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에서 공간의 중요성은 분명 음악 그 자체나 아티스트보다 덜 중요하다. 하지만 앨범이 아닌 라이브로 음악을 듣는 공연의 체험에 있어 어떤 공간에서, 어떤 빛 아래에서, 어떤 공기에 둘러싸여 듣느냐는 때로 공연 전체에 대한 인상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 공간으로서의 벨로주가 궁금했다. 카페와 바(bar)이면서 동시에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리는 독특한 공간이었던 시즌 1 이후 자리를 옮긴 벨로주 시즌 2는 온전히 공연장으로서 색깔을 분명히 하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 금요일 오후 네이버 온스테이지 공연을 위해 강아솔과 원펀치가 리허설을 진행 중인 벨로주를 찾았다.

기본 원칙은 아날로그, 어쿠스틱, 내추럴

“이거 좀 쉽게 만들자. 한 번 할 때마다 이렇게 하는 거 너무 아까워.” 온스테이지를 알리는 큐브형 구조물을 천장에 매다느라 사다리를 동원하고 까치발을 든 스태프들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조명에 빛이 돌고 악기가 하나 둘 세팅 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영업 전의 다소 쓸쓸한 기운이 감돌던 곳이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모했다. 지하에 위치했지만 높은 천장과 암막 커튼으로 둘러싸인 벨로주는 갑갑함이 아닌 아늑함을 주는 공간이다. 의자부터 사소한 소품들 하나까지 부산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정갈한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벨로주를 운영하는 박정용 사장이 공간을 꾸밀 때 세운 원칙은 “아날로그적인 분위기”였다. 이를 위해서 설치도 어렵고 손이 굉장히 많이 감에도 불구하고 “단편영화에 쓰이는 조명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려 했다. 커튼도 처음엔 인테리어 비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지만 난반사 없이 소리를 흡음하고 조명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변신해 특유의 공간감을 만들어주는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벨로주는 사운드 역시 뮤지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어쿠스틱하고 내추럴한 사운드”를 지향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벨로주만의 공간감은 이곳에 서는 뮤지션들의 음악과 닮았고, 그래서 어울린다. 이곳에는 밝음과 소란스러움이 때로 혼란스러움으로 다가오는 클럽이나 애써 마음을 먹지 않으면 쉽게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 대형 공연장에서 느낄 수 없는 특유의 아늑함이 있다. 홍대 앞 어느 골목 지하, 퇴근길에 슬쩍 들러도 좋을 것 같은, 혼자라도 스스럼없이 문을 열고 들어서도 될 것 같은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당신의 지친 하루를 달래주는 음악이 있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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