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이었다. 지난 주 tvN ‘?’에서 염불 대신 ‘자고 싶다’는 주문을 외우고 제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녀석’을 나무라던 신동엽은 그 곳에 없었다. 지난 20일 ‘?’ 촬영이 진행되던 강화도의 한 펜션, 오전 10시부터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다들 손 부채질을 하며 촬영을 준비하고 “사회에 있을 때 코트 좀 열어 젖혔던” 남자 2호가 바지를 어디까지 내려야 하는지 고민하며 진땀을 흘리는 동안 신동엽은 우아하게 간이의자에 앉아 자연을 만끽하고 있었다. 불법도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든 것을 해탈한 진짜 승려처럼 말이다. 카메라 밖에서도 쉴 새 없이 ‘섹드립’을 구사할 것 같았던 신동엽은 쉬는 시간에도 후배 개그맨들과 허물없이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멀찍이 떨어져 대본을 보거나 매니저가 가져다 준 컵라면과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의외로 낯가림이 심한 모습이었다.


역시나였다. 촬영 준비가 끝났다는 스태프의 말에 신동엽이 먹던 김밥을 꿀꺽 삼키고 의자에서 일어난 순간,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카메라 앞에 선 신동엽은 우리가 아는 ‘그’ 신동엽이 맞았다. 여자 2호를 마주보고 서 있던 경찰 연기자가 “여자 2호 분 재킷 단추 안 풀었는데요?”라고 묻자 제작진은 뒷모습 촬영이라 상관없다고 말했고, 그렇게 촬영은 순조롭게 시작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동료의 빈틈을 그냥 흘려보낼 신동엽이 아니었다. “(못 보니까) 막 답답한 거지. 하하.” 신동엽에게 카메라는 무엇이든지 말할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최면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촬영장에서는 차마 방송에도, 기사에도 담을 수 없는 순도 백퍼센트의 ‘섹드립’이 터져 나왔다. 보물 같은 애드리브를 공개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카메라 앞 신동엽 시점에서 ‘?’을 재구성해 보았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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