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회 KBS 목 9시 55분
그녀들은 서른다섯 개의 촛불 앞에서 각자 소원을 빌었다. 서른다섯은 그녀들이 남의 집에서 식모로 일한 햇수를 모두 더한 숫자다. 최종회는 그렇게 남의 집 구석방에서 눈치를 보며 돈 5만 원에 울고 웃었던 그녀들에게 더없이 행복한 결말을 선사하며 막을 내렸다. 순금(성유리)은 아버지에게 음식점을 차려주고 건우(정겨운)와도 재회하며, 현주(박지영)는 황 사장(조성하)의 청혼을 받고, 다겸(민효린)은 대학 입학을 준비하며, 수정(이경실)은 소원이던 사모님 소리를 듣고,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고 여전히 황 사장 집에서 식모로 일하지만 뚜(김예원) 역시 그녀들과 함께 풍족한 삶을 누린다. 이 모든 해피엔딩을 가능하게 한 것은 로또였다. 현실에서라면 그녀들의 결말은, 평생을 식모로 일하다 세상을 떠난 춘작(반효정)의 통장에 찍혀있던 전 재산 300만 원의 삶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로또와 신데렐라 결말을 모두 거머쥔 순금의 식모 계보 역시 4대를 향해갔을 수도 있다.
은 이처럼 공고화된 계급 사회의 유일한 판타지인 로또와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계급’인 식모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물질세계 이면의 씁쓸함을 풍자했다. 작품 속 식모들은 가진 자들과 똑같은 세속적 욕망을 가진 존재인 동시에 씩씩하고 성실한 노동자였다. 밥하고 빨래하는 그녀들의 건강한 노동은 편법과 불법과 투기로 얼룩진 자본가들의 삶과 대조되며 더욱 빛났다. 사실 로또 당첨금은 이 세계가 공정한 사회였다면 그 “소리 없이 열심히 일”하는 이들에게 응당 돌아가야 마땅한 정당한 노동의 대가였는지도 모른다. 현실은 여전히 가혹하다. 순금이 건우 집을 떠난 뒤 새 식모가 그 자리를 채운 것처럼, 1번가의 계급 화해는 판타지의 힘을 빌려 잠시 가능했을 뿐이다. ‘육쪽마늘’ 식모들이 촛불을 끈 뒤 어둠 속에는 사회가 지워낸 수많은 노동자들이 분명 존재한다. 로맨스 장르와 풍자 사이에서 종종 흔들리며 빈틈을 보이기도 했지만, 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소재로 그 어둠 속 현실을 들춰냈다는 점에서 올 상반기 최고의 발칙한 수작으로 평가될 것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그녀들은 서른다섯 개의 촛불 앞에서 각자 소원을 빌었다. 서른다섯은 그녀들이 남의 집에서 식모로 일한 햇수를 모두 더한 숫자다. 최종회는 그렇게 남의 집 구석방에서 눈치를 보며 돈 5만 원에 울고 웃었던 그녀들에게 더없이 행복한 결말을 선사하며 막을 내렸다. 순금(성유리)은 아버지에게 음식점을 차려주고 건우(정겨운)와도 재회하며, 현주(박지영)는 황 사장(조성하)의 청혼을 받고, 다겸(민효린)은 대학 입학을 준비하며, 수정(이경실)은 소원이던 사모님 소리를 듣고,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고 여전히 황 사장 집에서 식모로 일하지만 뚜(김예원) 역시 그녀들과 함께 풍족한 삶을 누린다. 이 모든 해피엔딩을 가능하게 한 것은 로또였다. 현실에서라면 그녀들의 결말은, 평생을 식모로 일하다 세상을 떠난 춘작(반효정)의 통장에 찍혀있던 전 재산 300만 원의 삶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로또와 신데렐라 결말을 모두 거머쥔 순금의 식모 계보 역시 4대를 향해갔을 수도 있다.
은 이처럼 공고화된 계급 사회의 유일한 판타지인 로또와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계급’인 식모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물질세계 이면의 씁쓸함을 풍자했다. 작품 속 식모들은 가진 자들과 똑같은 세속적 욕망을 가진 존재인 동시에 씩씩하고 성실한 노동자였다. 밥하고 빨래하는 그녀들의 건강한 노동은 편법과 불법과 투기로 얼룩진 자본가들의 삶과 대조되며 더욱 빛났다. 사실 로또 당첨금은 이 세계가 공정한 사회였다면 그 “소리 없이 열심히 일”하는 이들에게 응당 돌아가야 마땅한 정당한 노동의 대가였는지도 모른다. 현실은 여전히 가혹하다. 순금이 건우 집을 떠난 뒤 새 식모가 그 자리를 채운 것처럼, 1번가의 계급 화해는 판타지의 힘을 빌려 잠시 가능했을 뿐이다. ‘육쪽마늘’ 식모들이 촛불을 끈 뒤 어둠 속에는 사회가 지워낸 수많은 노동자들이 분명 존재한다. 로맨스 장르와 풍자 사이에서 종종 흔들리며 빈틈을 보이기도 했지만, 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소재로 그 어둠 속 현실을 들춰냈다는 점에서 올 상반기 최고의 발칙한 수작으로 평가될 것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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