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의 9번째 아주담담은 ‘시네마 투게더 멘토들을 만나다’였다. 2008년 처음 시작한 이래로 BIFF의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은 시네마 투게더는 영화감독, 작가, 뮤지션, 만화가 등 멘토가 되는 문화인사와 7명의 일반관객이 한 팀이 되어 영화를 보고 이야기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뮤지션 강산에, 문학평론가 구모룡, 경성대 철학과 교수 김재기, 배우 오광록과 김지숙, 영화감독 김태용과 박정범, 사진작가 김홍희, 소설가 박범신과 한강, 만화가 박재동, 음악 평론가 임진모가 멘토로 참여했다. 그 중에서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지금 목소리”였던 오광록, “어디를 여행 가도 현지인으로 오해 받는” 김재기 교수, “시네마 투게더 출연료보다 술값이 더 많이 들었던” 김홍희 작가, “BIFF가 운명의 장소”인 의 박점범 감독이 아주담담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네마 투게더에 신청했다가 당첨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는 관객의 귀여운 항의부터 오광록의 자작시 ‘연보라빛 새’의 낭독에 이르기까지 풍성했던 이 날의 대화를 중계한다.
박정범 감독 “차기작까지만 배우로 활동할 것”
“사실 BIFF에서 영화를 보는 게 쉽지 않은데 시네마 투게더를 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큰 기회였다. 영화를 찍는 입장에서 가지고 있는 기준과 관객들의 기준에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면서 많이 배운 거 같다. 주로 내가 좋아하는 현실을 다루는 사실주의 계열의 감독님들의 영화를 봤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는 다르덴 형제의 이었다. 또 APM(아시아프로젝트마켓)에서 다음 영화 투자를 받기 위해서도 부산에 왔는데 그 영화까지만 배우를 하고 이후에는 더 좋은 분들과 하고 싶다. (웃음) 차기작은 로, 자살을 하려는 형을 말리는 동생의 이야기다.” 김제기 교수 “여행과 영화는 공통점이 많다”
“여행과 영화는 공통점이 많다. 둘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보는 거니까.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자연 풍광이 거친 데로 여행을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남미의 안데스나 히말라야 트래킹을 추천한다.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터키의 이스탄불이 좋을 테고,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아프리카 대도시의 뒷골목을 밤에 다녀보면 되지 않을까? 생명의 위협이 느껴지는데 가보면 알게 될 것이다. (웃음) 최근에는 한국 사람들도 아프리카에 많이 가는데 주로 동아프리카나, 남아공에 몰린다. 한국 사람이 거의 가지 않는 서아프리카 쪽으로 가면 스릴러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홍희 사진작가 “영화는 영감을 끝임없이 충격적으로 준다”
“BIFF에서 본 영화중에서 피나바우시의 다큐멘터리 를 보고 정말 많이 울었다. 시네마 투게더 멘티들과 함께 봤는데 아무도 안 우는데 나만 혼자 훌쩍거리고 있더라. (웃음) 피나바우시는 스페인의 안무가로 의 첫 장면에서 너무나 절실하게 춤을 추는 바로 그 분이다. 영화에서 그 분이 보여주는 주제나 상황 전체가 절망, 그것도 완벽한 절망이었는데 그걸 춤에 투사해가는 과정들이 와 닿았다. 이렇게 영감을 끝없이 충격적으로 주는 것에 있어서는 영화가 가장 강력한 것 같다. 오감을 자극하니까. 그게 영화가 나에게 주는 특별함인 것 같다.”
오광록 “전포동 기찻길 옆에서 태어났다”
“전포동 기찻길 옆에서 태어났다. 5살쯤의 기억에는 해운대 백사장 풍경도 있고. 영화하는 사람으로서 해운대에서 영화제가 열리는 건 대단히 좋은 일이다. 바다가 있다는 것이 영화인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또 바다 덕분에 영화제가 축제가 된다. 바다가 있는 BIFF가 좋다. 시라는 작업이 내 삶을 되비쳐 주고 다시 삶의 힘을 얻듯이 영화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또 그것들이 내 가슴에 무늬 지어져서 다시 필름으로 인화가 되고 각인이 되는 것 같다.”
글. 부산=이지혜 seven@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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