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 밤 8시 50분
어제의 테마는 좁고 가파른 공간에서의 삶이었다. 자취 경력 2년차 ‘고시원의 달인’ 편에서는 1평 남짓한 작은 방, 각종 조명을 관리하는 ‘광안대교의 달인’ 편에서는 외줄과도 같은 아찔한 케이블, 그리고 ‘평화시장 지게의 달인’ 편에서는 어둡고 좁은 상가의 통로가 주가 되는 삶의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이처럼 흔히 ‘주변’ 혹은 ‘언저리’로 표현되는 우리 삶의 구석구석까지 밀착된 시선은, 이 여타 일반인 이색 기술 소개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단순한 눈요기 감으로서 출연자들의 신기한 장기가 아니라 그 ‘생활’의 현장과 분리되지 않은 그들의 삶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성격은 다양한 삶의 긍정이라는 일면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예컨대 소리 없이 TV 보기나 누운 채로 전등 스위치 끄기 등 기상천외한 적응의 기술들을 보여준 ‘고시원의 달인’에게는 “소리 없이 강한 공간의 지배자”라는 유쾌한 별칭을 부여하면서도, “적응을 잘하는 것과 벗어나고 싶지 않은 것과는 다르”다는 솔직한 인터뷰를 통해 삶의 피로와 88만원 세대의 슬픈 초상까지 환기시킨다. ‘평화시장 지게의 달인’ 편에서도 마찬가지다. 장정들도 지기 힘든 15kg 지게에 60kg의 상자를 얹어 5층 건물까지 거뜬히 운반하는 달인의 모습에서는 숙련노동자의 건강함과 함께, ‘20년 넘게 지게를 졌지만 짐이 가볍게 느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내레이션을 통해 고스란한 삶의 무게가 전해져온다. 그리하여 고된 일과를 마치고 환하게 웃는 달인에게 주로 건네지는 이 방송의 마무리 인사, 즉 “수고 많으셨습니다” 혹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에 그토록 진심이 느껴지는 이유는 삶의 긍정과 고단함을 동시에 비추는 바로 그 균형적인 시선에 있을 것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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