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TV에서 들은 노래를 하루 종일 흥얼거릴 때가 있다. 출근길 버스에서, 점심 후 카페에서 귀에 남은 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기분도 덩달아 춤춘다. 인피니트의 ‘내꺼 하자’라면 마음이 댄스홀을 누비고, 몬도 그로소의 ‘1974-Way Home’이라면 명상이 휴식을 깨운다. 하루를 시작한 노래는 몸 구석구석 남아 24시간 입가에 맴돈다. NHK의 음악방송 (みんなのうた)를 시청한 날도 그렇다. 단조롭고 명징한 멜로디, 따라 부르기 쉬운 가사의 노래가 아침 알람을 대신해 하루 종일 따라다닌다. 비 오는 날 코다 마리코의 ‘비 온 후 스페셜(雨のちスペシャル)’은 빗소리처럼 잦아들고, 맑은 여름 피스X피스의 ‘피스풀(Peaceful)’은 원기를 북돋는 응원가가 된다. 하루 5분의 음악방송 는 일상의 권태와 피로를 달래는 작은 마법의 프로그램이다.
5분짜리 노래, 일본을 위로하다
는 1961년 4월 시작된 NHK의 대표 장수 프로그램이다. 평균 두 달에 한 번 꼴로 교체된 테마곡 두 세곡이 NHK 관련 라디오, TV 채널을 탄다. 프로그램의 구성은 5분여의 노래와 영상이 전부다. 기존 아티스트의 곡을 테마곡으로 선정하는 경우도 있으며, 를 위한 임시 제작진이 꾸려져 오리지널 곡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또 때로는 TV 만화 프로그램과 연계해 만화 주제곡이 테마곡으로 사용되며, 가끔은 공공성을 띤 단체의 프로젝트와 결합해 캠페인 송이 ‘모두의 5분’을 장식하기도 한다. 각 채널마다 방송되는 시간대가 다양해 연령, 성별 관계없이 누구나 자연스레 마주치는 게 이 프로그램의 큰 특징이다. 2011년 8월부터 두 달간은 쟈니즈의 타키&츠바사가 부른 ‘친구여’가 방송을 탄다. 드라마 OST에 참여했던 유해준이 곡을 쓰고, 일본의 작사가 모리 치요코가 작사를 한 이 노래는 동일본대지진 복구 응원의 의미도 담고 있다.
잠깐 5분의 힘은 꽤 크다. 에 소개된 노래들은 대부분 전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다. NHK도쿄아동합창단이 부른 ‘야마구치 씨네 츠토무 군’, 베키 하야마의 ‘편지 없이 보내는 것’, 우루마데루비 부부가 애니메이션은 물론 작사, 작곡을 담당해 화제가 된 ‘엉덩이 깨무는 벌레’ 등은 한 때를 풍미한 노래들이다. 특히 ‘야마구치 씨네 츠토무 군’과 ‘편지 없이 보내는 것’은 음반도 100만 장 넘게 팔았다. 노래의 장르도 다양하다. 1970년대까지는 서양의 민요나 동요를 일본어로 번안한 곡들이 많았으나 근래에는 이키모노가카리의 ‘YELL’, flumpool의 ‘증표’, 각트의 ‘들에 핀 꽃처럼’처럼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곡들이 자주 소개됐다. 한 편에선 공공 캠페인 혹은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프로모션과 엮이면서 본래의 의도를 잊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는 화려한 안무, 유명한 가수나 제작자 이름을 떼고 노래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다. 노래의 힘, 5분간의 마술에 일상의 피로를 잊는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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