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KBS2 밤 11시 20 분
“오늘의 주인공이 탁재훈 씨는 아니잖아요?” 손님으로 초대된 배철수는 등장과 함께 말했다. 어쩌면 그도 시청자가 느꼈던 불안감을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의 MC로 새롭게 영입된 탁재훈은 프로그램 역사상 최고의 빅네임이자 입담꾼이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손님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끌어오는 타입이다. 실제로 그는 첫 등장부터 “제 코너 있는 거 아니에요? 섞여야 하나?”라고 빠르게 치고 들어왔고, 순발력 넘치는 애드리브로 카메라 앞을 지배한 그 5분여 동안만큼은 ‘탁재훈의 승승장구’로 만들었다. 그 동안 안방마님 김승우를 비롯한 3명의 MC는 그의 말을 듣는 것에 만족했고, 배철수의 등장은 미뤄졌다. 그렇다면 과연, 탁재훈은 예의 바른 토크쇼를 콘셉트로 손님에게서 진중한 이야기를 뽑아내는 에 어울리는 MC라 말할 수 있는가.

단 한 회의 방송으로 이 질문에 답할 수는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어제의 방송이 흥미로웠다면 그 지분의 상당수는 탁재훈의 몫이라는 것이다. 물론 배철수는 출연 자체만으로 방송의 급을 높일 수 있는 손님이고, 자신의 탄생 비화를 공개하며 설파한 연애의 중요성은 멋진 어른으로서의 위엄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다만 “이제 얘기해보세요. 자세 제대로 잡고요”라 말하는 탁재훈을 통해 배철수의 이야기는 느끼한 입지전적 고백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MC와 게스트 사이에는 탄력적인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었다. 이것은 손님의 말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는 과거의 에선 없던 미덕이다. 그래서 앞서 말한 질문의 답은 몰라도 이 질문은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탁재훈은 조금씩 발전해온 이 토크쇼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수 있을까? 아마도.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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