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is 안재현. 재상 재(宰)에 어질 현(賢)을 쓴다. 부모님은 왜 임금이 아니라 재상이 든 한자를 주셨을까? 가끔 궁금하다.
1987년 7월 1일에 태어났다. 여덟 살 차이 나는 형님이 한 명 있다. 내가 외가 쪽 식구들을 닮았다면, 형은 친가 쪽 식구들을 닮아서 좀 더 남자답게 생긴 편이고 아버지보다 더 엄한 형이라 대하기가 어렵다. 남자 형제라 무뚝뚝해서 그런지 서로 몇 달씩 말을 안 하기도 하고….. 하핫.
가끔 어머니한테 “같이 밥 먹어요” 하면 꼭 친구분들을 서너 명 모시고 나오신다. 그래서 “엄마, 둘이 밥 먹자니깐” 이러면 “아니야, 엄마가 안 불렀어. 그냥 만난 거야”라고 하신다. 아주머니들은 “재현아, 여기 좀 봐야지” 하면서 사진을 막 찍으시고. 하하하. 어머니가 좋아하시니까 나야 뭐 뿌듯하다. 자랑할 거리를 더 많이 만들어 드리고 싶다. 아직은 멀었지.
스카이 베가 레이서 광고를 혼자 찍었을 때 긴장은 전혀 하지 않았다. 사실 이 시리즈를 네 번째 찍은 건데, 특히 이번엔 메인이 되어 마냥 좋았던 것 같다. 즐겁게 찍었다.
tvN ‘닥치고 꽃남’은 엄청나게 오글거릴 수 있는 설정이었는데, 예능이니까 그 콘셉트가 맞는 거였다. 멀쩡하게 생긴 애들이 연기를 되게 어색하게 하고, 대사도 좀 이상하고. 감독님은 “너희가 아무리 연기를 못 해도 내가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어줄게”라고 하셨다. 그런데 막상 대본이 나올 때마다 큰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 꽃미남 캐릭터인데 컨트롤이 잘 안 되더라. 샤방샤방한 CG도 원래 예상했던 건 아니었지만…. 예쁘게 만들어주려고 하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
회사 팬 미팅에서 보여준 ‘트러블 메이커’ 춤은 한 달 동안 연습한 거였다. 처음에 이건 연습해도 진짜 오징어처럼 보일 텐데, 라고 생각했다. 자신감 있게 해야 하는데 춤이 어렵더라. 내 팔이 내 말을 안 들으니까….. 나름대로는 춤을 춘 것 같았지만 영상을 보니까 막 흐물거리고 있었다.
요즘은 날 알아보시는 분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 초등학생들은 JTBC 때문에 많이 알아보고 “와, 택배 아저씨다!” 이런다. 내 사진이 카카오톡에서 ‘남친짤’로 많이 쓰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내가 그만큼 인지도가 없다는 뜻이겠지만, 어쨌든 감사한 일이다. 하하. 다만, 연관 검색어로 ‘실물’이 같이 뜨기 시작하니 좀 무섭다.
어릴 땐 좀 사나워 보이는 인상이었다. 머리도 좀 짧고, 눈썹도 이렇~게 올라가서 그런지 중학생이 된 후에는 나한테 시비를 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되게 소심한 편이어서, 혹시 돈 뺏길까 봐 앞쪽에 형들이 두 명만 같이 있으면 무조건 피해 다녔다.
키는 늘 큰 편이었다. 1년에 5㎝씩 자라다가 중학교 2학년 때 16㎝ 정도 컸다. 보통 친구들은 키가 갑자기 커지면 다리에 튼 살이 생긴다던데, 나는 허리에만 생겼다. 지금 키는 186㎝인데 모델로선 너무 어중간한 것 같아서 2㎝만 더 크면 좋겠다. 외국 무대를 생각한다면 좀 아쉽다.
얼굴에 모난 데가 없다. 광대뼈나 턱뼈가 있으면 시선이 중간에 멈출 텐데, 그렇지 않아서 얼굴이 넙데데해 보이기도 한다. 피부도 하얀 편이라 윤곽이 도드라지는 것도 아니고. 어떨 땐 사진이 할머니처럼 나온다. 하하.
배낭여행에는 흥미가 별로 없다. 여행에서 에너지를 얻어서 그걸 일하는 데 쓰고 싶지, 휴식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고 ‘아, 보람차다’ 이러고 싶진 않다. 그건 군대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고, 예비군 훈련을 가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하. 모험보다는 휴양이 좋다.
최근 예비군 훈련에 처음 가봤다. 친구들이 거기 가면 다들 늘어져 있는다고 하던데, 정말 그러시더라. 아니, 굳이 왜 그러실까. 시키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어색하게…. 그런데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시는 분들이고, 평일에 어렵게 시간을 빼서 오시는 거니까 짜증이 날 만도 하지. 나는 처음이니까 신기해서 대장님이 하라는 거 하고, 이야기하면서 밝게 있다가 왔다. 혼자 그러고 있으니까 뭔가 사회 부적응자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더라. 하아.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지만,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편하다. 집에서 살짝 알딸딸하게 취할 정도로 와인을 한 잔 정도 마시는 것도 좋다. 그럴 땐 요리를 하기보다 보통 고기를 구워 먹는다. 혼자 있으니까 뭘 막 만들고 나면 좀 청승 떠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직 가계부를 쓰지는 않는다. 입금되는 것 정도만 써두고, 지출까지는 기입을 못하고 있다. 워낙 필요한 것들만 사는 편이라 사치는 하지 않는다. 아, 월세가 사치일 수는 있겠다. 하하. 최근에 산 것 중 정말 잘 샀다 싶은 건 제습기다. 자취 생활을 겪어보니까 필요한 것 같아서 샀는데, 빨래도 잘 마르고 참 좋다. 베스트 아이템!
SBS 라디오 를 즐겨 듣는다. 팟캐스트에 재미있는 사연만 모아서 올라온 걸 다운받기도 한다. 컬투 분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그냥 따라 웃게 된다. 집에 TV가 없으니 사람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도 유용하다.
살면서 큰소리로 화 내본 적은 세 번 정도?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계속 가지면서 생각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이해된다. 어떤 사람을 보고 화가 나는 건, 그 안에 내 모습이 투영돼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내가 조금만 더 잘하거나 이해하면 그 사람도 바뀔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많이 한다. 물론 정말 어려운 일이다.
라는 웹툰을 굉장히 좋아한다. 휴대폰 배경화면에도 그림을 깔아놨고, 난다 작가님은 꼭 한 번 만나뵙고 싶다! 거기 나오는 부부의 모습이 내가 꿈꾸던 가정생활과 비슷한 것 같다. 톱 모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 역시 내 장래희망이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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