는 진정성 있는 사과였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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