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28일 첫 방영되는 SBS (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장태유)는 이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하기 전 집현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룬다. 성격 급하고 욕 잘 하는 세종대왕(한석규)과 세종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뒤 그를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노비 출신의 겸사복 관원 강채윤(장혁), 한글을 모른다는 이유로 부모가 살해당한 후 실어증에 걸린 궁녀 소이(신세경)가 이 미스터리의 중심인물들이다. 극 중에서 이 의문의 역사를 써 내려 가게 될 한석규와 장혁, 신세경을 미리 만나보았다.
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특히 한석규는 MBC 이후 16년 만에 드라마로 컴백했는데.
한석규: 개인적으로 세종대왕이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금했다. 지금까지 인자한 왕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의 가족사를 알게 되면서 사람으로서의 연민을 느끼게 됐다. 그 와중에 한글 창제 같은 훌륭한 일들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 30대에는 위인을 연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이렇게 위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연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던 차에 출연 제의를 받아서 흔쾌히 결정했다.
장혁: 원작을 읽고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해서 시놉시스를 읽어봤다. 각색된 캐릭터들이 원작보다 좀 더 입체적이고 (연기로) 묘사하기에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연산군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세종을 표현해 보고 싶다”
한석규는 영화 이후 두 번째 사극 출연이다.
한석규: 배우의 몸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사극에서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만난 작품이 이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이도(세종대왕의 이름)라는 한 사람, 늘 인자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 사람의 속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다. 예전에 어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송창식 선배님께 “왜 그렇게 늘 웃고 계시냐”고 하니까 선배님이 허허 웃으시면서 “시상식에서 어떤 사람이 희노애락을 가지고 우는데, 그것이 슬퍼서 우는 것이냐”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것처럼 세종도 웃음 속에 그 사람이 어떤 희노애락을 가졌을까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했다.
극 중 세종대왕은 성질도 급하고 욕도 잘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온화하고 부드러운 세종대왕과는 다른데, 어떤 방법으로 캐릭터를 잡고 있나.
한석규: 만약 가능하다면, 연산군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세종대왕을 표현해 보고 싶다. 조선시대의 가장 악한 왕이라고 하면 연산군, 조선시대의 가장 존경받는 왕이라고 하면 세종대왕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나. 그렇지만 어떤 시대, 어떤 환경에 있었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연산군이 되고, 그 와중에도 자신의 마음을 잘 갈고 닦으면 세종대왕 같은 인물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아역들이 등장하는 부분의 촬영이 먼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한석규: 송중기 씨가 청년 시절의 이도 역을 맡아서 좀 더 어린 모습으로 등장하고, 세월이 흘러 사십대 중반이 된 세종을 제가 연기한다. 세종대왕이 나이를 먹으면서 못생겨지면 안 되는데. 어쨌든 제 분량이 더 많다. (웃음) “세종-소이-채윤의 관계는 조금 복잡하게 그려질 예정”
소이는 실어증에 걸린 인물이다. 앞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데 부담스럽지는 않나.
신세경: 실어증에 걸린 채로 첫 등장을 하기 때문에 지금도 많이 걱정된다. 말로써 전달할 수 있는 감정들이 많으니까. 고민도 많이 하고 참고할 만한 영화들도 많이 봐서, 지금 어느 정도는 생각을 정리했다.
장혁은 KBS 이후에 다시 사극에 출연하게 됐는데, 시청자들에게는 아직 ‘대길’로 강하게 인식이 돼 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의 캐릭터 연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장혁: 대길이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항상 똑같고, 희망이라는 게 없어서 죽은 눈빛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의 강채윤은 세종대왕을 암살하기 위해서 궁으로 들어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캐릭터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원작과 대본에서 강채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비교해보면서,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세종대왕과 강채윤은 어떤 관계를 형성하게 되나.
한석규: 채윤은 세종대왕을 죽이는 것이 목표이고, 세종대왕은 채윤의 과거사를 이미 알고 있다. 이 지점에서 큰 사건이 진행될 것이다. 혹시 세종대왕과 강채윤, 소이의 로맨스도 다뤄지나.
장혁: 사극도 드라마고, 드라마에는 멜로가 있어야 하니까 다뤄질 것 같다. (웃음) 지금 정확하게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아마도 과거에 유사한 경험을 공유했던 인물들이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 알아보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면서 뭔가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세종-소이-채윤의 관계가 단순히 멜로로 묶이지는 않을 거다. 신하와 왕이라는 관계도 있어서, 조금 더 복잡하게 그려질 것 같다.
SBS의 경우 사극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일이 많지 않은데, 시청률 부담은 없나.
장혁: 작품을 할 때마다 항상 시청률 질문은 저한테만 하신다. (웃음) 독창적인 연기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배우가 시청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의 최고치인 것 같다. 그 다음부터는 제 손을 떠난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한글을 소재로 한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장혁: 삼십 몇 년 동안 한글날은 그냥 한글날이라고 생각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학교 안 가는 날이었고. 이제 이 작품을 하면서, 어떤 상황에서 한글을 만들어왔고 사람들이 한글을 사용해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모두 알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역할을 통해서, 정말 쓰기 쉽고 익숙해진 한글이지만 이를 만든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했는지 느껴보고 싶다.
신세경: 저 같은 경우에도 한글날은 항상 쉬는 날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요즘 제 또래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한글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게끔 생활하게 된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게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이기도 하고, 손으로 글을 쓰기보다는 기계를 이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한글의 원리를 알고 싶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환경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작품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인 것 같아 뜻 깊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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